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기준 확대…요건도 완화
중견기업에 대한 가업상속을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의 기준을 현행 연 매출 3000억 원 미만에서 400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영농상속공제 한도액도 현행 15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상향 조정 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 2항).
지난 1월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속공제 가업 인정 요건 완화 방안이 담겼다. ‘가업상속공제’란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공제를 해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주는 제도다.
이는 단순히 기업 지배를 위해 지분만 후계자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가업의 관리와 성장을 위한 노하우와 거래처 등도 함께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백억 원대의 상속세를 감면받으면서도 일자리는 늘리지 못해 부의 세습을 위한 세제 감면이라는 지적도 적잖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상속세율이 최대 5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은 가업승계의 저해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되레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기업의 성장을 돕는 것이 장기적인 거시경제 관점에서 법인세 증대 등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에서는 피상속인이 대분류 내에서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을 변경하고, 이를 10년 이상 영위하면 가업으로 인정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령, 중분류에서는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 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 금속 가공 제품 제조업 등으로 업종이 세세하게 나뉘는데, 대분류에서는 모두 제조업으로 묶인다. 정부는 이번 가업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데 대해 “경영 승계 준비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상속세 납부 편의를 위해 상속세 연부연납 허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최소한 10년으로 확대하고,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경우 10년 또는 3년 거치 후 7년, 가업상속재산이 50% 초과 시 20년 또는 5년 거치 후 15년을 적용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1조).
통상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을 처분해야만 한다. 물론 지속적으로 상속세 연부연납을 확대하고 있지만, 연부연납제도를 이용하더라도 상속세 납부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인의 주식이 상속재산인 경우 상속인이 상속 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상속세를 납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업상속 또는 명문장수기업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잦았다. 이와 관련해 상속세 납부와 관련한 납세자의 편익을 높이고자 연부연납 대상 기간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문화재·미술품 등 상속세 물납 허용
새롭게 신설된 법안도 눈길을 끈다. 2023년부터는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 미술품은 상속세로 물납(금전 이외의 것으로 조세를 납부하는 것)할 수 있게 된 것. 물납제도는 법에서 별도로 정한 유형의 재산으로 세금을 내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1950년경 상속세와 관련해서 최초로 도입된 이후 법인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에 폭넓게 적용된 적도 있었으나, 2016년 이후에는 상속세 및 재산세만 물납이 가능했다.
현재까지 상속세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재산은 크게 ▲국내 소재 부동산 ▲유가증권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부동산은 국내 소재 부동산에 한하며, 유가증권에는 국채나 공채, 회사채, 신탁업자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집합투자증권, 종합금융사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등이 포함된다. 유가증권 중 상장 주식은 애당초 거래소에서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 용이하므로 물납 대상에서 제외되며, 다만 법령에 의해 처분이 제한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물납이 가능하다. 비상장 주식은 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과세관청에서 매각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으므로 물납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2021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증세법 개정안 제73조의 2는,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등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물납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작품에 한해 2023년 1월 1일부터 문화재나 미술품도 물납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속세 물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 가액이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초과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현금, 예금 등 금융재산의 가액을 초과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이나 결정통지에 의한 납세고지서상 납부기한까지 물납 신청 등을 해야 한다. 즉, 현금이나 예금이 납부할 상속세액보다 많으면 물납을 할 수 없다.
동거주택 상속공제의 적용 대상 확대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하나의 주택에서 동거한 경우, 상속 주택 가액의 전부를 공제받을 수 있는 상속인의 범위가 확대된다. 직계비속으로 한정하던 것을 직계비속의 사망 등으로 대습상속을 받은 직계비속의 배우자도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부모 봉양에 대한 상속세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일환으로 2022년 1월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 적용된다.
이 밖에도 저가 양수 또는 고가 양도 시 과세 범위도 합리화(법 제35조 제3항)된다. 가령, 개인과 법인 간에 거래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인과 개인 간에 상장 주식을 해당 거래일의 거래소 최종시세가액 등 ‘법인세법’상의 시가로 거래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시가 기준과 다르더라도 저가 양수 또는 고가 양도에 따른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