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석 편강한의원장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생명과 직결된 많은 불치병을 정복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염, 천식, 아토피 등의 질환 환자가 급증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폐 건강을 통해서 이런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숨박사’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을 만났다.

[Health Interview] “폐가 건강해야 천식·비염·아토피 안 걸린다”
기자는 서울 시내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한 광고와 마주쳤다. 버스 옆면, 흰 바탕에 굵은 궁서체로 ‘편강탕’이라는 글씨만 달랑 써 붙어 있었다. 위치나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당장 편강탕이 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 온천 이름일까 찌개 이름일까 궁금해하다가 검색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 순간 스친 생각이, ‘아, 이걸 노린 건가’였다.

최근 지하철, 버스에 걸린 편강한의원의 광고가 화제가 됐다. 시도 때도 없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편강탕 같은 X”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여기저기 걸린 편강탕의 이름과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의 얼굴은 ‘저건 뭘까’,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지난 5월 30일 서울 서초구 편강한의원 본원에서 낯익은 사진의 주인공 서 원장을 직접 만났다. 인터뷰는 점심시간 병원 한쪽에서 도시락을 먹으면 이뤄졌다. 궁금한 마음에 건강 얘기는 뒤로 미루고 광고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냈다.

이슈가 된 편강탕 광고는 서 원장의 장남이 낸 아이디어다. 현재 편강한의원의 광고 및 홍보를 담당하는 광고회사 ‘미쓰 윤’은 그가 운영하는 회사다. 엉뚱한 광고를 보고 광고비만 날리는 것 아니냐고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서 원장은 광고가 성공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원래는 이쪽 계통의 광고가 설명이 굉장히 많습니다. 거의 신문 기사 하나 분량이에요. 요즘 같은 세상에 그걸 다 보는 사람은 없죠. 궁금하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일단 주의만 끌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아직 의료계 광고는 사람들에게 어색한 것이 현실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이 자칫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거나, 사이비로 보이지는 않을까. 서 원장은 “물론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는 않지만,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비염, 천식, 아토피가 불치병이 아니라는 인식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부는 호흡기다

서 원장은 ‘숨박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가 폐 건강을 강조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서 원장은 특히 비염, 천식, 아토피와 같이 불치병으로 알려진 질환의 치료에는 폐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비염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이 폐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피부는 호흡기입니다. 폐주피모(肺主皮毛)라고 이미 2500년 전 ‘황제내경’에 나온 사실이에요. 인체의 호흡 총량을 100이라고 했을 때 95%는 폐가, 나머지는 피부가 합니다. 기관지의 본점이 폐라면 피부는 지점인 셈이죠. 폐가 좋아지면 당연히 같은 호흡기인 피부의 숨구멍이 열려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토피는 피부의 털구멍과 땀구멍이 막혀서 생긴다. 사람의 피부는 쓰레기를 버리는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막혀 가려워지는 것이다.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선 털구멍과 땀구멍을 열어 생활 쓰레기를 뿜어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아토피 환자는 찜질이나 사우나를 통해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 서 원장의 지론이다.

또 그는 폐 건강이 면역력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음식은 한 달을 굶어도 살 수 있지만 숨은 5분만 끊어도 죽는다. 숨을 관장하는 것이 폐고, 폐가 살아나면 ‘임파의 왕’인 편도선이 튼튼해지고, 임파가 살아나면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폐 건강을 저해하는 3악(惡)으로 감기, 흡연, 스트레스를 꼽았다.

감기, 흡연,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체내에 열이 발생한다. 열은 피부를 통해 발산되지만 잔열은 폐에 쌓인다. 이 열은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 원장은 폐에 쌓인 열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청폐(淸肺), 즉 폐를 맑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산소운동, 호흡 수련, 심호흡 등이 청폐에 큰 도움이 된다.

“운동 목적의 80%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닌 폐를 깨끗이 하는 데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등산이나 조깅, 수영같이 숨을 헐떡이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거예요.”

서 원장 역시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 40분 정도 가벼운 등산을 한다. 올해 67세로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오전 10부터 오후 6시 반까지 하루 80~1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강행군을 해낸다. 그는 “이 나이에도 내가 아마 대한민국에서 환자 많이 보기로 손 안에 꼽힐 것”이라며 “폐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숨은 그림 찾기 중 발견한 내비게이션

그가 폐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발을 들인 것은 40년 전이다. 시작은 개인적인 이유였다. 서 원장은 전북 익산 출신이다. 1966년 경희대 한의대에 수석 입학, 1972년 졸업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편도선염을 자주 앓았다. 그럴 때면 열이 40도까지 올라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꺼내 입고도 덜덜 떨어야 했다.

“그 고생을 하다 보면 결국 이비인후과에 가서 주사 맞고 진정시켜야 돼요. 그런데 그게 어릴 때만 해도 괜찮은데 한의사가 되고 나서는 영 모양새가 아니더라고. 접수할 때 직업란에 한의사라고 써야 하고, 동네 사람들도 내가 한의사인 거 다 아는데 아프고 말지 거기 체온계 물고 쭈그려 앉아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오기가 생겼다. 내 작은 병 하나 못 고치면서 무슨 큰 병을 고치겠다고 ‘의사 선생님’ 소리를 듣나 싶었다. 한의원을 개원하고 약재로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밤새워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반복한 끝에 1974년 개발한 것이 바로 ‘편강탕’이다. 편도선을 강하게 한다는 의미로 편강(扁强)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편강탕을 환자들에게 처방하다 보니 편도선뿐만 아니라 감기, 비염, 심지어 아토피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모든 것의 뿌리가 폐라는 결론에 다다른 계기가 됐다. 그는 편강탕을 “숨은 그림 찾기 하다가 발견한 새로운 내비게이션”이라고 표현했다. 편강탕의 이름도 폐가 좋아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면 건강이 따른다고 해서 ‘편강(便康)’이라고 바꿨다.
“운동 목적의 80%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닌 폐를 깨끗이 하는 데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등산이나 조깅, 수영같이 숨을 헐떡이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거예요.”
“운동 목적의 80%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닌 폐를 깨끗이 하는 데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등산이나 조깅, 수영같이 숨을 헐떡이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거예요.”
“70세 생일 선물로 소득세 100억 낼 것”

편강탕 치료법은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비염은 3개월, 천식은 4개월, 아토피는 6개월 정도라고 한다. 입소문을 타고 천식, 아토피, 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편강한의원으로 찾아온다. 2010년 10월 한 달 동안 28만5000팩을 판매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1분에 6.4팩씩 팔린 셈이다.

편강탕이 성공하면서 지점을 늘려온 편강한의원은 현재 본점 격인 서초지점을 포함해 명동, 부천, 산본, 안산 등 5곳을 운영 중이다. 2010년 편강한의원의 매출액은 200억 원을 돌파했다. 2011년에는 서초동 본원에서만 매출 145억 원을 기록했다. 서 원장은 국내 한의사 중 납세 1위로 모범납세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70세 생일 선물로 소득세 100억 원을 내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서 원장의 또 다른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미국 오렌지카운티, 로스앤젤레스(LA), 애틀랜타에 편강한의원 지점을 열면서 교두보는 확보해둔 상태다. 일본 오사카에는 아토피·편강탕 한약연구소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중국 및 동남아에는 건강식품 형식으로 편강탕을 보급할 계획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관련 서적 출판을 시작으로 한의학과 편강한의원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한류의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류의 다음은 역시 한의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인들이 고치지 못하는 병을 고쳐 한국을 빛내는 것이 진정한 한류의 다음이죠.”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