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종합대책에는 세금폭탄 정밀유도탄 불발탄 폭음탄 시한폭탄 등 유달리 별명이 많이 붙었다. 그만큼 국민과 매스컴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는 방증이다.이제 1년이 경과됐는데 평가 또한 각양각색이다. 정부 당국은 실거래가를 공개하면서 가격을 잡았다며 성과를 과시하려는 반면, 매스컴은 주택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만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실패를 부각하려고 한다. 왠지 정부와 언론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8·31 종합대책의 주된 수단은 실거래가 공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강화, 주택담보대출 제한, 송파신도시 공급, 주택공영개발 확대 등이다. 특히 세제나 공급 분야는 정책 시차가 존재하므로 좀더 기다려 봐야 한다. 공과(功過)를 엄밀히 따질만한 근거가 아직 미약한 마당에 가격의 오르내림만으로 ‘성공의 함성’을 올리거나 무조건 ‘평가절하’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1년 만에 정책 효과가 완결되기는 어렵다. 현재 모두 진행형이므로 가격 하나로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첫째, 세제 효과를 살펴보면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인다는 취지대로 진행 중이다. 먼저 거래세는 법인과 개인 간 또는 개인 간의 주택 취·등록세를 모두 2%로 낮추는 법안이 확정됐다. 보유세는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과 3억 원 이상 토지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가 12월에 부과되는데 부부 합산으로 과세되므로 효과가 자못 클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부담 회피를 위한 투매 현상을 기대해 볼 대목인데 양도세 부담이 만만치 않아 거래가 활발치 않다.그 결과 주택 가격은 오르고 거래는 끊어진 매매 동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보유와 거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자연스레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둘째, 공급 효과를 보면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을 통한 도심재개발과 송파, 양주 신도시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청사진 수준이다. 당장 공급할 수 있는 도심 재건축은 족쇄가 이중삼중으로 채워져 있다. 조합원과 시공사는 일단 기다려 보자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3~4년 후의 주택 시장을 미리 내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미 기반시설부담금 부과 및 초과 이익(개발 이익) 환수 장치를 마련했으므로 나머지 규제들은 정리해야 한다. 소형의무비율 조항, 후분양제, 임대주택 의무비율 강제조항은 시장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셋째, 지방 주택 시장의 침체는 시작에 불과하며 점점 중병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중이다. 지방 침체의 일차적 책임은 수급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일단 일감 확보에 나선 건설사에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민간 택지 개발을 꽁꽁 묶어 놓은 채, 지방에만 공공택지를 경쟁적으로 공급해 놓고서 건설업체들을 지방으로 내몬 정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부동산 정책이 헌법처럼 바꾸기 어려워서는 곤란하다. 완벽한 대책이 처음부터 나올 수는 없다. 정책도 시장도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시행해 가면서 나타나는 불합리한 부분은 얼마든지 조정해 가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봄이 왔느니 오지 않았느니를 따질 때가 아니다. 혹독한 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가 더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잡힌 집값이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