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가장 핫한 투자 키워드 중 하나는 ‘메타버스’였다. 하지만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크다. 과연 이 투자 열풍은 버블일까, 미래로 나아가는 열쇠일까.
[special]핫 키워드 '메타버스', 투자도 뜨겁나
현재 메타버스는 전 세계를 관통하는 뜨거운 화두다. 그러나 가상과 현실이 융합돼 만들어질 초현실 세계에 대한 해석은 아직 분분하다. 인류의 생활양식을 바꾸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는 흥분의 반대편에는 실체가 없는 단순한 마케팅용 신조어로 치부하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혼란의 주된 원인은 하나의 단어가 포괄하는 산업의 범주와 영향력이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광고, 엔터테인먼트, 결제, 블록체인은 물론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테마도 빠질 수 없다. 투자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아닌 산업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분명한 현실이자 다가오는 미래다. 넓게 보면 인터넷으로부터 파생된 ‘연결’이라는 가치 속에서 가장 진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춘 서비스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류 문명의 무게추가 현실에서 가상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필연적인 변화다.

경제적 측면에서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Z세대다. 이들은 이미 디지털 기기 활용과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에 익숙하다. 기업 입장에서 메타버스를 포기한다는 것은 특정 세대의 고객층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의 주요 연령층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이 잘 드러나 있다. 제페토(누적 가입자 2억 명)의 10대 이용자 비중은 80%다. 로블록스는 미국 16세 미만의 55%가 가입돼 있다.
현실세계의 고단한 비용(돈, 감정)들을 고려하면 젊은 세대들일수록 더욱 메리트가 크다. 자신만의 디지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권력은 세대 간 불균형에 대항하는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 Z세대 이후에도 이어질 큰 흐름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메타버스 관련 시장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25년 기준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현재의 6배 이상인 2800억 달러 규모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전망한 확장현실(XR: VR+AR) 시장의 글로벌 파급효과는 2025년 기준 4764억 달러에 달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메타버스 밸류체인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에서도 변화들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관련 기술 및 서비스의 도입이 가팔라지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페이스북의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 판매 호조가 대표적이다. VR 하드웨어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타 부분 매출액 성장률이 급증하고 있다. 신제품 발매와 성수기 효과가 더해진 2020년 4분기, 2021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6%, 147% 성장했다.

메타버스 시장이 개화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애플의 진출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AR 글라스 외에도 VR HMD(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 VR 장갑 등 관련 기기들을 준비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XR 시장이 휴대전화를 대체하는 대세 컴퓨팅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special]핫 키워드 '메타버스', 투자도 뜨겁나
메타버스, 개인 콘텐츠 시대 가속화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공개된 에픽 게임즈 언리얼 엔진의 메타휴먼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이다. 실사에 가까운 디지털 인간을 손쉽게 생성하도록 도와주는 툴이다. 그 밖에 다양한 3차원(3D) 렌더링 및 특수효과 관련 스튜디오들이 메타버스를 표방하며 다양한 툴들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콘텐츠 제작자의 시간과 비용이 큰 폭으로 절약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결국 메타버스 시대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소비에서 창조로의 무게 이동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대전환은 인터넷과 유튜브를 거쳐 메타버스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진정한 고도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는 고도의 렌더링 기술 없이도 개인이 영화나 게임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부문의 흥행도 심상치 않다. 밸브 코퍼레이션의 ‘하프라이프: 알릭스(Half Life: Alyx)’가 대표적이다. VR 게임에 한 획을 그은 타이틀로 2020년 3월 출시 당시 동시 접속자는 4만3000명에 달했다. 이전 VR 게임 중 최고 동시 접속자 수 기록을 보유한 본웍스(Boneworks)의 8700명, VR 게임의 대명사인 비트세이버(Beat Savor)의 4500명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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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동시 접속자 수는 하향 안정화됐지만 해당 게임을 통해 VR 게임에 입문한 사용자들의 꾸준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스팀 유저 중 VR 하드웨어 기기를 통해 접속하는 비율도 1.3% 수준에서 2%대로 급등했다. 아직 초기 시장임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바이오하자드4 VR’ 등 대작 타이틀의 출시를 기점으로 VR 게임의 침투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체인 전반의 발달과 함께 이미 초기 형태의 메타버스는 시작됐다. 게임과 플랫폼(SNS)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사용자의 제한된 시간을 두고 향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메타버스의 선결 조건인 커뮤니티(massively multi-user virtual worlds)와 아바타를 생성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가상의 공간에 모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게임의 경우 콘텐츠 중 유일하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플랫폼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기존 플랫폼에 종속되던 구도를 탈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기존 플랫폼 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가령 특정 게임 속에만 존재하는 환상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주문하면 현실의 집으로 배달이 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각자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초기 모멘텀은 게임 부문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접근성과 수익화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손쉽게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일정 수의 유저가 확보돼 유료로 게임을 즐기기 용이하다. 반면, 대형 플랫폼들의 경우 고도화된 가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의 제약을 받는다. 5세대(5G) 및 VR·AR 기기의 대중화에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VR·AR 기기를 활용한 콘텐츠의 경우 최근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컴퓨터, 모바일, 콘솔 게임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인 포트나이트와 마인크래프트의 월간순사용자수(MAU)는 각각 2400만 명, 1600만 명 수준이다. 반면 스팀 유저의 VR 게임 월평균 동시 접속자 수는 2만 명 수준이다. VR HMD 역사상 최고의 흥행이 예상되는 오큘러스 퀘스트2의 분기 판매량이 110만 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아직 경쟁을 위한 기본 조건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향후 투자, 펀더멘탈 확고해야
결국 플랫폼 기업들의 진가는 후반전에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쓸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하드웨어 인프라를 활용하는 범주를 넘어서 결제, 콘텐츠, 이커머스 등의 기능을 메타버스 내에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메타버스 초기에는 게임 위주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이 주목을 받겠지만 타 영역에서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 및 통계 전문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VR·AR 산업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 수준으로 예상된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67%(234억 달러)의 시장이 활짝 열려 있는 셈이다. 운영체제(OS), 클라우드 등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의 활약이 예상된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는 다양한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영역이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련 테마주의 주가 급등락이 관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접근법은 본업에서 확고한 펀더멘탈을 입증한 가운데 메타버스로의 확장이 용이한 기업들이다.

VR 시장의 선구자이자 최근 메타버스 회사임을 천명한 페이스북, 게임계의 유튜브를 표방하는 로블록스, 게임 엔진을 제공하는 유니티소프트웨어, AR 서비스를 선도하는 스냅 등의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본질적으로 메타버스는 인류가 경험하는 필연적인 제약(시간, 공간)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무한한 기회의 영역이다. 기존의 투자 프레임으로 섣부르게 재단하기보다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트렌드와 기술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다면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소비에서 창조로의 무게 이동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는 고도의 렌더링 기술 없이도 개인이 영화나 게임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글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