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시점에서 인플레에 방어적 성격을 띤 자산에 대한 투자가 적절히 이뤄졌다면 인플레로부터 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산관리에 있어서도 일종의 공수전환이 필요한 순간이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크게 풀렸던 유동성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이뤄지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마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위험자산의 매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안전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투자 공식도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안전자산 중에도 인플레 방어가 가능한 투자 자산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구조적 인플레 장기화 모드
인플레 자산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 배경에는 인플레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다. 따라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은 인플레 정점 시기가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2% 하회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 Fed는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에서 4.3%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에는 2.7%, 2024년에는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인플레가 정점을 찍고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가 장기화되는 근거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글로벌 분업구조에서 자국 생산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과거 최저 및 최적의 재고로 운영되던 시절보다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가들이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가부채가 커진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인식되던 중국도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신흥국의 낮은 인건비를 활용한 가격 하락도 더 이상 메리트가 없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기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관련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으니 수급불균형에 의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요인들은 구조적 인플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 시장 변동성 역대급…안전자산 역할 부재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던 채권은 인플레의 불확실성과 미 Fed의 긴축 속도 가속화 영향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가격이 변동성 큰 주식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일 폭등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19년 3월 이후 최고치에 이른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도 큰폭으로 뛰었다. 이로 인해 10년물과 2년물 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국내 채권 시장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국고채 3년물이 3%에 달하며 2013년 12월 이후 8년 4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연일 고점 랠리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채권 시장 내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주식 약세 구간에서 채권도 예전만큼의 방어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또한 채권이 인플레 방어 능력에도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채권의 비중을 줄이고 인플레 헤지가 가능한 금, 달러, 원자재, 대체투자 자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당분간 물가 상승 지속…인플레 방어 자산 주목해야
최근 물가상승률이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인플레 방어적 성격을 띤 자산들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는 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주요 기관들의 연평균 유가 전망도 상향 조정됐고, 변동성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원유의 재고가 감소하고, 산유국의 여유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분간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철금속도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공급망 차질로 니켈, 알리미늄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플레 장기화 우려에 금, 달러, 원자재 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위험자산과 상관관계가 비교적 낮다는 점에서 인플레 자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험자산 가격이 떨어져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아 하락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플레 헤지 자산으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금 가격의 경우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효과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금 가격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자산도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어 분산투자 관점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가 나빠지게 되면 원화 대비 달러는 강세가 될 수 있어서 달러 활용 가치도 높다. 원자재 투자 역시 자산 배분 효과가 큰 상품이다. 물가가 올라가고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자산을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인플레가 계속된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원자재가 확실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자산 역시 물가 방어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인플레 자산으로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리츠 투자는 공모 리츠를 활용할 수 있는데 환금성과 유동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글로벌 주요 국가의 경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수급 여건, 품목별 이슈 등이 당분간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5월에 미 Fed가 50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향후에도 미국 금리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은 재봉쇄 돌입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도 단기간에 평화적인 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글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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