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뷰노 대표 “AI, 보수적 의료 분야서 혁신 일으킬 것”
“의료 AI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스파크를 일으키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시장이 이제 막 꽃을 피우는 단계에서 사업적 성과를 내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봅니다.”

국내 1호 AI 의료기기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출시한 의료 AI 기업 ‘뷰노(VUNO)’.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4월에는 국내 최초로 혁신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제조 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뷰노의 창업자 김현준 대표는 의료 AI 기술의 어떤 대목에서 미래를 봤을까. 김 대표를 직접 만나 의료 AI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뷰노의 의료 AI 사업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의료 진단용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보통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판독은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직접 하세요. 그 과정에서 환자의 병을 찾아내야 하는데, 영상 화질이 좋지 않은 데다 숙련도가 쌓여야 판독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AI가 자동으로 의료영상을 판독해 질병을 잡아내는 의료 AI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심전도 등 생체신호를 통해 병의 발생 여부나 질병의 위치를 찾아주고,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의료차트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기업에서 딥러닝 전문가로 근무하다가 창업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I와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은데, 그중에서도 의료 분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여러 산업을 검토했는데요. 최종적으로 의료를 선택한 이유는 이 분야의 혁신성이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사실 의료 분야가 보수적이기도 하고, 규제 산업이다 보니 의외로 다른 산업에 비해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의료 산업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AI와 접목에 성공했을 때 사회적 가치나 혁신성이 굉장히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창업을 할 때는 큰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잖아요. 그런 기대에 가장 근접한 분야였죠.

지난 7년간 사업을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기기 분야는 상당히 보수적이거든요. 저희가 의사 진단을 보조하는 AI 기술을 처음 선보였을 때, 허가를 받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알파고가 등장했던 시기라, AI가 의사 진료 영역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거든요. 의료 산업 종사자들이 좀 겁을 먹었던 측면이 있었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의료기기를 허가해주는 기준이 있는데요. 안전성, 유효성도 있어야 하지만, 예측 불가한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되거든요. AI는 굉장히 똑똑하지만, 알고리즘의 특성상 예측 불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허가를 해줄 수 있겠냐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시행착오가 존재했던 분위기였죠. 결국 식약처와 오랜 논의 끝에 2017년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이 발간됐고, 2018년 저희 제품이 처음으로 허가를 받게 됐습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성취였던 것 같습니다.

의료 AI 분야의 후발주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뷰노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풍부한 임상 경험이 가장 실질적인 강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통해 의료기기를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며 검증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이를 ‘임상적 유효성’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기기는 90%의 정확도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며 식약처 허가를 받았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해보면 확률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만큼 허가를 받기 전의 테스트 과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기기가 자주 활용되며 검증을 받아야 하는 거죠.

저희는 의료 AI 비즈니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만큼, 가장 많은 병원 검진 결과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의료기기가 나오면 의사와 연구자들이 해당 기기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해 계속해서 테스트하며 논문 발표를 하는데요. 저희 솔루션과 관련된 논문이 현재 40~5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산업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들이 제품을 결정할 때는 브랜드 인지도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큰 기준이 ‘신뢰도’거든요. 그 신뢰도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임상 근거밖에 없습니다.
김현준 뷰노 대표 “AI, 보수적 의료 분야서 혁신 일으킬 것”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증시 입성은 기업의 커다란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상장 이후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아무래도 회사가 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장 이후 다양한 주주들을 회사의 오너(owner)로 참여시키다 보니, 새로운 차원의 목표의식이 생기기도 하고요. 과거에는 기술 개발 등 저희가 달성해야 되는 목표가 명확했다면, 지금은 사업적 성과와 안정적 조직 구조를 만드는 영역이 더 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의료 AI를 향한 의료 현장의 시각은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나요.
이제는 의료 AI 기술이 위험하다거나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은 없습니다. 다만 비용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습니다. 의료기기는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되는 게 중요한데, 의료 AI 기술에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화가 적용되지 않고 있거든요. 의료 AI 제품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비용에 대한 이슈가 남아 있는 상태인 거죠. 앞으로 의료 AI 기술이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면 자연스럽게 건강보험 급여화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료 AI 분야가 미래 유망 산업으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을 것 같은데요.
시장에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성공한 모델이나 산업적 노력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성공 사례들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미국에서는 구글 등이 헬스케어와 메디컬 분야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각 나라별 의료 산업 지불 구조가 비슷하다는 게 큰 이유입니다. 의료 AI 기술을 활용하는 행위자와 환자 간 서비스 흐름은 존재하는데,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에서 보험 급여를 지급하다 보니 이 비용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너무 복잡하거든요. 의료 AI 기술까지는 잘 태동이 됐지만, 이 산업의 체질적인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미 성장한 의료기기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은 이후 10~20년 동안 이런 과정을 겪었기에 큰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거든요. 응당 겪어내야 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료 산업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을 맞게 된 것 같은데요. 의료 AI 분야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의료 AI가 굉장히 필요한 기술이라는 분위기가 더 커졌습니다. 이제 전통적인 방식의 의료 시스템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도 형성됐고요. 다만 새로운 기술과 인프라의 필요성이 늘어난 만큼 사업적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어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클리닉(개원의)은 경영상 위기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지금은 의료 AI 기술의 필요성을 충분히 트레이닝하는 단계라고 보고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나면 의료 AI의 활용도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주요 대학병원 중에서는 의료 AI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곳이 없거든요.
뷰노메드 본에이지. 사진=뷰노
뷰노메드 본에이지. 사진=뷰노
앞으로 국내 의료 AI 산업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우리나라만 해도 AI 의료기기 회사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는 2~3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벌써 100개가 넘는 회사들이 존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밖에 안 되는데, 식약처에서 허가 받은 AI 의료기기 건수(85건)는 미국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는 점이에요. 그만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AI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좋은 환경입니다.

특히 한국은 병상 수를 많이 확보한 대형 병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인데요. 큰 병원들이 경쟁하는 구조이다 보니, 병원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많습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비교적 쉽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인 거죠.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소프트웨어 인재가 굉장히 많잖아요. 의료 AI 기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스파크를 일으키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시장이 이제 막 꽃을 피우는 단계라고 한다면, 곧 사업적 성과를 내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모든 의료 분야에 AI를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시장 공략도 뷰노의 중요한 이슈일 것 같은데요.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 중 가장 큰 곳은 미국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미국을 중요한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현재 미국 법인을 설립한 상태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요. 그 외 인도네시아, 일본, 몽골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한 상태인데요. 특히 몽골의 경우 국가 단위에서 저희 제품을 도입해 활용할 정도로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의료 AI 기술을 도입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각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이 너무 한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다루는 검사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서로 다른 업체에서 의료 AI 제품을 1~2개씩 구매하게 되면 시스템을 관리하기가 힘들어진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테마에 맞춰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단순한 판매를 넘어 손쉬운 관리 체계까지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이런 차별점을 내세울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뷰노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선 글로벌 톱3가 되자는 비전을 갖고 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 AI 의료기기 회사가 전 세계에 많지만, 한국의 의료 AI가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있기도 하거든요.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저희가 만든 훌륭한 기술을 AI 의료 시스템이 존재하는 전 세계 모든 의료 현장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