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BIZ/ 정유진 기자의 CEO 직심 토크

대한민국 산업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에게도 글로 다 풀지 못할 ‘사람’ 이야기는 있는 법. 솔직한 직심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생과 땀 냄새, 사는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번호는 교육출판 전문 기업 신광수 미래엔 대표다.

‘교육입국·실업교육·출판보국’이라는 창업정신 아래 1948년 설립된 미래엔은 국가 발전의 기초인 인재 양성에 기여하며 대한민국 대표 교육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래엔은 ‘대한민국 최초의 교과서 발행’을 시작으로, 가로쓰기형 인쇄서체 ‘대교체’ 개발, 탁상출판(Desktop Publishing, DTP) 시스템 도입, 국내 유일의 교과서 박물관 설립, 친환경 무습수 평판인쇄 도입, 중견기업 최초 ‘명문장수기업’ 선정 등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초·중·고 교과서와 학습 교재를 발행해 왔다.
대한민국 교육출판 업계 리딩 기업으로서 다양한 지식 콘텐츠를 통해 70년의 역사를 넘어 최고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신광수 미래엔 대표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광수 대표, 열정과 소탈, 교육출판 한류 이끌다
아동도서 시리즈로 서점가 종합 베스트셀러 장악, K-출판 한류 선도
1969년 1월 태어난 신광수 대표는 올해 54세가 됐다. 웅진홀딩스, 웅진에너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지난 2020년 1월 미래엔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미래엔의 교육철학과 창업정신을 잇고 ‘교과서를 통해 미래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신 대표가 회사를 이끈 이후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흔한 남매’ 에피소드를 만화로 풀어낸 코믹북을 출시해 2020년 12월 기준 2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아동 시리즈가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위를 연속해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밖에도 <살아남기>, <보물찾기>, <내일은 실험왕> 등 학습만화 시리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14개국에 수출해 교육출판 업계의 ‘한류’를 이끈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엔은 여성가족부로부터 ‘2021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미래엔 사옥, 주변 일대에서 손 꼽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미래엔의 사옥은 그 일대에서 유명하다. 본사 1층 Vol.321은 서점과 카페, 휴식 공간, 인포데스크 등이 어우러져 주민 누구나 들어와서 책을 보고 굿즈를 살 수 있는 곳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568.6m² 규모의 Vol.321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있는 이미지와 책장에 꽂힌 책이 기대고 있는 모습을 모티브로 해 1층 공간의 모든 기능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콘셉트로 구현됐다.
은은한 그레이 톤에 통창으로 풍부한 채광을 갖춰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임에도 럭셔리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특히 밀크티 맛집으로 알려져 기업 사옥보다는 카페로 입소문이 났을 정도다.
‘2021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브랜드 &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디자인협회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어워드로서 세계 3대 디자인 시상식으로 꼽힌다.
신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7층으로 향했다. 교육출판 업계 CEO라서 반듯한 정장에 번쩍이는 구두 등 통상적인 이미지를 기대했으나 운동화에 청바지 재킷을 입고 온 신 대표의 모습에 대학 예비역 선배의 모습이 느껴졌다.
신광수 대표, 열정과 소탈, 교육출판 한류 이끌다
야구광에서 골린이로 전향, 틈나는 대로 걷기 운동도 즐겨
야구에 푹 빠져 8년 동안 손 놓고 있었다는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는 신 대표는 사회인 야구단에서 외야수를 맡았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눈이 안 좋아지고 있어 외야까지 날아온 공을 잡지 못하는 등 노화로 인해 애정하는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야구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해부터 어쩔 수 없이 골프를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골린이(골프+어린이: 골프 초보를 뜻함)’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일반 동호인 평균 수준인 90타 정도는 친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가 80타 수준 진입이라는 신 대표는 “야구와 골프는 중심 이동 방법과 코어 근육이 달라서 아직은 생소하기 때문에 따로 레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은퇴 아닌 은퇴를 했지만 신 대표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신 대표 집무실에는 등번호 72번이 새겨진 사회인 야구 유니폼이 액자에 담긴 채 걸려 있어 야구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공으로 된 스포츠를 대부분 좋아한다고 느껴졌다. 당구 점수는 150점 정도라고 밝혔다.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실력이라고 자부했다.
그가 속한 미래엔도 기업 차원의 야구 후원에 동참한 바 있다. 현 키움히어로즈의 전신 넥센히어로즈 정기 후원을 하는 등 야구 발전에 힘을 보탰다.
신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헬스클럽 등 별도의 장소를 찾기보다는 걷기를 즐긴하고 한다. 평소 운동화를 즐겨 신는 이유도 시간나는 대로 걷기 위해서다.

