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 넘실넘실 찾아온 계절이 머무는 곳. 섬 여행은 어떨까?
가볍게 채비하고 훌쩍 떠나고 싶은 섬, 먼 곳이 아닌 우리 곁에도 있다. 자월도
자월도는 자월면의 대장 섬이다.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 사승봉도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여행 명소들이 자월면 소속이다.
자월도는 덕적도에 비해 3분의 1 정도 크기에 지나지 않지만, 주말이면 많은 여행객이 찾아 머물고 가는 수도권의 대표적 휴양 섬이다. 대부도 방아머리에서 출발하는 페리호의 최종 목적지는 덕적도지만 자월도에 멈추어 설 때면 정확히 객실의 반이 비워진다.
섬은 그만큼 단단한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배 시간에 맞춰 공영버스와 펜션의 픽업 차량이 대기하는가 하면 1km만 걸어가도 캠핑 스폿으로 유명한 장골해변이 백사장을 활짝 펼쳐놓고 반긴다. 물이 빠지면 훤하게 드러나는 갯벌에서는 굴, 바지락, 낙지 등을 노려볼 수 있다.
자월도에는 크고 작은 해변만 무려 11개에 달한다. 오염 없는 1등급 수질에다 생태환경의 건강성과 청정도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20km에 달하는 섬 둘레는 아우팅하기에 적당한 길이다. 대부분이 높이 100m 안팎의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걷기에 좋고, 페달을 밟는 재미도 쏠쏠하다. 섬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166m)까지 4km의 산길 양쪽으로는 수령 30년의 벚나무 600그루가 식재돼 있다. 육지의 벚꽃이 시들어갈 때 즈음(4월 말~5월 초) 비로소 섬에서는 그 화사함이 절정을 이룬다. 섬은 지나치게 크거나 작지 않을 때 오히려 매력적이다.
1. 장골해변
자월도 최고의 명소다. 길이 1km, 너비 400m의 백사장이 초승달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수심이 낮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백사장의 모래가 고운 것이 특징이다.
2. 목섬·안목섬
하늬께해변의 목섬은 썰물이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섬으로 또 다른 섬, 안목섬과는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계절별로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 꽃동산을 이룬다. 승봉도
승봉도는 인천항에서는 1시간 거리,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 등 계획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유동적으로 여정을 계획해볼 수 있는 섬이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불과 10분 거리이며 산이라고 해봐야 93m의 신황봉이 고작이다. 섬 한 바퀴를 다 돌아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일레해변은 섬의 대표적인 관광 스폿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많은 피서객이 몰려들어 번잡하지만, 그 밖의 계절에는 넓은 모래사장과 맑은 바다가 텅하니 비워진다.
이일레해변의 정서는 평화로움이다. 그러다 보니 털썩 주저앉아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단출한 형식이라면 캠핑도 좋다. 해변에서 수평선 전면을 바라보면 고즈넉하게 떠 있는 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온통 모래로 뒤덮여 ‘바다의 사막’ 혹은 ‘사도’로도 불리는 무인도 사승봉도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된 이후 무인도 특유의 고립감과 온전한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섬을 찾아 탐방과 캠핑을 즐긴다.
이일레해변 뒤로는 삼림욕장이 들어서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를 걷다 보면 산림욕의 효과로 인해 금세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다. 승봉도에서는 해안지형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파도가 많이 부딪친다는 부디치해변과 그 끝의 못섬, 가운데가 뻥 뚫린 남대문바위, 장원급제의 전설이 내려오는 부채바위, 이름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촛대바위 등을 만날 수 있다.
승봉도는 여의도 크기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차량을 동반하기보다는 도보여행이 훨씬 더 어울리는 섬이다.
1. 남대문바위
전형적인 시 아치 남대문바위는 어찌 보면 코끼리의 코를 연상시킨다. 물의 들고 남과 날씨에 따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침식지형의 거친 표면과 바위에 매달려 생명을 유지해 온 소나무들도 바위를 돋보이게 한다.
2. 신황정
신황봉 꼭대기에 있는 정자로 승봉도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버끈내해변의 모습이 오롯하게 내려다보이고 또 동쪽으로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시원한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대이작도
대이작도는 첫 번째란 수식어가 많이 붙는 섬이다. 가장 커다란 풀등, 최고령 암석, 최초의 약수터가 모두 섬 안에 있다. 게다가 2020년 말에는 우리나라 섬 최초로 지하수 저류지가 설치돼 물 걱정을 없앴다. 밀물 때는 사라졌다가 물이 빠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풀등은 일명 ‘풀치’라고도 불리는데 면적이 무려 1.6km²에 달하는 거대한 모래섬이다.
수많은 해양생물의 서식지로 알려진 풀등은 해양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단단하고 입자가 고운 모래는 신발에 잘 묻어나지 않아 걷기에 적당하고 조개나 바지락 등을 잡거나 일광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대이작도는 도보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크기를 가졌다. 높이는 159m에 불과하지만, 부아산은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주변의 섬과 바다를 누릴 수 있는 시원한 전망을 뒀다. 전망쉼터와 봉화터, 현수교가 설치돼 있으며 정상까지는 도로가 이어져 차량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섬에는 4곳의 모래 해변이 있다. 그중에서 작은풀안해변은 섬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톡톡히 한다. 주변에 펜션과 민박이 많고 야영장도 들어서 있다. 풀등으로 가는 배 역시 이곳에서 출발한다. 또한 해변의 동쪽 끝으로는 데크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25억 년 전의 암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 부아산 정상
부아산 정상은 대이작도를 찾은 여행객이라면 꼭 한번 올라가기를 추천한다.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도 지루하지 않고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주변 섬과 바다의 모습이 근사하게 조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표지석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선착장을 중심으로 소이작도가 감싸 안은 바다는 하트를 그리고 있다.
