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사례로 본 미술품의 상속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 신고가 지난 4월에 이루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상속재산 및 상속세를 비롯해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고인의 소장 미술품 또한 화제가 됐다.

세계적으로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소장 미술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결국 국보 14점과 보물 46점을 포함한 문화재 2만16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김환기와 피카소의 작품이 포함된 근·현대 미술 작품 1600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미술품이 상속재산에 포함돼 있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상속세를 신고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술품 특성상 전문가의 감정가액으로 평가
일반적으로 상속재산은 피상속인에게 귀속되는 모든 재산으로,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을 포함하므로 피상속인의 유산 중 미술품이 포함돼 있다면 기본적으로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해당해 이 재산의 가액은 시가로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서화, 골동품과 같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 유형자산의 경우 동일한 재산이 없고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증세법에서는 이러한 경우 ‘서화·전적’, ‘도자기·토기·철물’, ‘기타 골동품’ 등 전문 분야로 구분해 각 전문 분야별로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그 가액이 국세청장이 위촉한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가액보다 낮을 경우 그 감정가액으로 평가한다.
삼성家 사례로 본 미술품의 상속세
기증 방식에 따라 비과세 또는 과세가액 불산입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의 사례와 같이 상속재산에 포함된 미술품을 기증한다면 상속세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인 국보 제216호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같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비과세되는 상속재산에 해당해 기증 여부와 무관하게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박물관 등에 기증하는 미술품은 상증법상 비과세되는 상속재산에 해당하므로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지자체 미술관에 기증된 고인의 미술품은 상속재산에서 제외돼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또한 상기 비과세와 별도로 상증세법에서는 종교, 자선, 학술 또는 그 밖의 공익법인에 출연한 상속재산의 경우에는 과세가액 불산입 재산으로 보아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속받은 미술품을 국가 또는 지자체가 아닌 미술관에 기증하더라도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상속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해 과세가액 불산입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상속받은 재산을 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이내에 출연해야 하며, 둘째, 상속인이 출연한 공익법인의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해 이사가 되지 않아야 하고, 셋째, 이사의 선임 등 공익법인의 사업운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미술품은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충당 불가능
상증세법상 비과세 및 과세가액 불산입 규정은 해당 미술품가액을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에서 제외해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을 의미할 뿐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납부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부동산과 일부 비상장 유가증권의 경우에만 상속세 물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 등 해외 국가에서는 상속세의 미술품 물납을 허용하고 있는바 프랑스의 국립피카소미술관에는 대물변제 된 피카소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영국, 일본 등도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낼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가적으로는 미술품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개인적으로는 상속세의 납부 부담을 덜고자 미술품을 물납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거운 상황 속에서 개정안 통과 여부의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가에서 납부까지 다양한 이슈가 있는 미술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보다 많은 주의가 요구되는 만큼 사전에 전문가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세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용 파트너·양재영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상속증여전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