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프리즘/

한국은 현재 저출산, 고령화, 급격한 인구 감소 등의 문제로 국가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7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8% 감소했고 사망자 수는 7.1% 증가해 인구수는 3338명이 줄었다.

인구 감소로 지역 혁신 동력 고갈...'디지털'에 답 있다


인구 감소, 지역 ‘혁신 동력’이 고갈되는 악순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계로 1만1493명이 감소했다. 1년 9개월째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파장이 크게 미치는 곳이 ‘지역’이다. 지역은 고령화되고, 우수한 젊은 인력은 수도권을 향하고, 이로 인해 지역의 ‘혁신 동력’이 고갈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발전의 동력을 제공해야 할 지방 대학의 고사 위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벚꽃이 피는 속도에 따라 지방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염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원인을 차치하고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역 발전의 또 다른 장애가 되고 있음은 냉험한 현실이다.
지역 균형 발전 또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에 관한 어젠다는 우리 사회의 긴박한 이슈다. 1960년에 28%였던 한국의 도시화율은 1980년에 60%에 이르고 2000년에는 90%에 다다랐다. 이후 완만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여전히 80%를 상회하고 있다. 그만큼 국토는 도시화되고 지방은 불균형적으로 쇠락하고 있다. 항상 때가 되면 대선주자들이나 정치권에서 지역 발전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여러 치적의 성과로 자체의 지역 발전 성과를 내세우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는 지역 문제를 너무 정치적 차원으로 접근하거나 구체적 각론이 부족한 상태에서 총론적 방향만을 강조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와 실행 주체가 대체로 ‘지역’이 되기보다는 ‘중앙’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로 지역 혁신 동력 고갈...'디지털'에 답 있다
지역 혁신 출발 디지털 기술에서 시작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경제,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전환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디지털’이 파생하는 수많은 용어가 일상 언어가 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간 새로운 가치의 60~70%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네트워크와 플랫폼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구글, 아마존,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외 빅블러(big blur) 기업들은 인터넷 기반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금융, 유통 등 전통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디지털 사회로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의 가치가 변하고,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고, 기술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지역 혁신의 출발도 디지털 기술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히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메타버스는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현장감과 몰입도를 강점으로 하는 메타버스를 통해서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문화, 관광, 음식, 건축(건물), 공간, 인물, 역사, 사건, 스토리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플랫폼으로 개발해 공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영역으로 확장해 지역에 맞게 산업화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특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가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은 일반인(이용자)을 대상으로 기자단을 운영하고, 이들이 직접 지역 관광 및 발전 스토리를 담은 영상, 리뷰기사, 웹툰 등을 제작해 이를 ‘로컬 콘텐츠 큐레이션’ 메뉴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빅데이터플랫폼’을 통해 일부 메타버스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가관광자원개발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관광 개발 사례를 영상으로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지역 혁신 동력 고갈...'디지털'에 답 있다
지역 기반한 플랫폼 사업 ‘날개’민간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로컬업이 운영하는 ‘로컬업 시티’ 플랫폼은 지역 내 각종 시설과 상가 등에 대해 메타버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마트 문화관광 전자지도 웹 제작 업체인 노블애드가 서비스하는 노블앱은 80여 개 지자체에 대해 메타버스 형태의 ‘가상투어’ 서비스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남, 광주·전남, 충북 등 광역 단위로 개별 지역 특성에 맞게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시군구 단위에서도 관광 및 문화 서비스 포탈을 운영하고 있다.
9월 4일부터 2주간 춘천시는 ‘춘천 커피도시 페스타’를 메타버스 형식으로 개최했다. 플랫폼에 접속한 조회수가 200만 뷰를 넘었고, 100여 개 카페가 참여하는 등 큰 관심과 호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시와 강원정보문화진흥원, 한국커피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함으로써 민관 공동 협력 사례로도 의미가 있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 내에서 자신의 닉네임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했다. 춘천시는 행사 종료 후에도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면서 참여 업체를 늘려 가는 한편 축구게임, 볼링게임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광주 광산구는 ‘2022년도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으로 실감형 체험 플랫폼인 ‘메타버스 타고 월봉유랑하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출신 저명 유학자인 고봉 기대승의 사상과 철학을 관련된 역사, 문화 지역 콘텐츠와 연계해 개발하고 이를 지역 문화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월봉서원을 메타버스로 구현함으로써 비대면 시대에 문화재를 향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중앙정부인 문화재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주도해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의 이러한 사업 추진이 아직까지는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관심도나 관련 인프라 및 인력 등 여건과 환경의 차이로 인해 지역혁신의 동력으로 작동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중앙 정부와 지역이 함께 참여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각각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 및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와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해외에서는 노르웨이의 해상 및 육상 양식 설비 전문 제작 기업인 아크바가 물고기 양식 과정에서 생성되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해 지능화 양식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매출 규모를 2002년 130억 원에서 2019년 4100억 원으로 끌어 올린 사례를 들 수 있다.

‘디지털 기술’ 접목한 지역 혁신 플랫폼, 새 성장 동력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지역 혁신 플랫폼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인적 자원의 고갈, 산업 인프라의 부족과 중앙 구심력에 의한 불균형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고 혁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역의 역할을 명확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 부처가 주도하며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을 벗어나 지방정부나 지역이 주체가 돼 방향을 설정하고 현장성을 반영한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한 지자체장의 비전 제시와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 있는 역할이 요구된다. 중앙정부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예산권과 의사결정권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
또한 위기에 처한 대학의 역할 조정을 통해 지역에 대한 대학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과정과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 기능 등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릴 수 있는 상생의 대안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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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연구기관, 지역 발전을 위한 역할을 강화해야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한 정부연구기관도 지역 발전을 위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소가 소속돼 있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 전략과 이를 실증적으로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연구소의 성과가 지역 산업 발전과 혁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지역공동체와 함께 공생하도록 그 임무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의 기업과 상인, 지방공공기관들도 지역 발전을 위한 주체로서 그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 지역성을 반영한 특화된 혁신 아이템을 찾아내 이를 문화, 관광, 특화 산업으로 개발하고 산업 분야와 추진 주체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과 융합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혁신 잠재력을 ‘지역 가치의 상품화’까지 이끌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안의 하나로 메타버스나 VR을 적용한 지역 혁신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한국의 지역들도 더는 변방이 아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작은 기업이 글로벌 빅블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글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