2. 오형제바위
선착장에서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750m 지점에 이정표가 있다. 왼쪽 데크길로 해안을 거슬러가면 바다 위로 날카롭게 솟은 바위를 발견하게 된다. 뱃일을 나간 부모를 기다리다 형제 모두 망부석이 됐다는 오형제바위다.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바위의 거친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는 이대작도의 첫 스폿이다. 풍도
풍도는 거리상으로는 당진군 석문면에 가깝지만, 행정구역은 인근의 육도와 함께 안산시 단원구에 속해있는 섬이다. 인천항에서 대부도 방아머리를 거쳐 풍도로 가는 여객선은 하루 한 차례만 운항한다. 따라서 풍도는 당일로는 다녀올 수 없는 섬이다. 하지만 풍도는 1박 2일 여정을 충분히 채울 만큼 넉넉한 여행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봄이면 마을 뒤편 후망산(177m)에 풍도바람꽃, 개복수초, 노루귀, 풍도대극 등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꽃들이 피어나 군락을 이룬다. 이 상춘객들이 찾아드는 시기에 섬은 가장 북적인다. 마을은 선착장 앞 산자락을 따라 비스듬히 자리하고 있다. 마을 중턱에 서 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어수거목이라 불리는 섬의 수호신이다.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파천하던 인조가 풍도에 들렀을 때 심었다고 전해진다. 은행나무 밑동의 샘은 근처의 수맥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가물어도 마르지 않을 만큼 수량이 풍부해 최근까지 식수로 사용됐다.
‘북배’는 풍도 서쪽 해안의 암석 지형을 말하는 것으로 붉은 바위를 뜻하는 ‘붉바위’에서 유래됐다. 거칠게 뻗어난 붉은 절벽 위로는 대여섯 동의 알파인 텐트가 들어갈 정도의 초지가 형성돼 있다.
백패커들은 굴업도의 ‘개머리언덕’을 닮았다고 해서 이곳을 ‘작은개머리언덕’이라고 도 부른다. ‘북배딴목’이라 부르는 돌 섬에는 등대가 세워져 있다. 썰물 때에는 홀로 바다 위에 떠 있다가 밀물이 되면 모섬과 하나가 되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야생화에 비견될 만큼 아름답다.
풍도에는 모래사장이 없다. 유일하게 해수욕이 가능한 해변도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여름철에도 피서객이 많이 몰리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여유로운 바다, 넉넉한 숙박시설, 정성스러운 밥상, 풍도에서의 1박 2일이 알차지 않을 이유는 없다.
1. 야생화단지
풍도는 우리나라 야생화 명소 100곳 중 하나다. 3월이면 후망산 기슭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야생화에 일가견이 있다. 그 때문에 꽃 이름을 몰라도 누군가 알려준다. 풍도의 봄은 꽃 사진을 찍으며 그 이름을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계절이다.
2. 북배
북배는 정확히 서쪽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수평선 위의 섬은 덕적면의 커다란 무인도인 선갑도다. 넓은 하늘을 물들이며 선갑도 위로 떨어지는 하루해는 유난히 아름답다. 북배가 일몰 출사지로 알려진 까닭이다. 국화도
섬이 낯설고 조금은 다른 세상이란 선입견을 품은 사람들에게는 국화도가 딱이다. 국화도까지는 당진 장고항에서는 불과 10여 분, 화성시 궁평항에서는 40분이 소요된다. 일단 접근이 쉽고 면적이 크지 않아 부담이 없다. 섬 둘레 또한 2.7km에 불과해 당일로 다녀와도 좋다.
아이들에게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일조차 어쩌면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게다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육지와는 또 다른 세상이다.
하지만 국화도는 존재로 만족하기에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섬이다. 밀물 때는 영락없는 무인도지만, 썰물이면 갯돌과 모래톱을 드러내고 본 섬과 하나가 되는 매박섬, 그리고 사주로 연결된 도지섬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육지에서는 결코 접하기 힘든 섬 지형의 백미다. 게다가 해변에 주저앉아 갯돌이라도 뒤집기 시작하면 시간의 흐름은 까맣게 잊히기 십상이다.
주민들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건강망 체험, 조개잡이, 좌대 낚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트레킹 코스라고 해봐야 선착장을 출발 매박섬 끝까지 그리고 본섬의 능선을 타고 내려와 도지섬을 돌아 나오는 것이 전부지만, 아기자기한 데다 어려운 구간이 없어 가족이 함께 오순도순 걷기에 적당하다.
섬은 다수의 펜션과 민박, 그리고 식당을 갖추고 있다. 성수기와 주말에는 현장에서 방을 잡기가 어려우니 필요하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국화도는 육지와 인접한 섬치고는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다. 그것은 뻘이 아닌 모래와 갯돌이 해안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 갯벌체험장 쉼터
본섬과 매박섬 사이의 해변은 갯벌체험장으로 활용된다. 갯벌의 시작점인 체험장 매표소 뒤편에는 넓은 데크 위에 테이블 서너 개가 가지런히 놓인 쉼터가 있다. 이곳은 동서 방향이 시원하게 트여 있어 일출과 일몰이 한 자리에서 조망된다.
2. 매박섬(토끼섬)
물이 빠지고 바닷길이 열리면 주민들과 여행객들은 누구 없이 호미를 들고 갯벌로 나온다. S자로 이어진 갯벌이 닿는 또 하나의 섬이 매박섬이다. 조개와 바지락을 캐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휴식 같은 자연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글 사진 김민수 여행작가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