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앙은행의 긴축 우려에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관리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며 긴축의 강도를 높여 가는 가운데, 러시아발 유가 불안이 더해지며 인플레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초에는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 10년물·2년물 금리의 역전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면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글로벌 경기와 통화정책 대응 속도, 자산 가격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물가 전망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 우려를 기회로…돈이 되는 투자 전략은
인플레, 2분기 정점 이후 둔화…물가 상승 지속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5% 올라 전월(7.9%) 대비 상승 폭을 확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전월보다 11%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는 둔화되면서 근원물가지수의 상승세는 4개월 만에 0.3% 수준으로 완만해졌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중고차 가격이 전월 대비 3.8% 하락했으며, 소비자물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거비의 상승 폭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비는 주택 가격에 6~9개월가량 후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들어 미국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됨에 따른 이동 제한 완화로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도 확인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해 발표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는 지난해 말을 정점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기업의 체감물가지수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의 물가는 2분기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고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가 2분기 정점을 통과하더라도 하반기까지는 장기 추세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차질은 종전 선언이 이뤄지기 전까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정부도 선별적인 봉쇄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어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은 종전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 시즌, 분위기 모멘텀 신호탄?
지난 1분기 글로벌 증시는 물가와 금리를 둘러싼 거시경제 악재를 소화하며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가 연초보다 8.58% 하락한 가운데, 대외 경기에 민감한 코스피 지수도 4월 12일 기준 현재 10.44%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치며 투자자들은 다시 Fed에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고, 경기 침체 우려로 과도하게 쏠렸던 관심도 점차 기업의 펀더멘털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기업이익(MSCI 전세계 지수 기준)은 전년 대비 9.0% 성장이 예상되며, 미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 전망치도 8.5%로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의 경우에는 매출과 이익 성장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대비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조정을 겪으며 밸류에이션 매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대외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높게 유지되는 구간에서는 필수 소비재 및 헬스케어와 같이 이익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업종들의 실적 발표 내용도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 우려를 기회로…돈이 되는 투자 전략은
인플레 불확실성, ‘인프라·단기채+α’ 전략 극복
실적 시즌을 거치며 이익 창출력과 우수한 재무 구조를 갖춘 퀄리티 기업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퀄리티 기업은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와 가격 결정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외 변수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결국은 펀더멘털에 수렴한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리 인상과 고물가라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을 추가로 확보해 둔다면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다. 금리인상기는 이미 확정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받는 채권 자산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최소화하면서 추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을 확보할 경우 주식 및 채권 시장 변화에 대한 노출을 낮출 수 있다. 잔존 만기가 짧은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수취하는 동시에 기업공개(IPO) 및 본주·우선주 간의 페어 트레이딩(고평가 주식을 팔고 저평가 주식을 사는 매매 방법)에 참여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인플레로 수혜가 예상되는 글로벌 인프라 기업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인프라 기업은 사업의 특성상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으면서도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이 창출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인프라 기업의 수익이 주로 인플레에 연동된 계약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써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누적된 악재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신중한 낙관’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구조적 성장주에 대한 중장기 관점의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포트폴리오의 한 축은 인플레에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자산으로 구성하는 유연함을 발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글 최보경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