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은 녹록지 않은 투자 시장에서 적극적인 위험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토대로 한 안정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
시장만 잘 진단한다면 실패하지 않는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big story]전문가 3인 “투자 정체 구간, 혁신 테마 주목하라”
(사진 왼쪽부터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부센터장,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하반기로 들어서자 투자 시장 분위기는 정체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세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기조 등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넘쳐나서다.

전문가들은 현 시장이 대응하기 쉽지 않지만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하며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방어적인 태도로 투자에 임하기보다는 최근 트렌드에 걸맞게 구조적 성장을 주도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혁신 테마를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하반기 시장 진단과 투자 맥을 짚기 위해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부센터장 전문가 3인의 지상 좌담을 통해 현 시장을 진단해본다.


최근 미국의 테이퍼링을 시작으로 긴축 시그널이 나오고 자산가격이 많이 올라 있어서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시장인 것 같습니다. 현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서 센터장)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올해 3월까지는 변동성이 컸지만 지금은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실치 않고 미국 인플레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가 상승 이슈도 예상과 달리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Fed가 당초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는 투자 판단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하 이 실장) 현재는 경기나 시장이 비교적 양호하지만 갑자기 베어마켓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했고 이젠 긴축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는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일본이 앞서 자산버블을 겪었는데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안정기라고 보기엔 불안감이 다소 커진 시장입니다.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출 규제 강화를 통해 시중 유동성 축소를 강하게 유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부센터장(이하 정 부센터장) 현재 유동성 축소 움직임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미 자산 시장에는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고 판단합니다. 미국 경기 회복이 물가를 자극할 정도가 되면 금리 인상 등으로 사전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입니다. 물론 금리 인상 전에 테이퍼링을 먼저 시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서 센터장 코로나19 백신율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애프터 코로나(After-Covid)가 아닌 위드 코로나(With-Covid)로 전 세계의 방역정책이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변수로 부각됩니다. 이에 따라 완전한 정상화를 예상하며 선제적으로 올랐던 일부 섹터들은 다소 신중하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big story]전문가 3인 “투자 정체 구간, 혁신 테마 주목하라”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에 따른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투자자들도 한국 시장 자체를 경기에 민감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경기가 둔화된다고 판단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주가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주당순이익(EPS)과 기업의 현재 가치를 판단해 적정한 주가를 산정하는 밸류에이션으로 나뉘는데, 한국 시장은 EPS 영향이 더 크다는 점 때문에 경기민감주로 분류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서 올해로 넘어올 때 국내 기업 실적 규모가 2배 이상 늘었고 주가도 많이 올랐는데 현재 기준에서 내년까지는 10% 상승도 안 됩니다. 사실상 주가가 더 상승할 만한 재료가 없는 셈입니다. 실적 상승이 크지 않은 한국 기업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크지 않다고 분석됩니다.

이 실장 미국 Fed의 금리 인상 시그널, 중국 경기 둔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지면 10년 넘게 지속된 유동성 장세가 끝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투자에 대한 판단도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경제 상황이 썩 좋지 못한 것도 우려 요인입니다. 최근 중국 내 교육 산업, 금융 산업 등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로 중국 내 기업들의 규제 준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경기가 둔화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큰 위험입니다. 물가 상승은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양극화를 초래하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어 전방위적으로 시중 유동성 축소에 대한 압박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정 부센터장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력과 이에 따른 경기 회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미·중 간의 갈등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에 따라 과거 2018년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자산 시장이 출렁거렸던 양상이 재현될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선 규제는 최소화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자산가격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는 자칫 자산가격 과열 현상이 지속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방향대로 영향력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하는 데 있어서 환율 움직임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서 센터장 달러 가치는 기본적으로 달러·원 환율입니다. 달러가 원화의 상대가치인데 원화의 영향력은 보통 달러가 결정합니다. 달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가 올라가는 것이고 달러 가치도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상 달러 강세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테이퍼링도 시사했고 내후년 쯤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인플레가 가장 이슈이고, 인플레를 완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달러 강세입니다. 달러 강세가 되면 글로벌 원자재 등의 물가 압력은 떨어질 것입니다. 미국 경제 전망도 올해 6%, 내년 4%로 전망되고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플레 이슈를 감안한다면 달러 약세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달러를 보유하는 것은 괜찮다고 봅니다.

