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자국 내 백신 생산 기업인 화이자와 모더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미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으며, 5월 16일 기준 전체 인구 중 한 번 이상 백신 접종한 이의 비율이 5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인 전 국민의 70% 이상에게 적어도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 정상화에 있어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강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유럽 등의 선진국이 백신 접종 속도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이며 정책 여력 역시 우호적이다. 반면, 신흥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백신 보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또한 일부 신흥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경기 회복세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좀 더 길게 보면 이러한 격차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당분간은 선진국이 신흥국 대비 빠른 경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 전략에 있어서도 선진국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 회복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 가장 유망해 보인다. 그간의 랠리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정책 모멘텀이 가장 강력하고 양호한 기업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 또한 유럽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 들어 백신 접종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경기 회복 기금 집행이 예정돼 있어 긍정적이다.
경기민감 가치주 주목…해외 ETF 환헤지 여부 확인
주식시장 내에서는 경기민감 가치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테마 등으로 크게 각광을 받았던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의 성장주는 올 들어 금리 상승세와 함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로 인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지난해 증시에서 소외됐던 경기민감 가치주들은 저평가 매력과 경기 회복 수혜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성장주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정상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경기민감 가치주의 비중을 당분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 특히 해외 주식투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수단 중 하나가 상장지수펀드(ETF)다. ETF에 투자할 때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ETF는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다. 특히 ETF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각각의 시장환경에서 특정 ETF가 어떤 성과를 낼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둘째, ETF는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실시간 거래라는 특징이 무조건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장중 적극적인 트레이딩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국내 상장 ETF의 경우 결제일이 일반 주식처럼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매우 다양한 성격의 ETF가 상장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각의 시장환경 또는 투자자의 투자 목적에 맞는 ETF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최근 국내 ETF 잔고가 59조 원에 육박하며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잔고(54조 원)를 추월했고 글로벌 전반적으로도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이 같은 ETF의 장점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해외에 상장된 주식으로 구성된 ETF를 고를 때에는 환헤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벤치마크, BM)는 동일하지만 환헤지를 하는 상품과 하지 않는 상품이 있을 수 있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ETF가 추구하는 BM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것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환헤지 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투자하기 편하다.
반면,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은 BM의 수익률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 변동분(달러의 성과)까지 매일 혹은 실시간 수익률에 반영되기 때문에 환율의 방향성까지 계산에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만약, 향후 원화 강세(달러 약세)를 전망한다면 원화로 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환헤지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는 국내 투자자가 미국 주식으로 구성된 원화 ETF에 중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는 쪽이 투자 성과에 유리할 수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가 금융시장 위험회피 국면에서 원화의 가치 하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자산가격의 변동성을 줄이며 양호한 투자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 기간별로 주목할 만한 美 대표 ETF
이제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 내 ETF 투자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살펴보도록 하자. 스타일별로 나누어본다면 경기민감 가치주 범주에는 다우존스30 ETF와 러셀2000 ETF가 있다. 다우존스30 ETF에는 IT 업종 외에도 경기민감 업종이라 볼 수 있는 금융과 경기소비재, 산업재, 에너지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들이 다수 편입돼 있다(4개 업종 합산 55% 비중, 2021년 4월 기준). 이 업종들은 지난해 코로나19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최근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반등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러셀2000 ETF는 미국 증시 시가총액 1000~3000위에 해당하는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ETF로 내수 비중이 높고 경기에 민감한 기업 비중이 높아 ‘미국 경기의 바로미터’라고도 불린다. 중소형주라는 점에서 변동성은 크지만 경기 회복 수혜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고려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한편, 당장은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주 범주로 볼 수 있는 ETF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심을 둘 만한 투자 대상으로는 나스닥100 ETF와 미국 테크톱10 ETF, FANG+ ETF, 필라델피아 반도체 ETF 등이 있다. 우선 나스닥100 ETF는 4차 산업혁명의 수혜가 예상되는 IT, 소비재, 헬스케어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 시장의 주요 핵심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ETF로 나스닥 시장의 성격상 성장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미국 테크톱10 ETF는 나스닥에 상장된 종목 중 거대 IT 기업 10개로 구성된 ETF로 나스닥100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편인데 구성 종목 수가 작아 나스닥100보다 높은 기대수익률 및 변동성을 기대할 수 있다.
FANG+ ETF 역시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 IT 기업 10개로 구성된 상품으로 10개 종목이 동일 비중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서 FANG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을 의미하며 이외에 애플, 테슬라 등도 편입돼 있다. 미국 IT 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자 한다면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다. 마지막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ETF는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국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ETF 포트폴리오 조합 어렵지 않아
앞서 ETF를 구성하는 상위 종목들을 살펴보면 미국을 대표하는 다국적 IT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현재 시장환경이 성장주에 우호적이지 않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내 일부 비중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상기한 미국 주식 ETF로 다음과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경기 사이클이 순환하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 흐름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한 가지 스타일이 지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주식시장 내에서도 성장주와 가치주를 적절히 조합해 투자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주식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가 접근하기 좋은 가장 무난한 조합은 다우존스30 ETF와 나스닥100 ETF다. 둘 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로 경기민감 가치주 비중이 높은 다우존스30과 기술성장주를 대표하는 나스닥100을 조합할 경우 최근처럼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도 잘 대응할 수 있다.
하나의 상품에만 투자하고 싶다면 미국 주식 대표 지수인 S&P500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 투자자라면 러셀2000 ETF와 FANG+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렇게 투자할 경우,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으나 그만큼 기대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경기 회복 수혜가 예상되는 경기민감 가치주 비중을 좀 더 높이기 위해 ETF를 하나 더 추가할 수도 있다. 다우존스30와 러셀2000에 모두 투자하고 나스닥100이나 미국 테크톱10 ETF 중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렇듯 각각의 ETF 성격만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ETF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주식투자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ETF를 통해 미국 주식부터 투자를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김성길 SC제일은행 투자자문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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