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과 증여는 궁극의 목적은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닮은 듯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 특히, 증여세는 민법상 증여가 아니어도 과세될 수 있다. 어떤 점들에 유의해야 할까.
민법상 증여가 아니어도 증여세 낼까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때문에 상속과 증여라는 단어는 익숙하다. 그런데 상속세는 민법상 상속에 대해 과세되지만, 증여세는 민법상 증여가 아니어도 과세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증여가 아닌데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게 처음에는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오늘은 상증세법상의 '증여'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사례]
갑은 A사와 B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던 자다. 을은 A사의 대표이사이고, 갑과 특수관계에 있다. 갑은 A사와 B사를 상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C사를 설립하기로 계획했다. 갑은 을에게 2005년 12월 8일 1억7000만 원의 현금을 증여했고, 을은 그 현금으로 2005년 12월 20일 C사의 발기인으로서 C사 주식 2% 상당을 인수했다.

C사는 그 이후인 2005년 12월 29일 설립됐고, 2007년 1월과 8월 각 A사와 B사를 각 흡수해 합병했다. 을이 C사 주식을 인수한 날로부터 5년 이내인 2010년 1월 C사가 상장됐고, 을이 보유한 주식은 약 74배가 상승했다.

당시의 상증세법 제41조의 3은 ‘주식 또는 출자지분 상장 등에 따른 이익 증여’에 관해 규정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증여자가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최대주주 등이고, △수증자가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을 것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법인의 주식 등을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할 것 또는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으로 최대주주 등 외 자로부터 법인의 주식 등을 취득할 것 △위 주식 등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주식 등이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등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을 것, △그 이익은 상장일 등으로부터 3월이 되는 날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등이 그 요건이었다.

과세당국은 을이 갑으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C사의 주식을 인수한 것은 상장이 예상되는 주식을 취득할 기회를 받은 것이고, 결국 C사가 상장되자 을은 주식 가치 상승에 따른 약 74배에 이르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으므로, 위 제41조의 3을 근거로 을에게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C사 주식 관련 이익에 대해 증여세 부과 처분을 했다.

[의문]
필자는 이 사례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을은 2005년 12월 8일 갑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1억7000만 원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했을 것인데, 또 증여세를 내야 하는가. 둘째, C주식이 상장되는 과정에서 받은 차익은 을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인가. 그럼 누구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인가. 셋째, 을이 C사 주식을 통해 얻은 이익은 나중에 을이 주식을 매각하면서 실현되는 양도소득이 아닌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과세당국의 예상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증세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민법상의 증여와 다른 '증여' 개념을 포괄적으로 정의했다. 을이 갑으로부터 받은 1억7000만 원의 현금을 받은 것은 민법상 증여이고, 그 이후 C주식이 상장됨에 따라 얻게 된 이익은 결국 갑의 도움(기여)으로 재산 가치가 상승한 것이어서 상증세법의 '증여' 개념에 포함된다. 따라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게다가 상증세법은 ‘주식 또는 출자지분 상장 등에 따른 이익’에 대해 증여재산가액의 계산 규정(즉, 증여세를 계산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으니 을도 증여세를 내야 하고, 그만큼은 나중에 양도소득세에서 공제된다. 과세당국의 예상 답변 중 핵심은 민법상 증여가 아니어도 상증세법의 '증여' 개념에 해당할 수 있고, 그 경우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것이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지만,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 한번 살펴보자.
민법상 증여가 아니어도 증여세 낼까
[설명]
2003년까지는 상증세법에서 ‘증여’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당사자 간 계약에 의해 당사자 일방의 재산이 무상으로 상대방에게 이전되는 것”에 해당하는 민법상 증여에 대해서는 당연히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고, 그 밖에 △(증여는 아니지만) 상증세법에 별도 규정으로 특별히 열거된 경우에는 ‘증여’가 ‘의제’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금에 대해서는 거래 또는 행위 당시의 세법이 적용되고 특히 소급입법에 의한 과세가 금지된다. 그러므로 민법상 증여 이외에 ‘증여로 의제’되는 경우를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을 취할 경우 변칙 또는 편법을 통한 재산 이전 또는 재산 가치 증가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데에 한계가 있게 된다.

