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우리銀 M&A 급물살, 미리 보는 금융권 판도
대형 마트 홈플러스가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7조2000억 원에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팔려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연내 금융권에도 KDB대우증권과 우리은행 등 수조 원대 대형 매물이 예고돼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의 공언이 지켜진다면 연내에 대형 금융사 매물이 M&A 시장에 잇달아 등장하며 금융권이 크게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9월 14일 국정감사에서 “KDB대우증권 등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금융자회사를 내년 1분기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히고,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지배주주 또는 과점주주군을 형성하는 매각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위가 국회에 낸 업무 보고에 따르면 10월 중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등 계열사에 대한 매각 공고를 진행한 뒤 올해 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또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을 직접 방문해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내에 대우증권(총 자산 30조 원)과 우리은행(총 자산 271조 원)에 대한 매각을 서둘러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금융권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의 매각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2조5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의 주식 30% 정도를 과점주주 방식으로 매각할 경우 총액이 2조 원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금융사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바뀌게 될 수 있어 ‘빅마켓’의 성사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대우증권·우리은행 더블 매각 가능할까
현재까지 상황으로 대우증권과 우리은행의 더블 매각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대우증권이 구체적인 매각 일정이 공개되며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 현재 매각 방향 정도만 정해져 있기 때문.

산업은행은 금융 계열사인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의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에 삼일회계법인(국내)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국외)을, 법률과 회계 자문에는 각각 법무법인 광장,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해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산업은행은 매각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법률 전문가인 신희택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해 7명으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가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흥행의 요건도 만들어져 가고 있다. 당초 KB금융지주 외에 뚜렷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던 유력 인수 후보에 미래에셋증권이 거론되며 점점 분위기를 가열시키고 있는 것. KB금융은 최근 LIG투자증권에 대한 재매각 의사를 밝히며 대우증권 인수에 올인하는 분위기이고, 미래에셋증권 역시 1조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총알을 채워 넣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중국의 시틱(Citic)과 안방(安邦)보험그룹 역시 건재해 연말까지 상당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대우증권 인수 후보에 KB금융 정도가 꼽혀 매각 자체가 불확실했지만 미래에셋증권 등이 가세하는 분위기여서 오히려 인수 가격 상승을 걱정하게 됐다”며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모두 연내 우선협상자 선정을 호언하고 있는 상황이라 10월을 기점으로 점점 분위기가 달궈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에 반해 우리은행의 민영화 일정은 불투명하다. 지난 7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밝힌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에 따르면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 48.07%(2014년 소수 지분 매각 시 부여된 콜옵션 행사 대비분 2.97% 제외)에서 30% 정도를 4~10%씩 떼어 여러 과점주주에게 넘기고, 나머지 18.07%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차후에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공자위원 8명 중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포함한 민간위원 6명의 임기가 10월 10일에 종료되는 상황에서 추진력을 잃고 민영화 자체가 내년으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박상용 위원장이 “위원들의 임기 종료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일정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물리적인 시간과 시장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다만 임종룡 위원장이 지난 9월 14일 국정감사에서 공적자금 극대화보다는 빠른 매각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며, 최근 우리은행의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내에 중동 국부펀드 등 과점주주군에 일부 지분이 매각될 여지는 남겨져 있다.

꿈틀대는 금융권, 변수 없나?
대우증권은 자본금이 약 4조3000억 원이고, 총 자산이 30조 원으로 업계 3위 수준이지만 이를 품게 되는 증권사는 순식간에 업계 1위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대우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2294억 원을 기록하며, 한국투자증권(2182억 원), 삼성증권(2078억 원), 현대증권(1707억 원) 등을 제치고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올 3분기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사별로 대우증권이 3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증권(38.5%), 현대증권(40.0%), 대신증권(48.0%)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대우증권에 군침을 흘리는 것도 이 같은 호실적이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와의 우리투자증권 인수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해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이뤄냈지만 현재 자본금 5000억 원 수준의 KB투자증권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우증권 인수가 절실하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업계 1위 등극을 위해서는 대우증권 인수가 절대 과제다. 최근 추진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참여를 포기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오는 11월 유상증자 후 3조5792억 원까지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자기자본 7조8841억 원, 자산규모 60조 원으로 독보적인 국내 1위 증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인수전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신한금융지주도 신한금융투자(28조 원)와 대우증권이 합병하게 되면 자산 60조 원으로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고, 최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과 펼치는 리딩뱅크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막판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급한 것은 산업은행이다. 경기 악화로 기업 부실이 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어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건전성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중인 기업들에 대한 은행권 전체 채권액은 4조8856억 원으로 이 중 18.9%에 달하는 9255억 원이 산업은행의 몫이다. 또 8월 20일 현재 산업은행이 관리 중인 구조조정 기업은 금호산업 등 총 99개(워크아웃 43개, 법정관리 43개, 자율협약 13개)로 이들 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채권액은 총 10조541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우증권 매각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대우증권 노조가 종업원 지주회사 방식을 내세워 모회사인 산업은행을 압박하고 있어, 매각 과정에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가 크다. 노조는 최근 종업원 지주회사 동참에 대한 서명운동을 실시한 결과 전체 대상자 2702명 중 92.5%에 달하는 2500명이 찬성했다며 산업은행의 일방적인 대우증권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대우증권과 함께 매각하려는 산은자산운용 등 자회사가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시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저축은행이 인수 가격을 낮추며 헐값 매각 논란에 단초를 제공했던 것이 데자뷰되는 상황이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증권과 다른 금융자회사의 패키지가 매각 작업에서 불필요한 부담을 주면 안 된다”며, 유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우증권만 단독 매각할 경우 나머지 금융자회사들의 매각이 어려워질 것이 뻔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대우증권과는 달리 매각 추진에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우리은행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중동을 직접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인수 움직임이 크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과점주주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남는 예보의 보유분(18.07%)이다. 과점주주로서는 최대 10% 지분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1대 주주로 남게 될 예보(정부)의 ‘간섭 리스크’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과 관련해 “우리은행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 제고를 위해 예보와 맺고 있는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 시장참여자들이 정부의 계속된 경영 관여 의구심을 불식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 원 선 아래로 내려가 좀처럼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월 16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9480원인데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당 1만3500원은 확보돼야 한다. 최근에는 직원들조차 연내에 민영화가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대부분 공자위원들의 임기가 10월에 종료되는데 무슨 동력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에서는 4% 선에서 산업자본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재벌이나 사모펀드의 과점주주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다섯 번째 민영화 도전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