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던 미국 대선의 결과가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의 수장을 뽑는 날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지만, 역대 가장 비호감인 후보들의 대결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결과마저도 드라마틱했다. 투표 당일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를 뒤집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심지어 트럼프가 29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228명에 그친 클린턴을 압도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과거 화제가 됐던 TV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눈 밑에 점을 찍고 나왔던 수준의 반전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놀란 건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증권사, 전문가, 여론조사기관들이 박빙이긴 하나,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던 상황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한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크게 하락했고, 미국 S&P500 선물 시장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사실 이 같은 경험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의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도 같은 모습이었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대다수의 여론조사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측은 브리메인(Bremain: 영국의 EU 잔류)이었다. 그리고 그 놀라운 결과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 2가지의 공통점은 정치 이벤트라는 점이다. 정치 이벤트는 그 특성상 예측이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이로 인한 리스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유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12월 이탈리아의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고, 3월 이전에 브렉시트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년 4월, 6월, 8월에 프랑스의 대선과 총선, 독일의 총선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변동성의 시대, 투자의 기본 원칙은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 리스크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뭔가 결정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에게는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차를 사고자 할 때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기준으로 정리하면 선택이 훨씬 쉬워진다.
예산은 5000만 원 이하, 종류는 세단, 색상은 검은색, 이런 식으로 말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리스크가 확대되고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 아래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위해서는 투자 원칙을 세우고 지킬 필요가 있다.
우선, 리스크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risk)란 우리말로 위험이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불확실성에 노출된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래서 예상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리스크라고 표현한다).
이는 금융시장에서는 변동성이라고 표현된다. 수학적 지표로 표준편차를 많이 사용하는데, 펀드를 예로 들자면 펀드의 평균수익률에서 얼마만큼 이탈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탈을 많이 하는 펀드일수록 수익률의 등락이 심한 펀드라고 보면 된다. 투자 상품 중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일수록 이 같은 변동성, 리스크가 크기 마련이다.
실제로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무려 60%의 수익을 냈다(에프앤가이드 10월 말 기준). 그러나 3년 기간으로 보면 같은 펀드의 손실은 무려 -24%에 달한다. 또한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경우 표준편차가 30~38%인 반면 선진국 주식형 펀드는 10~14%로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표준편차는 선진국 상품의 표준편차 대비 2, 3배 차이가 난다.
사실 이 같은 수익과 위험의 관계는 일반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바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 표현을 네이버 뉴스에서 검색을 해보더라도 경제 관련 기사보다 게임, 스포츠 기사가 먼저 나오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높은 수익(성과)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실제 투자에서는 이 같은 위험의 원칙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무조건 안전하고 높은 수익이 나기만을 바라는 모순을 유지한 채 말이다. 사실 리스크 없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은행예금 금리가 7~8%에 달하던 과거에는 이게 가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특판 예금이라고 해도 겨우 1% 중반인 상황으로 적절히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으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 아래에서는 투자자 본인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리스크 성향에 따른 목표수익률을 설정할 수 있다.
둘째, 시간에 투자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장기 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주식과 채권 모두 마찬가지다. 주가나 채권 금리와 같은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들은 매일 등락을 반복한다.
이는 오를 때나 내릴 때나 마찬가지여서 항상 직선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등락을 그리며 방향성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투자 기간을 너무 짧게 잡는다면 이러한 변동성을 피하는 것이 어렵지만 장기간 투자하면 이를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우선 주식의 경우는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따라가기 마련이고, 좋은 회사, 좋은 시장에 투자했다면 언젠가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채권 역시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 금리가 변하고 가격이 변할 수 있지만, 장기간 투자하면 꾸준히 쌓이는 이자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역시 변동성을 줄이는 길이다. 1개 상품보다는 2~3개의 상품을 다양한 시장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상품, 시장의 하락에 따른 변동성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때는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다른 성격의 자산과 시장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자산 배분을 할 필요가 있다. 적절히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일 순 있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 상황에 맞는 자산 배분 및 투자 대상 선정이 필요하다.
12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는 뱅크론 펀드를 예로 들 수 있다. 흔히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 채권 자산은 다 부정적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뱅크론은 금리 인상기에 유용한 투자 대상이다.
투자등급(BBB) 이하 미국 기업의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서 변동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 없이 투자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및 글로벌 경제의 변화 방향에 맞는 상품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트럼프의 경제 관련 공약 중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재정 지출 확대다. 이에 따라 인프라 산업 및 소재, 산업재 업종의 수혜가 예상되고, 규제 완화와 시장금리 상승 기대에 따라 금융업 역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같은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찾아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전반적인 시장의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채권과 인컴펀드와 같은 안정적인 성격을 띠는 자산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 대선은 지나갔지만 정치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은 여전히 높게 유지될 수 있고 이후에도 브렉시트, 유럽의 선거 일정 등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높게 유지될 수 있다. 이처럼 리스크가 확대되고 변동성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위해서는 몇 가지 투자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라. 둘째, 시간에 투자하고 적절히 분산하라. 셋째, 시장 환경에 맞는 자산 배분과 투자 대상을 선정하라.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하락하며 투자 매력이 생기는 자산들이 있다는 것이고 투자의 기회가 넓어지는 것이다.
김지영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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