한 잔 술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싶은 소탈한 CEO
신 대표는 야구뿐만 아니라 술자리도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직원들과 삼삼오오 모여 소주 한 잔을 나누며 어울리는 것을 즐겨왔고, 미래엔 식구들과도 이런 정을 나누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이 있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부지런히 소통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 임직원이 600명 정도 되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 시간을 낸다면 모든 직원들을 직접만나 얼굴을 보면서 애로사항이나 회사의 개선점 등을 가감 없이 듣고 경영에 반영할 수 있다”며 “어떤 직원이 왜 이렇게 열심히 사시느냐고 질문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사원, 대리 등 주니어 직원부터 간부급 직원까지 직급별로 만남을 가져 대표에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허심탄회한 자리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신광수 대표, 열정과 소탈, 교육출판 한류 이끌다
신 대표의 MBTI는 ENTJ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신 대표의 MBTI가 궁금해졌다. 그의 유형은 ENTJ. ENTJ는 대담한 통솔자로 꼽힌다. 리더십, 카리스마, 높은 자존감 등을 갖춘 사람이 많다. 경영자에게 많이 발견되는 유형이다. 실제 ENTJ는 사업가형 기질이 강하고 추진력이 좋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신 대표는 혈액형이나 MBTI 분석의 틀에 자신을 가둬두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직원을 선발할 때 최종 면접에 항상 참석한다는 신 대표는 최고의 덕목으로 ‘인성’을 꼽았다. 이러한 신 대표의 인재상은 미래엔의 핵심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미래엔의 핵심 가치는 주로 인성에 관련한 내용이다. 미래엔의 최고 덕목은 ▲신뢰(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진심으로 배려한다) ▲소통(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 ▲창의(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도전(새로운 시도를 즐기고 실패 경험을 통해 배운다)이다.

"뛰어난 리더는 직원들 역량 충분히 이끌어내는 사람”
그는 인재상에 이어 리더로서 갖춰야 할 자세도 강조했다. 신 대표는 한비자의 말을 인용해 “하군진기지능(下君盡己之能: 하급 통치자는 자기 자신의 능력만을 사용하고) 중군진인지력(中君盡人之力: 중급 통치자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상군진인지지(上君盡人之智: 상급 통치자는 남의 지혜를 이용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능력이 없는 직원은 가르쳐야 하고, 적성에 안 맞는 직원은 부서를 옮겨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며 “재주가 있다고 해서 능력이 있거나 유능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자만심에 빠져 발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영자는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로 능력 있는 인재를 뽑고 시스템을 갖춰주는 것이 소임”이라며 “새는 구멍을 막는, 즉 낭비를 줄이는 것은 대표의 역할이지만 실제 물을 길어오는 것은 능력 있는 직원의 몫”이라고 밝혔다.

자상한 쌍둥이 아빠로 직접 요리, 맛집에서 혼밥도 선호
신 대표는 아들, 딸 이란성 쌍둥이를 슬하에 뒀다. 자녀들은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그는 “가족들을 위해 예전에 학원에 등록해서 따로 3개월간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며 “스프도 만들 수 있고 파스타는 종류별로 요리가 가능하며 뇨끼, 시저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시저샐러드 레시피를 소개하며 “마요네즈, 파마산 치즈, 엔초비를 섞으면 기가 막힌 맛을 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의외로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취향도 있어 직원들을 만나지 않을 때는 혼밥을 즐기며 맛집을 찾았을 때는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 재방문을 기약하기도 한다.
신 대표는 경영일선에서 은퇴한 후 편의점 사장을 꿈꾸고 있다. 그는 “편의점을 5개 정도 창업해 수익의 절반을 직원과 나누고 싶다”며 “이외에도 그동안의 종합적인 경험을 토대로 무료 강연을 통해 후진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또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위해 기회가 된다면 학비 지원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