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 ETF·EMP 등 간접투자로 돌파
지난 3월, 13년 5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했지만 이후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간접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자 코스피 지수 32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향상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 4월 9일 국내 주식 비중 밴드를 확대하는 유지규칙(리밸런싱)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곧바로 순매수로 전환할지 미지수인데다 달러 강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코스피 박스권 탈출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다.

코스피가 지루한 박스권 횡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간접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릴 것을 권고했다. 장기 투자에 용이한 상품에 투자하며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ETF는 소액으로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할 수 있고,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많은 투자자들에게 관심 받는 상품이다. 1개 상품만 구입해도 자연스럽게 분산투자를 할 수 있어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최근 전기자동차, 2차 전지 등 섹터별 ETF와 테마형 ETF가 주목받고 있다. 어떤 산업 분야가 유망한지는 알지만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할지 모를 경우 섹터별 ETF나 테마형 ETF를 담으면 된다. 지난 1월부터 4월 첫째 주까지 순매수 상위 5개 테마형 ETF로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KODEX 200선물인버스2X,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KODEX 2차전지산업, KODEX 미국FANG플러스 등으로 나타났다. 차이나전기차 ETF는 중국의 전기차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미국 FANG는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김인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국내 ETF 시장은 인덱스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단조로운 형태였다면 현재는 전략, 업종 섹터 등 ETF의 비중이 확연히 높아졌다”며 “국내 ETF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은 ETF 시장 성장에 긍정적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미국 리츠(REITs, 부동산투자사) ETF도 주목할 만하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다. 리츠 ETF는 다양한 리츠에 자동으로 분산투자 할 수 있고 유동성이 높아 거래가 쉬워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다.

미국 리츠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로는 뱅가드 리얼에스테이트먼트 ETF(티커명 VNQ), 아이셰어즈 미국 리얼에스테이트먼트 ETF(티커명 IYR), 슈왑 미국 리츠 ETF(티커명 SCHH) 등이 있다. 이들은 연 20%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 중이다.

4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ETF인 ‘반에크 비트코인 트러스트’에 대한 승인 심사 결과를 내놓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 ETF의 미국 증시 상장을 기다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과 안정성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3204만 원으로 시작한 뒤 지난 1월 6일 4000만 원, 2월 11일 5000만 원, 2월 19일 6000만 원을 각각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8000만 원선까지 급등하곤 했다.

초분산 펀드 ‘EMP’, 저금리 시대 대안
ETF를 골라 담는 EMP(ETF 자문 포트폴리오) 펀드도 부상하고 있다. EMP 펀드는 전체 투자 자산 중 절반 이상을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상품으로 ‘초분산 펀드’라고도 불린다. 이미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ETF를 다시 모았기에 원자재부터 채권, 파생상품까지 다양한 분야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EMP 펀드는 자산배분형 펀드라 분산투자 효과가 커 저금리 시대에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종경 미래에셋자산운용 WM마케팅본부 팀장은 “해외 주식도 직접투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미국 등 한국과 시차를 두고 증시가 열리는 곳들이 많다”며 “직접 실시간으로 매매하기보다 장기간 펀드에 돈을 맡겨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펀드 설정액이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TF에 투자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누리려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비과세 종합저축계좌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했다. 특히 올해 도입된 중개형 ISA는 기존과는 달리 국내 상장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개형 ISA는 위탁매매업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에서만 개설할 수 있다.

중개형 ISA는 ETF를 포함한 기존 펀드와 파생결합증권(ELS, DLS), 리츠 외에도 국내 상장 주식에 직접투자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만 19세 이상이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누구나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고, 의무 가입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기간이 짧아져 주목받고 있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대부분이 예·적금 중심의 신탁형 ISA에 편중돼 실제 절세 계좌로서의 기능을 거의 못했다”며 “ISA 제도 개편으로 고객 선택의 폭이 확대돼 절세 혜택을 노린 투자자가 증권사의 중개형 ISA에 대거 몰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효과를 챙기려면 연금저축펀드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연금저축펀드와 IRP 계좌의 경우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납입금액의 300만~900만 원 한도)가 가능하고 연금 수령 시까지 과세이연이 되는 효과가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호조로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보험, 은행상품에서 증권사 IRP로 눈을 돌리는 동학개미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보험사에서 미래에셋, NH투자, 한국투자, 삼성 등 4개 증권사로 옮겨온 IRP 자금 규모는 지난해 4374억 원으로 전년 1563억 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IRP를 운용·판매하는 증권사 13곳의 지난해 4분기 말 평균수익률은 6.1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전년 말 3.59% 대비 2.58%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호조세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의 퇴직연금 상품으로 가입하거나 이전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증권사들도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퇴직연금 상품 관련 마케팅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간접투자 상품을 장기·분산투자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종목을 분산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문제가 있는 종목은 처분해 투자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펀드 투자를 통해 직접투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분산효과, 다양성 등을 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간접투자가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은 간접투자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장기간 적립식으로 꾸준히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며 “주식, 펀드, 퇴직연금 등 장기 투자에 용이한 상품을 오랜 기간 보유할 경우 주식 규모를 늘리고 세제 혜택도 부여받아 은퇴 대비에 유용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글 정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