누군가 새로운 자본 거래 또는 금융 기법을 통해 재산을 이전받고 재 산가치가 증가되면, 그때부터 상증세법을 개정해 증여의제 규정을 신설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물론, 상증세법을 개정해 증여의제 규정을 신설하기 전에 이루어진 거래 또는 행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2003년 말 상증세법을 개정하면서 상증세법이 구체적으로 예정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그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 행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상증세법상 증여 개념 자체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소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기존 증여의제 규정은 증여 시기,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규정(이하 개별 가액계산규정)으로 전환했다. 증여의제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는 이미 상증세법상 증여 개념에 포함되기 때문에 증여로 의제할 필요가 없게 됐다.

구체적으로 2003년 말 개정된 상증세법 제2조 제3항(현재 제2조 제6호)은 “이 법에서 증여라 함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 형식, 목적 등에 불구하고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 무형의 재산을 타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하여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해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대단히 포괄적으로 정의했는데, 특히 △재산이 이전되는 경우 이외에, △기여에 의해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까지 상증세법상 ‘증여’에 포함됐다.

이와 같이 개정된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에 대해서는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포괄적인 ‘증여’ 개념은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인 과세 요건 명확주의 등에 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경우가 증여이고, 증여세가 과세되는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증여세를 내야 한다면, 당연히 재산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거래나 행위를 하기 조심스럽게 된다.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이해하고 어떤 거래나 행위를 했는데, 뒤늦게 세무조사 등을 통해 증여세가 과세되면 법적 안정성에도 반한다. 게다가 증여세만 과세되는 게 아니라,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고 증여세 납부를 늦게 한 데에 따른 신고 불성실가산세(증여세의 10~40%)와 납부 불성실가산세(현재는 1일당 0.025%)가 추가로 과세된다.
그런데 세금은 과세 여부만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즉, '증여'에 해당한다고 해 곧바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세 시기, 과세 금액 계산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법에서 △어떤 경우에 세금을 내야 하는지 이외에, △그 세금을 언제 내야 하는지(과세 시기), △그 세금이 얼마인지(과세 금액 계산)에 대해서까지 정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은 증여세를 내도록 하고 있을 뿐 언제, 얼마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상증세법의 개별 가액계산규정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사실상 한계가 된다. 개별 가액계산규정에서 예정한 행위 또는 거래와 유사하지만 해당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규정을 근거로 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경우 다시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을 적용해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오히려 개별 가액계산규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대법원은 어떠한 거래·행위가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 규정된 증여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납세자 예측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상증세법의 개별 가액계산규정이 특정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한정하거나 증여세 과세 범위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경우 그 개별 가액계산규정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제2조 제3항의 증여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그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66 판결, 이하 '2015년 판결').
즉, 대법원은 상증세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증여' 개념에 들어맞는다고 해 제한 없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함으로써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 제도의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판례가 나오자, 2016년 말 상증세법이 다시 개정돼 제4조 제1항 제6호로 “개별 가액계산규정에 해당하지 아니하더라도 해당 규정을 준용하여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할 수 있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다시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본다. 대법원(2018.12.13. 선고 2015두40941 판결)은 △2015년 판결을 인용하면서, △상증세법 제41조의 3 문언은 법인이 설립되기 이전 단계인 발기인이 자금을 증여받아 신설 법인의 주식을 인수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규율한 것은 아니며, 법인 설립 전 발기인의 주식 인수 등 다른 유형의 주식 취득에 대해서는 이후 상장으로 이익을 얻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한계를 정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C사가 설립되기 전인 발기인의 지위에서 C사의 주식을 인수한 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도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2016년 말 개정된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가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었다. 아직 개정된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가 문제된 대법원 판결은 없다.

결국 상증세법에 열거된 개별 가액계산규정에서 규율하는 특정한 유형의 행위 또는 거래에 대한 해석 또는 판단, 그리고 이를 ‘준용’해 증여세를 계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됐다. 아쉽게도 관련 선례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며, 여전히 증여세를 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국세청은 기업의 자산 또는 구조 변동에 대해 ‘증여세’ 탈루가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한다. 기업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어떤 경우가 ‘증여세’로 과세되는 경우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알려 달라. 소득세로 낼 세금을 왜 억지로 '증여'로 보아 증여세로 과세하는가. 소득세율도 이미 충분히 높지 않은가.”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