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사채(DLB)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DLS, DLB의 기본 원리와 투자 가이드, 유의점을 알아본다.
오일 선물 거래를 하는 뉴욕 상업거래소 딜러들.
오일 선물 거래를 하는 뉴욕 상업거래소 딜러들.
DLS와 DLB는 원자재 가격 또는 원자재 가격과 국내외 주가지수를 동시에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 투자 상품이다. 3개월~3년 정도 기간 동안의 기초자산 가격 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원금이 보장되면 DLB, 원금이 보장되지 않으면 DLS로 부른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DLS와 DLB 판매금액(공모 기준)은 2월 7671억 원을 기록한 뒤 6월 620억 원까지 하락했다가 10월엔 4626억 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DLS와 DLB의 기초자산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기초자산은 런던 금 오후 고시가격, 런던 은 오후 고시가격, WTI 선물, 브렌트유 선물이다.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엔·달러 환율, 위안화·달러 환율,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 미국 국채금리지수(TBT UP)도 널리 쓰인다. 특정 기업의 신용사건(부도 파산 지급불이행 등)이 일어났는지 여부도 기초자산이 된다. 기초자산은 1개가 될 수 있고 금 가격과 엔·달러 환율 등 2개, 3개를 묶는 것도 가능하다. 코스피 200지수나 유로스톡스 50지수 같은 주가지수가 원자재 등과 합쳐져 기초자산으로 구성돼도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사채(ELB)가 아닌 DLS, DLB로 부른다.

가장 기본적인 상품은 기초자산이 1개면서 원금이 보장되는 DLB다. 메리츠종금증권이 11월 7일 발행한 3개월 만기 공모 DLB 1호의 예를 들면, 2014년 2월 6일 CD 91일물 최종호가수익률(금리)이 5%를 초과하면 연 2.81%의 수익률이 확정되고 5% 이하면 2.8%의 연 수익률로 상환된다. 3개월 만에 적어도 연 2.8%의 수익률을 확정한다는 소식에 이 상품에는 40억 원이 몰렸다.


원자재 가격·금리 변화에 따라 수익률 결정
보통 원금이 보장되고 기초자산이 1개라서 DLB의 기대수익률은 연 2~3% 정도다. 증권사들은 안정적이면서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계단식 쿠폰터치형’ DLB를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B를 판매 중이다. 1년 6개월 만기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 시점보다 한 번이라도 10% 이상 오른 날이 있으면 연 2%, 상승률이 20%대면 연 4% 등으로 기대수익률이 올라간다. 그 대신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한 자릿수 상승률이거나 하락하면 수익 없이 원금만 돌려준다.

기초자산이 많아지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대수익률은 연 7~8%대로 높아진다. 한국투자증권이 11월 1일 발행한 3년 만기 공모 DLS 371호를 보면 런던 금·은 오후 고시가격이 발행 시점의 가격 대비 90%(6개월 후), 90%(12개월 후), 85%(18개월 후), 85%(24개월 후), 80%(30개월 후), 80%(36개월 후 만기)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연 7.3%의 수익률로 상환된다. 단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초자산 가격이 3년 동안 한 번이라도 기준 가격의 40% 밑으로 떨어지면 만기일에 기초자산 하락률만큼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DLS, DLB는 환율, 금리, 유가, 금 가격 등으로 기초자산이 다양하고 원금 보장·비보장 여부를 사전에 고려해 투자할 수 있어 다양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 투자 상품”이라며 “주식시장 하락기에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자산 가격 전망 면밀히 분석해야
DLS, DLB를 투자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기초자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가령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금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이 되면 금 관련 DLS 상품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실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이 연초 온스당 1675달러에서 11월 1290~1300달러까지 떨어지자 금이 기초자산에 포함된 DLS 인기가 늘고 있다. 일부 상품들은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기초자산 가격 구간을 기준 가격의 35~40%까지 낮췄다. 3년 안에 금 가격이 현재의 35~40%까지 떨어질 확률이 낮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늘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런던 금 오후 고시가격이 기초자산에 포함된 공모 DLS의 9월 발행 금액은 2280억 원으로 6월(475억 원)보다 1700억 원 정도 늘었다. 단, 기초자산에 금뿐만 아니라 은, 석유 가격이 포함된 상품이 많아 다른 기초자산 가격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한 국내 증권사 FICC(금리·외환·원자재 등 파생·대안 상품) 담당자는 “DLS 기초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기대수익률을 높게 제시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기초자산에 복수의 상품 가격이 포함되는 만큼 전문가의 판단을 듣고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DLS와 DLB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얻고 싶은지도 미리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원금보장형이라고 해도 기본 수익률을 연 2% 제공하는 대신 추가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확률이 극히 낮은 상품이 있고, 기본 수익률은 0%가 되더라도 향후 기초자산 가격 움직임에 따라 최대 연 8~10%가 가능한 것이 있어서다.

발행 증권사의 재무 상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DLS, DLB를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상품 만기가 남았더라도 투자자 의사와는 관계없이 조기 종결될 수 있다.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는 ‘일괄신고추가서류(파생결합사채)’라는 이름의 투자설명서를 살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예상 손익구조 그래프 같은 것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보통 증권사들은 과거 특정 시점에 가입했을 경우를 가정해 손해와 이익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통계 결과가 원금만 찾아가는 확률이 높게 나오든지, 원금 손실 가능성 확률이 높게 나온다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DLS, DLB는 기초자산의 성격과 가격 움직임, 향후 전망에 대한 이해와 관찰이 필요하다”며 “자금을 조달해서 투자할 만한 상품이 아니라 여윳돈을 활용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할 때 합당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