이 실장 미국 Fed의 테이퍼링이 본격화되고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화 강세가 강하게 나타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돼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big story]전문가 3인 “투자 정체 구간, 혁신 테마 주목하라”
한국은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글로벌 증시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가운데 오히려 투자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달러 자산은 특성상 위기 상황에서 가치가 올라갈 뿐 아니라 해외 직구를 하거나 세금을 증여할 때도 편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달러 강세로 갈수록 달러 실물, 달러 예금,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달러 리츠 등 달러를 기초로 하는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 부센터장 금융위기 이후 환율은 큰 범주로 보면 대략 원화당 1050원에서 1200원의 박스권에서 움직였습니다. 1120원 이하면 매입을, 1180원 이상이면 매도를 검토하고, 1120원에서 1180원 범위 내인 경우는 급한 수요가 아니면 매입이나 매도는 유보할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범위 내에서 환율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일반 투자자가 아닌 전문 투자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변이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해선 엇갈리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하반기 경기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서 센터장 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공급망 제약이 길어지면서 인플레 역시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인플레 정점은 천천히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경기 속도는 둔화되겠지만 여전히 회복 국면에는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와 인플레 급변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정 부센터장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회복돼 가던 실물경기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각국의 경기부양책들이 상당 부분 실행된 점을 감안하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실물경기 침체가 다시 이어졌을 때 추가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시차를 두고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즉, 변이 바이러스가 변수이지만 각국의 정책으로 인해 경기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실장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반기 경제 전망은 나쁘지 않습니다.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와 생산 지표 모두 나쁜 상황은 아닙니다. 가계잉여 저축 증가로 수요가 여전히 큰 상황이고 공급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소 둔화된 모습이지만 당초 기대치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물가 상승과 양극화 확대입니다.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보복 소비 등 소비가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시중 물가의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가 상승은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켜 경제 전반에는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 자산가들에게 현 시장에 맞는 투자 조언을 부탁합니다.

서 센터장
우선 기본적으로 자산은 국내외 해외 상품, 실물자산과 금융 자산 간 밸런스를 맞춰야 합니다. 특히 국내와 해외 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실물 쪽에 과도하게 쏠려 있습니다.

부동산은 당연히 국내 부동산에 몰려 있는데 해외 금융 자산으로 분산 다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금융 자산에 대해선 구조적 성장을 주도하는 혁신 테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과 바이오 등 기술 혁신에 대한 수용이 빨라지고 확산되면서 대중화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디지털과 그린, 바이오, 인프라 등의 혁신 테마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실장 앞으로 시장을 가늠하기 힘든 정체 구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자산가들 역시 최근 투자할 게 많지 않아서 그림, 와인과 같은 실물자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 증시 관점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상승 추세를 기록한 만큼 안전자산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런 점에서 달러 투자를 늘려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합니다.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는 ETF를 통한 자산관리 맞춤형 상품인데, 최근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주목받는 상품입니다. 예컨대 친환경을 좋아하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특화된 주식을 장기 추천하고,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들로 구성이 편하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ETF 상품을 좀 더 유연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 센터장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기민감주로 분류될 수 있는 반면 글로벌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은 상대적 관점에서 구조적 성장 주식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현재 경기 사이클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을 더 선호하기는 어려운 국면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한국 주식 중에서 꼽자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충격을 감수하면서도 이미 높아진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2021년 하반기, 2022년까지 지속시킬 수 있는 업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2차전지와 반도체를 꼽을 수 있습니다. 2차전지는 빠른 전기차 침투율 상승으로 높은 성장성을 보유했고, 최근 주가 조정은 투자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반도체는 메모리 피크아웃 우려에도 여전히 견고한 이익 증가가 기대될 뿐 아니라 외국인 수급 여력이 높아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부센터장 현 시장의 방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연계증권(ELS), 자산배분형 펀드, 리츠 상품이 투자하기에 적정하다고 판단합니다. 최근 자산가들은 상승이나 하락의 방향성 판단이 어려운 시점인 경우에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예상 수익률도 4~5%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big story]전문가 3인 “투자 정체 구간, 혁신 테마 주목하라”
또한 투자자 개인이 주식이나 채권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운용역이 좋은 운용사들의 자산배분형 펀드가 주목을 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리츠펀드도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이외에도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미국 대형 테크주도 결국 미래 성장 산업의 우상향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투자의 관심 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현재는 상당히 가격이 높아져 있지만 앞으로 미래를 끌고 갈 산업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이미경 기자 | 사진 서범세·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