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건 XXBLUE 대표(서울옥션블루 NFT 사업 총괄)

팬데믹 상황 속에서 디지털로 즐길 수 있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국내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도 NFT 기술이 가진 가능성에 베팅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세건 XXBLUE 대표이사
오세건 XXBLUE 대표이사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 시장을 일반인도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올해 상반기 미술품 경매 시장을 달군 NFT 디지털 아트 트렌드가 국내 시장에도 스며들었다.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관계사 서울옥션블루와 함께 올해 3분기 가상자산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아트를 통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다.

가까운 미래, 갤러리나 경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미술품을 향유하고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 펼쳐질 수 있을까. 서울옥션블루의 NFT 사업을 총괄하는 오세건 XXBLUE 대표이사를 만나 NFT 디지털 아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서울옥션블루가 미술품 디지털 자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준비 중이신가요.
기존의 실물 미술품을 디지털 자산화한 뒤 NFT 기술을 통해 소유권을 증명하고, 디지털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해외에는 누구나 편하게 디지털 아트를 올리고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하는데요. 저희 서울옥션블루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고, 우선 작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 아트 사전 등록 이벤트도 진행했는데, 이벤트를 연지 10일 만에 800명 정도의 작가들이 응모했습니다. 저희는 신진 작가와 기성 작가를 구분하지 않고 있는데요. 작가를 구분 짓기보다는 이 분야에 도전하는 모든 분들을 작가로 존중해드리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기성 작가들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부분을 저희가 도와드리면서 디지털 아트 시장에 좀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기성과 신진의 대립이 아닌 모두가 평등한 링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작가들이 디지털 아트를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

NFT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NFT라는 기술은 굉장히 폭넓은 기술입니다. 디지털 파일의 고유성과 소유권을 증명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미술품 외에도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서울옥션은 ‘아트’라는 좋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트 콘텐츠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동안 서울옥션블루의 자회사 XXBLUE의 대표이사로 한정판 거래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요. 그런 제가 갑자기 NFT 사업을 맡게 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미술품 NFT 시장도 한정판 거래 시장과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제가 기존에 했던 한정판 사업 또한 ‘컬렉터의 기질’을 기르는 측면이 있거든요.

일반인들에게 처음부터 1억 원짜리 미술품 구매에 도전해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소액으로 컬렉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컬렉터들이 장기적으로 미술 시장을 폭넓게 향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NFT 미술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1000원짜리, 1만 원짜리 작품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안목이 높아져서 더 좋은 작품을 구매하는 데도 도전할 수 있거든요. 그런 가교 역할을 저희가 하고 싶다는 목표 아래 NFT 비즈니스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가볍게 거래했던 1만 원짜리 작품이 나중에 10만 원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미술품 투자에 재미를 느낀 컬렉터들이 늘어나면 전체 미술 시장도 확장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존 미술품과 NFT 미술품의 차이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존에는 미술품을 구매하려면 오프라인에 있는 갤러리에 방문하거나 직접 경매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NFT는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온전히 온라인을 통해서만 거래하는 게 가능합니다. 또 실물 미술품을 낙찰받을 경우 작품을 수령하는 과정이 번거로운데요. 디지털 자산은 전송 한 번으로 개인 소유 디바이스에 이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항상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나 태블릿PC를 통해 손쉽게 작품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기존 미술 시장과 달리 미술품에 편리하게 접근 가능한 ‘기술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머니를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이 있어야만 ‘돈’이라고 생각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화된 숫자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도 아무 거부감이 없죠. NFT 미술품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세건 XXBLUE 대표이사
오세건 XXBLUE 대표이사

NFT 디지털 아트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언제나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이 또한 성장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후에 이 기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시장에서 합의점을 찾게 되면 그때부터는 또 새로운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NFT 작품의 진위 논란으로 미술계가 시끄럽기도 했는데요.
사실 위작에 대한 논란은 실물 미술품 시장과 마찬가지입니다. 실물 세계에서 위작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작품이라면 NFT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실물 작품의 경우 너무 똑같이 그리면 위작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운데요. 특히 작가 사후에는 더 해결하기가 어렵죠. 반면 NFT는 자체적으로 해시값을 갖기 때문에 진위 논란에서는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원본이 존재하는 실물 작품을 NFT 디지털 아트로 변환하면, 두 작품은 각각 별개의 작품이 되는 건가요.
그 부분을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데, 맞습니다. 원본 작품과는 별개의 또 다른 작품이 됩니다. 그래서 NFT의 개념이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확장성이 큰 기술이죠.

최근 2030세대들이 NFT를 비롯한 아트테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그동안은 아트테크라고 하면 ‘재산 있는 분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많았죠. 상속의 수단이라는 인식도 많았고요. 하지만 NFT 시장이 활성화되면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일반 작가들의 활동이 활발해져 작품의 단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갤러리에 자신의 작품을 홍보해야 한다는 장애물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자신의 그림을 좀 더 손쉽게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미술품과 블록체인의 만남이라는 기대감 덕에 재테크 수단으로 NFT 디지털 아트를 주목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새롭게 형성되는 디지털 시장인 만큼, 아직은 새로운 문화를 향유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NFT 미술품으로 투자자산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 시장을 일반인들도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저희의 더 큰 목표입니다.

NFT 디지털 아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중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NFT가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이 분야에 넘어오려는 것 같습니다. 최근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 디지털 아트가 780억 원에 낙찰됐던 사례가 있었죠. 이처럼 자극적인 면만 보고 ‘저 작품도 사면 오르겠다’고 접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것 같습니다.

시장이 올바르게 형성되려면 이 분야를 정말 좋아하는 지지자들이 생겨야만 합니다. 만약 10명 중 10명이 모두 투기적 관점에서 NFT 미술품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이 분야는 완전히 시장경제 논리로만 돌아가게 됩니다. 누가 먼저 ‘던지냐(매도)’의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작품 가격이 갑자기 폭락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어요. 따라서 작가의 포트폴리오나 활동을 충분히 살펴본 뒤 작품을 선택하고, ‘꿩도 먹고 알도 먹는다’는 개념으로 미술을 향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