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BIZ/ 정유진 기자의 CEO 직심 토크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대한민국 산업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에게도 글로 다 풀지 못할 '사람' 이야기는 있는 법. 솔직한 직심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생과 땀냄새, 사는 이야기를 담아본다. 2022년은 임인년 호랑이띠의 해다. 첫 주자는 호랑이띠인 태경그룹 김해련 회장이다.
'호호(虎虎)' 행복 에너지...친환경 경영도 직진
태경그룹은 ‘글로벌 톱 티어 머티리얼 컴퍼니’를 지향하는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 친환경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태경그룹의 모태는 1975년 설립된 태경산업(전 한국전열화학공업)이며, 백광소재, 태경화학, 남영전구, 태경에코, 에스비씨 등 10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2021년 12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에 위치한 태경그룹 본사 5층에서 김해련 회장을 만났다. 첫인상은 냉철하고 이지적인 이미지보다는 친근한 미소가 8할 이상이었다. 이날 김 대표는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포 1주년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시간을 내 진솔한 얘기를 들려줬다.

“어서 들어와요”
파란색 바지 정장을 입은 김해련 회장은 집무실로 들어오라는 반가운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강단과 울림 있는 목소리에서 당당한 여성 CEO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오늘은 굉장히 중요한 날”이라며, 청와대 보고회의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탄소중립 비전과 관련해 정재계가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데 중견기업인으로 초청을 받아 청와대에 가게 됐다는 것.
이어 그는 “이번 보고회는 청와대 주재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탄소중립 달성을 추진하고 탄소중립을 제조업의 혁신과 신산업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마련된 자리”라며 “태경그룹은 탄소중립의 열쇠인 탄소포집 활용(CCU)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 중견기업으로 선정돼 초청됐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경영에 매진하고 있어요”
김 회장은 “석회석을 기반으로 하는 탄산칼슘 응용 기초소재를 산업 전 분야에 지난 50년간 납품해 왔다”며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CO2)와 생석회를 합성해 제조할 수 있으며 회사가 이러한 CCU 응용기술을 활용해 제지, 플라스틱 등 다양한 산업 기초소재를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발전시켜서 친환경 플라스틱 등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에서 주목했던 것 같다”며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우리는 CO2를 석회와 잘 섞어서 제지(製紙), 플라스틱 산업에 납품할 기초소재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광산에서 채굴한 석회석은 최첨단 화학공정을 통해 혁신 신소재로 변신하는데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포장용기 시장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기 시작했고, 미래 친환경 전기자동차에도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로도 연구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태경케미컬은 CO2를 포집 정제하고 최첨단 압축 공정을 거쳐서 드라이아이스와 액화탄산으로 재탄생시키고 이렇게 재탄생된 드라이아이스는 신선식품 배달에 사용되고 초순도 드라이아이스는 백신 운반 등의 ‘의약품 콜드체인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도 그 제조공정이 더욱 초정밀 기술로 발전하면서 ‘초임계 CO2’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김 회장은 “올해 우리 태경그룹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친환경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우리 회사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석회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 방지용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친환경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고 말했다.

새해 첫 인터뷰, 사람 김해련은….
2022년 임인년 첫 인터뷰이로 선정됐다는 말에 “매우 영광스럽다”며 “호랑이띠에 많은 훌륭한 분들이 계신데, 새해 첫 인터뷰를 장식하게 돼 매우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올해(2022년) 환갑이지만 여전히 젊고 강하지만 부드럽다. 체력 관리에도 열심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 주로 홈트레이닝을 한다”며 “요즘 유튜버 ‘땅끄부부’의 홈트레이닝 영상을 자주 시청한다. 특히 차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하루 1만 보 걷기 챌린지에 성공한 날은 매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슈 상황을 빼놓을 수 없었다. 글로벌 경기에 국내 상황도 좋지 않은 터.
김 회장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맞아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코로나19가 발발하자마자 글로벌 거래선들의 수입량이 축소돼 한때 매출의 20% 정도가 감소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 규모를 회복한 상태다.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독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은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과 <2022 위드 코로나 경제 전망> 등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결기가 느껴진다.
그는 “승진자에게는 관련 서적에 자필로 글을 써서 주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지혜와 지식을 쌓는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사내에 도서관을 조성해 신간 서적을 직원들이 편하게 빌리고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앞으로 자신이 가는 방향에 대해 물어본다는 김 회장은 “지금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1년 후, 2년 후 발전해 가는 모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어제보다 진일보하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태경그룹은 내실 있는 회사로서 열정을 가진 우수 인재가 도전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기 적합한 곳”이라고 피력했다.

