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공포에 질린 자산 시장서 투자 기회 찾으려면
올해 상반기 금융 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수식어는 ‘이례적(상례에서 벗어나 특이한)’이 아닐까 싶다. 연초 이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긴축 가능성이 대두됐고 시장참여자들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를 넘어 침체를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주요국 증시 하락을 이끌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정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인플레 상승 압력을 더욱 높였다. 이로써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 20년 이상 유지된 주식과 채권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효과는 거의 미미했다.

올 초부터 지난 6월 10일까지 글로벌 주식과 채권은 동반 약세를 보이며 각각 -17.8%, -9.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주식과 채권으로 자산 구성을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는 하락 방어에 실패했다. 심지어 글로벌 채권 80%, 글로벌 주식 20%로 구성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주식 80%, 글로벌 채권 20%의 매우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보다 높은 손실을 기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금융 시장 분위기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 Fed 인사들의 공격적인 인플레 대응 발언과 해당 시점에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글로벌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키운 것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극단적 공포와 미 Fed의 정책 대응에 대한 불신이 조금은 해소됐다.

글로벌 주식은 8주 만에 반등세를 보였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급격히 하락하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 5월 9일 3.2%를 기록한 후 50bp(1bp=0.01%) 가까운 하락(채권 가격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5월의 안도 랠리가 추세적 상승으로의 전환인지, 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에 불과한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여전히 긴축, 인플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11년 만에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세계은행(WB)을 포함한 주요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주요국 증시는 급락으로, 국채 금리는 급등(채권 가격의 급락)으로 화답했다. 이렇듯 이례적인 시장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시장에 남기로 결정했다면 이 변동성을 어떻게 이겨낼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WM Report] 공포에 질린 자산 시장서 투자 기회 찾으려면
포트폴리오 방어력 높이는 전략 ‘주목’
우선 글로벌 경제 상황을 지표 관점에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은 경기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주요 경제 지표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 지표는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시장에서 기업들의 유동성 경색 등의 신용 위험 신호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가계는 코로나19 이후의 유동성 환경에서 장기 추세를 상회하는 초과 저축을 누적했고, 이는 현재의 인플레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소비 여력을 가능케 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을 높여 온 요인 중 하나인 중국의 봉쇄조치는 6월부터 본격적인 완화 수순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공급 차질 및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적으로 인플레 및 경기 침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수시로 시장 불안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현재 자산 가격에 반영된 우려의 정도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이를 고려해 투자자들은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과매도된 자산에서 투자의 기회를 찾되, 단기 변동성에 대비한 위험 관리를 병행하는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식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면 채권의 비중을 확보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높이려면 어떤 채권이 좋을까. 채권을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매수 가격이다. 채권은 매수 시점에 미래 현금흐름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미 Fed가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하고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발행 국가나 신용등급, 만기 구조 등에 관계 없이 거의 모든 채권 자산의 가격이 매우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하이일드 채권의 가격 조정이 두드러졌다.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을 투자할 때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발행 기업의 신용 위험인데, 현재 글로벌 하이일드 기업들의 재무 구조는 매우 건전한 상황이다. 과거 금리 상승기보다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감소한 반면, 현금 보유량은 늘어나 단기 인플레 위험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율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투자등급 기업들이 하이일드등급으로 추락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고, 이후 경제가 정상화되며 다시 투자등급으로 상향 조정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즉, 미 국채 금리 상승 및 위험 회피 현상에 따른 크레디트 스프레드의 확대로 하이일드 채권의 무차별적 매도세가 이어진 점은 가격 측면에서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시장은 언제든 경기 침체 우려로 매력적인 자산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WM Report] 공포에 질린 자산 시장서 투자 기회 찾으려면
투자등급 국공채 및 회사채 ‘주목’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투자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국채로 대표되는 투자등급 채권에 투자할 때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시장금리의 상승이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현 수준에서 큰 폭의 추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현재 시장금리는 이미 미 Fed가 올해 말까지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으며, 긴축이 야기하는 경기 부담이 금리 상단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선진 시장 투자등급 국공채 및 회사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긴축 여파로 경기 부담이 부각될 경우, 신용도가 높은 채권이 변곡점에 대비하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해당 자산이 높은 수준의 금리 민감도를 갖는다는 점에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단기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처럼 투자등급 채권과 하이일드 채권이 각기 다른 매력과 위험을 모두 갖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듀레이션(만기)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를 동시에 활용하는 바벨전략이 유효하다. 다시 말해 투자등급 채권과 하이일드 채권 간의 유연한 균형 관리로 채권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이고 인컴(수익)은 증대시키는 전략이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지난 몇 분기 동안 이 전략은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최근 20년간 국채와 크레디트 채권의 분기 성과를 분석해보면 올 1분기와 같이 국채와 크레디트 채권이 동시에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시기는 8%에 불과하다.

바벨전략이 서로 상반된 성과를 기록하면서 결과적으로 균형 효과를 달성한 기간은 48%에 달했고, 두 자산 모두 긍정적인 시기도 44%에 이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격한 속도로 하향 안정화되는 동시에 크레디트 채권의 스프레드가 축소된 지난 5월 말에 바벨전략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간 지속된 TINA 시기가 일단락됐다. 이후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전혀 그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채권은 시장에서 잊혔고 많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여전히 주식이 높은 비중으로 남겨져 있다. 그 사이 채권은 장기간 소외되며 이자수익과 함께 자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이제 절대금리 및 밸류에이션 매력에 주목해 채권 투자를 다시 봐야 한다. 국채, 크레디트, 투자등급, 하이일드 등 채권 전반을 활용한 바벨전략으로 인컴 확보, 자본 차익, 포트폴리오 변동성 방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준비를 시작할 시점이다.


TINA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인 “There Is No Alternative(대안은 없다)”에서 유래된 용어로 월가에서는 낮은 금리로 주식 외에는 대체자산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글 변효정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