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부동산 투자, 신호등 바뀌나
부동산, 분양·매매 '흔들'...'빨간불' 켜지나
#1. 올해 첫 마수걸이 분양 단지였던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4.4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지만 지난해 100대1을 넘겼던 경쟁률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2. 안성시 ‘안성 우방 아이유쉘 에스티지’는 914가구 모집에 314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으며 동부건설이 지난달(1월) 분양한 ‘이천 센트레빌 레이크뷰’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62대1에 마감됐다.
#3. 인천 연수구 ‘송도자이 더스타’는 전체 1533가구 중 30%가 넘는 530여 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끝없이 오르기만 할 것 같은 부동산 시장이 ‘노란색 불’에서 ‘주황색 불’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수요자가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과 부진한 거래량, 청약 경쟁률 완화, 미분양 증가 등 다양한 신호에서 주택 가격 하락을 점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과연 지금이 본격 하락장의 시작인가.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격론이 진행 중이다.

2022년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까지 멈춤 없이 급등했던 아파트 가격이 일부 하락으로 전환되며, 심상치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거래는 급감했고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간간이 거래되며 이에 따라 ‘부동산 불패’ 지역으로 여겨졌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던 아파트 시장은 올해 들어 서울, 수도권 주요 지역이 하락 전환했고 내림세를 보이는 지방 도시도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약보합세를 띠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소위 인기 단지 일부 물량마저 전고가 대비 낮은 금액으로 거래되며 강남4구 아파트 가격이 약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격 하락에 따라 전세가격 변동률도 약보합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주간 단위 하락 변동률을 보이는 곳들이 늘었다. 새 아파트 분양 시장의 청약 경쟁률과 청약가점 커트라인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70점은 넘어야 당첨 안정권을 점치던 서울 분양 시장에서의 청약가점이 50점대로 떨어졌다. 1월에 분양한 전국 주요 단지 중에 순위 내 청약마감을 채우지 못한 사업장이 나왔고 미분양도 늘고 있다. 재고 시장의 아파트 가격이 약보합세를 띠면서 청약 열기도 주춤하고 새 아파트 분양가격 오름세도 주춤했다.
부동산, 분양·매매 '흔들'...'빨간불' 켜지나
매매·전세·청약 등 시장별 하락 신호 어떻게 봐야 할까
잇단 하락 신호에도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성급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장기간 가격 상승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데 반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겹치며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주택 가격의 조정은 일정 부분 불가피해 보인다”며 “근본적인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히던 공급 부족이 정부의 공급 확대 계획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완화될 전망인 데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며 저성장과 침체 우려가 커졌고, 주택 시장의 모멘텀 또한 줄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본격적인 조정 시기와 대상 지역, 그리고 조정 강도에 대해서는 투박한 일반화보다는 섬세한 분석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서울 부동산 정보 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000건 미만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수준이다. 수요 관망세가 심화되고 하락 기대가 커진 탓에 매수 우위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 전(前) 고점 대비 싼 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어렵다. 동시에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소위 ‘영끌’ 수요가 사라진 결과다.
다만, 전문가의 조언대로 거래절벽에 가까운 부진한 거래량을 감안할 때 하락 통계만을 부각해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많지 않은 하락 거래 사례가 통계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시장에서 급처분이 필요한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낮춰서 거래하고 있는데, 대체로 잔금 마련이 급한 갈아타기 1주택자나 양도세 절세를 위한 기존 주택의 처분 시한이 임박한 일시적 2주택자 매물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집주인들의 호가 조정이나 매물 출시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편이 아니고 가격 조정이 된 거래 사례도 특정 사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인 호가 하락과 매물 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을 좀 더 확인하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또한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 사례도 나오고 있어 조정이 시작되더라도 양극화와 차별화 관점에서 아파트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합리적이다.
전세 지수의 경우 매매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안정세를 띠고 주간 하락 변동률을 보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전월세 거래량은 매매에 비해 꾸준하고 신규 전세계약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으로 기본적인 주거 수요는 여전히 시장에서 대기 중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아파트 시장의 가격 조정 흐름과 투자심리 둔화, 그리고 관망세 확산을 예의 주시하되 전월세 시장에서 불거질 수 있는 주택수요자들의 구매심리 변화와 매매 전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청약 시장에서도 연초 전반적인 관심도나 청약 열기는 지난해에 비해 체감적으로 둔화된 듯 하지만 각 단지별로 변별력이 생기고 있다.
전반적인 공급이 아직 부족한 수도권 중심으로는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거나 공급 희소가치가 높은 사업장, 중도금을 지원하거나 합리적인 분양가격을 제시하는 단지들이 무리 없이 순위 내 마감됐다.

