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와 유머를 활용하면 소통이 쉽다
똑부러지게 논리적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소통의 달인 같지만 의외로 상대방이 설득되지 않는 저항을 보이거나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는 메타포나 유머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통과 관련해 여러 도움을 주는 권고들이 있는데, 공통된 내용 중 하나가 어려운 소통을 시작할 때 심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반대편에 서지 말고 파트너로서 관계 설정을 하라는 것이다. 가구 배치를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아니면 머릿속으로 ‘우리는 책상에 같은 편에 앉아 있어’라고 상상하는 메타포(metaphor)를 활용하는 소통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하나는 내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설득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너무 밀어붙이는 프레임으로 접근하지 말고 상대방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관심과 존중을 가지고 배우려는 학습 프레임으로 다가가라는 것이다. 속도가 더딜 듯하지만 강한 설득은 오히려 저항을 크게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관계를 망치기도 쉽다. 존중을 담아 배우려는 자세가 창조, 협력 같은 요인을 강화해 대화를 오히려 진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달하려는 내용 자체는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버추얼 소통일 때 심리적 거리가 소통의 내용을 추상화하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핵심 내용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권유된다.

메타포에 더해 유머를 소통에 더하는 것도 권한다. 은근히 유머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리더십에 있어 유머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소통 기술로 상당한 긍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비즈니스나 소통 측면에서 유모의 기능을 살펴본 여러 연구들의 결과는 한 마디로 ‘매우 긍정적’이다. 취업 인터뷰 시 좀 난처한 질문에도 유머를 곁들여 답하는 사람이 너무 심각하게 열심히 대답하는 사람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적절한 유모를 구사할 때 상대방이 나에 대해 더 유능하고 자신감 넘치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한 회사 임원이 회식이나 미팅에서 팀원들에게 유머를 구사하면 빵빵 터져 ‘내가 왜 유재석을 꿈꾸지 않았는지’ 후회했었는데 가족모임에서 젊은 자녀와 조카들 앞에서 자신 있게 유머를 시도했다가 너무 썰렁해 당황했다고 한다. “아빠, 설마 회사에서 이런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란 말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재미없는 유머에도 팀원들이 예의 차원에서 강렬히 반응해주다 보니 유머세포가 오히려 쇠퇴하게 된 경우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패한 농담의 결과는 어떨까. 의외로 나쁘지는 않다. 건조한 대화를 하는 사람에 비해선 더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썰렁한 농담을 할 용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 유능한 것으로 느끼지는 않는다고 한다. 센스가 좀 떨어진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도 종합 점수는 건조하고 심각한 대화만 하는 사람보다는 평가가 낫다.

그럼 최악의 유머는 무엇일까. 상황에 부적절하면서 웃기는 데도 실패한 농담이다. 이런 농담은 자신감과 유능함에 대한 평가를 모두 떨어뜨리게 한다. 유머의 핵심 공식은 정상적인 상식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에 부적절한 농담은 청중의 마음을 매우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한 최고경영자(CEO)가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를 유머공식에 넣어 ‘열심히 일하면 골병 난다’는 유머를 만들었다. CEO 회식에서 이 농담을 하며 일을 잠시 잊고 즐겁게 보내자고 하면 통할 수 있다. 회사 직원과의 회식에서 이 농담을 하면 재미는 없지만 부적절한 내용까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농담을 관절염 수술을 한 사람들이 있는 데서 한다면 사람들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그날로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

유머로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것은 전문가인 개그맨들도 연구하고 기획해서 시도를 해도 실패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유머의 실패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상황에 부적절한 유머는 조심해야 한다. 손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유모를 잘하는 사람만큼 조직에 중요한 사람이 잘 웃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가정과 조직에서 적절히 상황에 맞는 유모와 좀 싱거워도 잘 웃어주는 분위기가 구성원의 신뢰와 창조적 사고 능력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