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on your tax]글로벌 시대, 국경 못 넘는 재산들
사람이나 자금의 국가 간 이동이 빈번해지며, 납세자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나 재산에 대한 세금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진정 ‘세계 경제는 하나’라고들 한다. 사람과 지식, 각종 장비와 자금들의 이동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그에 따라 이동의 범위도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 한 국가의 경제주체들이 다른 나라의 또 다른 경제주체들과 협력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유지 또는 확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 결과, 여러 경제 자원들이 자연스럽게 국경을 넘나들게 됐고, 각국 정부도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시스템의 이면에는 ‘탈세’라는 부작용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이동 시스템이, 각 경제주체들이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을 줄이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각국 정부는 자국이 보유한 의미 있는 과세 정보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용하고 다른 나라와 공유하기를 꺼렸다. 그럴수록 정부는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민간경제 부문과의 세금 전투(?)에서 항상 밀리는 쪽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탈세에 대한 대응으로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진정한 ‘하나’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간의 과세 정보 공유 및 해외 재산 또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그것인데, 가장 대표적이며 강력하게 집행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거주자뿐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 영주권자, 시민권자까지도 신고 대상에 포함시키고 불이행 시에는 벌금 부과와 형사 처벌 등의 불이익을 준다.

이러한 제도들의 시행으로 납세자의 해외 재산과 해외 소득이 점차 투명해지고 탈세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납세자들도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나 재산이 과세당국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큰 사업을 하고 있는 재일교포 A씨는 보유 현금이 상당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이 저금리 기조로 돌아서자 한국으로 자금을 이동해 이자소득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20년 전인 199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20억 원을 가져왔는데, 양국에 정상적인 외환거래 신고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들여왔다.

이 자금을 한국 시중은행에 예치했는데, 당시는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라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A씨의 이자소득이 급증하게 된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자금은 60억 원이 됐다. A씨가 다시 일본으로 60억 원 전액을 반출하고 싶었으나 이제는 과거와 달리 외환거래 시스템이 발달해 외환당국에 신고를 하고 반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체 60억 원 중 이자소득인 40억 원은 한국에서 과세된 자금이므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반출할 수가 있으나 당초 불법 반입한 20억 원에 대한 자금출처를 입증할 수가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

오래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사업에 성공한 캐나다 거주자 B씨는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녀들에 대한 상속과 증여를 고민하고 있다. 캐나다에는 한국과 같은 상속·증여세가 없으며 상속·증여 시점에 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아 과세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B씨는 캐나다 소재 재산 외에도 한국에 보유하고 있는 임대용 부동산이 다수 있었으며 거기서 임대소득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만일 본인이 사망할 경우, 한국 소재 부동산에 대해서는 한국 국세청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부동산들을 처분해서 상속·증여세가 없는 캐나다로 가져가면 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인즉 B씨는 그동안 한국 부동산과 관련된 임대소득을 캐나다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자문을 받고 있다.

재일교포, 한국에 예치한 예금의 세금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C씨는 한국 소재 기업에 투자한 주식지분과 예금 등을 상당히 많이 보유한 고액자산가다. 하지만 일본 국세청에 한국에서의 소득과 재산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C씨가 일본에서 사망했는데, 일본에 있는 상속인들은 한국에 있는 C씨 소유의 주식과 예금 등을 일본으로 반출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국세청에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았고 일본 국세청에도 상속세를 신고할 때 한국 소재 재산은 신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몇 년 뒤 C씨의 사망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국 국세청은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한국 거주자인 D씨는 몇 년 전에 해외에서 모 다국적기업에 사업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100억 원대의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하지만 이를 한국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에 거주하는 타인의 명의로 해당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이 자금을 한국에 가져올 수 없어 부득이하게 해외에서 타인 명의로 관리하고는 있으나 늘 불안한 상태다.

이처럼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이나 그 소득으로 축적된 예금, 부동산 등의 재산들을 본국의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본국으로 가져올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세무당국에 적발될 경우에는 세금과 과태료, 벌금, 형사 처벌 등 상당한 불이익이 초래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러한 해외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 경우에는 미국에서 시행 중인 자진신고제도나 한국에서 시행 예정인 자진신고제도에 대해 잘 알아보고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해외에서의 소득이나 재산에 대해 합법적인 법 테두리 내에서 절세와 위험 회피를 위한 사전 검토가 더욱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