청양가점 커트라인 낮아졌지만 여전히 관심 높아
청약가점 커트라인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두 자릿수를 보였다. 극도의 분양 공급 부족을 겪었던 서울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는 전년보다 분양 공급이 늘어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청약할 가치가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청약통장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별 상품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전체적으로 주택 가격에 대한 부담과 자금 마련의 어려움, 하락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대선을 앞둔 수요자들의 기대와 혼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주택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지역이 존재하는 만큼 모멘텀은 사라졌어도 조정의 속도와 강도는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분간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되며 가격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가격 조정을 보이는 지역도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난 1월의 월간 통계에서도 주택 가격이 하락한 광역도시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은 3월 대선을 지나 길게는 6월 지방선거 시점까지 이어지며 상반기 관망세와 가격 약보합세를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변수는 '새 정부 정책과 전세'
하반기에는 불확실성과 변동성 리스크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향후 5년을 관통할 정부의 주택 부동산 정책 방향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2030년까지 이어질 주택 공급 확대 규모와 대상 지역, 공급 방식 등이 정해지고 신도시 개발과 재건축, 역세권 복합 개발 등 도심정비사업도 점차 확정되면서 주택 조세 정책과 가계부채 대책 등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과 주택 투자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사안들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시너지를 받게 될 투자지역과 상품이 결정되고 수요자들의 투자 전략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공급 확대 계획은 구체화된 방식에 따라 민간 분양 아파트,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지구, 고밀 개발되는 도심 역세권 부지, 추가 신도시 예정지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 정부의 핵심적인 주택 공급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2021년 2·4 부동산대책 이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심복합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신축 공급은 여전히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도심 아파트 공급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도심 공급량 확보와 가격 예측이 달라질 것이다.
절대 공급 시간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신도시 개발에 있어서는 속도를 높이는 실행 과정이 중요하다. 사전청약을 진행하는 한편 토지 보상과 지구 지정을 마무리 하고 실제 공급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35층 룰을 깨고 신통기획을 통해 재건축 활성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정부와의 공조하에 재건축 속도 개선과 안전진단 및 인허가 등 전반적인 규제를 완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신통기획 신청을 마친 재건축 조합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투자 수요 관심과 호가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 랜드마크 입지와 사업 우선순위를 확보한 재건축 아파트를 주목해야 한다.
주택 보유세 완화, 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등의 주택 관련 조세 정책의 완화 혹은 수정 방향이 결정되면 잠겨 있던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시도 예상되고 초기 출시량에 따라서 가격 조정 폭이 커지는 등 서울 등 고가 아파트 시장의 가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여유자금을 보유한 장기 투자 희망자에게는 현재 고점 대비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기회인 동시에 이후 장기 투자 보유 체제로 진입해야 한다. 보유세 완화 및 공급 부진 시에는 가격 하락 변동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생애 최초 구매자 등 무주택 실수요를 위한 지원 대책도 지켜봐야 한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와 조세 지원은 물론 실수요 타깃의 주택 공급 방안과 임대 주거복지 정책 등에 따라서 무주택자들의 투자심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 불안과 실수요가 원하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 집 마련과 주택 투자심리를 다시 자극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7월 말이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 계약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며 보증금 인상, 세입자 이동 흐름이 예상된다. 전세 가격이 불안하고 전세대출 부족, 금리 부담이 가중되면 갭투자 등 전세 낀 내 집 마련 혹은 월세 전환 사례가 늘어나며 주택 시장의 수요 심리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수요자들이 다시 주택 마련과 투자 심리를 자극 받으면 신규 공급 분양과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상반기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주요 변수로 전세를 꼽는 이유다.

치솟은 금리, 얼마나 더 오를까
금리와 경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에 육박하며 크게 올랐다. 신규 대출자와 신용대출, 변동금리 대출이 불안하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른 반영과 체감 부담이 크다. 하지만 금리가 여기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계부채 관리와 규제에 따라 대출 수요가 위축되고 주택 투자 모멘텀도 줄면서 금리는 일정 수준 이상 계속 상승하기는 어렵다.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 부담도 커지면서 지난해 주택 시장을 주도했던 영끌 투자는 위축되겠지만 대출 수요도 줄면서 시장의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와 젊은 층의 체감 부담이 크고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겠으나 과거 금융위기나 하우스푸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예상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경기 회복세 둔화 혹은 침체 부담이 커진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보듯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경제 변수들이 더해져 지속적인 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고 중단기적으로 주택 부동산 시장의 수요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다만 초단기적으로는 서울처럼 공급 부족이 심화한 지역을 중심으로 당장의 공급보다 많은 대기수요 때문에 단기 수급 상황과 정책 변수에 따라 주택 수요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대출 규제 완화 여부, 세 부담 변화, 전월세 부담, 조정매물 출시 증가 등을 주목해야 한다.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공급에 비해 정책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공급 현실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수요자들의 심리와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강한 신뢰를 얻어야만 하는 이유다.
부동산, 분양·매매 '흔들'...'빨간불' 켜지나
사전청약·민간분양·상업용 부동산 등에 주목할 때
주목할 상품은 무엇일까. 김규정 연구소장은 “지난해 공급이 극도로 부족했던 서울 분양 시장에는 청약이 미뤄졌던 대형 재건축 사업장을 포함해 분양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사전청약도 지난해의 2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상품 선별과 함께 청약자격과 일정을 잘 챙기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사업 장기화 리스크가 줄어들고 건축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인기 재건축 사업장에 대한 관심이 예상된다”며 “서울의 경우 압구정과 여의도, 용산 지역이 우선 관심 지역으로 꼽히고 강북과 반포 등지의 청약 기회도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예상된다. 그는 “코로나19의 일상화로 상황이 다소 풀린다고 해도 임대수익성이 리스크로 꼽힌다”며 “개발 등을 통한 매각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나 증여 등 자산 승계를 위해 저평가된 물건들이 수요 관심을 끌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 정유진 기자/ 도움말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