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잦은 정책 변화는 수요자들로 하여금 시장의 불만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부각된다. KB경영연구소는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꼽고, 최근 주택 경기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금융, 세제, 공급 분야 정책을 제시했다.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좀 더 효과적인 주택 정책 개선안이 시급해 보인다.

#1. 김 모 씨는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입주를 코앞에 두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15억 원을 초과해서다. 통상 입주 시점에 주택가격 15억 원이 초과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다. 김 씨는 당장 잔금을 치르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면서 아파트 입주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2. 윤 모 씨는 생애 최초 자격으로 아파트 당첨의 꿈을 이뤘지만 입주를 앞두고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집단대출 한도를 축소한다는 소식에 입주 때 치러야 할 잔금대출 한도가 줄면서 입주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윤 씨는 부족한 자금 마련을 위해 자금 동원 마련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주택 시장 해법 모색..."대출 기준 간소화 등 필요"
최근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심화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거세지면서 오히려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오히려 핀셋 규제가 주택 시장의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주택 시장의 정책 방안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최근 공개한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제언’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향후 주택 시장의 안정화 방안으로 실수요자의 수요 여력 정상화, 투기수요 관리 강화 및 차단, 임차 시장 안정화, 안정적 공급 체계 마련, 중장기 주택 시장 관리 등 5개 정책 방안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실수요자를 위해 1주택자 및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완화, 생애 최초 구매자에 대한 취득세 비과세 및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출 규제를 간소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중심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기준을 정립할 때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주택 정책은 주택 경기 변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강화와 완화를 반복했지만 규제의 편차가 과도하게 되면 정책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변화에 따른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기본적인 철학은 유지돼야 정책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하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수요자 위한 정책 방안 개선 필요
우선 실수요 중심의 주거 문화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규제 조정으로 주거 안정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우선 LTV와 DTI 규제 개선을 통해 실수요자에 대해 고려하고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우선 실수요자로 간주되는 1주택자 및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15억 원 초과 주택 대출 금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15억 원 초과 주택 구입 시 9억 원까지 LTV 40%를 적용하고, 9억~15억 원 LTV 20%, 15억 원 초과분 LTV 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 입주 시점에 주택가격이 15억 원을 초과하면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데, 이 경우엔 집단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될 때 한도 제한 예외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생애 최초 구매자에 대한 취득세 비과세와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강 박사는 “중장기적으로 대출 규제를 간소화하면서 LTV 중심에서 DSR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세제도 역시 생애 최초 구매자에 대해서는 취득세 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세 기준 역시 현실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고가 주택 기준을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기수요 관리 차원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간주임대료 혜택 축소를 통해 임대수익(전·월세)에 형평성 있는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다주택자에 대한 일관성 있는 규제 방향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기간 시세차익을 위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취득세, 양도세, 보유세 등 단기간 시세차익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다주택자는 규제하지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장기적인 다주택자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안정적인 임대 공급 시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내놨다. 또한 DSR 산정 시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시켜 전세자금으로 시장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적 기관의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보증을 주거 취약계층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1주택자의 경우에는 빈번한 거래 시 양도세 비과세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택 시장 해법 모색..."대출 기준 간소화 등 필요"
임차 시장 안정화 방안 주목
임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질적인 개선과 대상 확대 등을 통한 공급 확대와 전세보증금에 대한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전세금 반환 보증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존의 임대보증금 보증과 전세 보증을 일원화하는 한편, 임대인의 가입을 의무화하되 가입 비용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전월세 가격 상승률 조정 및 규제 예외 지역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개선 및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공공임대주택 개념이 저소득층을 넘어 전 국민의 주거 보조 확대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대주택사업자 제도를 개편해 일정 호수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 임대사업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임대사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유세 할인 및 금융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임대 공급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권이 사회공헌 측면에서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 안정적 주택 공급을 위한 도심 노후주택 정비 로드맵, 강남권 대체 주거지 개발과 광역 역세권 전세 주택 고밀화 등 도심 재정비 방안, 분양가상한제 지역의 채권입찰제 도입 등도 제안했다.

글 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