가장 무서운 일은 ‘정체’, '새로움'으로 위기 돌파
김 회장이 좋아하는 명언으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꼽았다. 그는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뜻으로, 나날이 발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매일매일 발전된 삶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가장 무서운 일은 정체되는 것이며, 회사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그에 맞춰 바뀌지 않는다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 항상 새롭게 할 일을 찾고 개선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호(虎虎)' 행복 에너지...친환경 경영도 직진
"<오징어 게임>에 푹 빠졌어요"
태경그룹(전 태경산업) 외동딸이었던 김 회장은 직업에 대한 선택지가 없었다. 창업주 김영환 회장이 작고한 2014년부터 태경그룹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해 졌다. 김 회장이 다른 일을 선택했다면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는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영화 감독이나 뮤지컬 공연, 창작 감독 등 총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회사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현재 업무와 비슷한 영역인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영화와 뮤지컬을 무척 좋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처럼 영화관을 자주 찾거나 뮤지컬 공연 등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다”며 “정말 잘 만든 드라마다. <오징어 게임>에는 해학과 오락, 공감 등 다양한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게임을 소재로 해 흥미 요소가 돋보였고 돈이 많이 있으나 없으나 똑같은 인생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고 한다. 그 안에서 자기 영역에서 만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철학도 들어 있다는 것.
문득 김 회장이 선호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해산물이었다. 특히 갑각류를 좋아하는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싫어하는 것은 삼겹살 등 돼지고기라고. 회식 자리에서는 인기 있는 단골 메뉴이지만 본인과는 음식궁합이 맞지 않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김 회장에게는 반려견이 있다. 반려견 얘기에 반색하며 강아지 자랑에 얼굴에 화색이 돈다. 사진을 찍다 말고 예쁜 강아지를 보여주겠다며 휴대전화를 찾는다. “정말 귀엽지요. 우리 강아지 자랑 하는 게 제일 좋아요”라며 “샤넬이라는 열네 살 노견 토이푸들인데 나이는 많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서 아직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반려견을 주제로 한다면 하루 종일도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애착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잘츠부르크에 가보세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코로나19 상황 전에는 가족과 함께 매년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다”며 “특히 좋아하는 곳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5대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프랑스에 있는 아문디 에비앙 리조트 골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 모두가 골프를 치기 때문에 이곳을 좋아한다. 또한 렌터카를 빌려 자유여행을 하는 것도 즐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추천 여행지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꼽았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매년 7월부터 한 달간 세계적인 페스티벌(음악제)이 열리는데 독일·오스트리아계의 오페라가 상연되며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를 주축으로 해 각지의 오케스트라도 동원된다고. 그는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고 굉장히 멋있어서 모두에게 추천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별명은 ‘해피 바이러스’, 여성 기업인들과 두터운 교분
여성 CEO이기 때문에 때론 혼자 이겨내야 하는 부담감도 책임감도 많지만 주변 중견기업 대표들과도 가깝게 지내며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그는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 대표와 이효진 대림통상 대표, 이은성 보령제약 부회장 등과 가깝게 지낸다”며 “골프도 치고 서로의 멘토가 돼준다. 장기적으로는 섬세한 소통과 갈등 해소 능력 면에서 탁월한 여성 CEO들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에너자이저' 또는 '해피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김 회장. 인터뷰를 하면서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김 회장은 2022년 그린뉴딜 분야의 혁신 첨단 소재를 추가로 개발 및 공급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50개국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구 대륙에 한국산 그린뉴딜 첨단 혁신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 타이어, 식품, 제지, 반도체, 건설, 환경, 화장품 등 수요 산업에 현재 국내외 2091개에 달하는 거래처를 2500개까지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인터뷰였지만 마무리는 끝까지 회사 사랑이다. 역시 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회장님다웠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