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카드데이터는 고객의 소비 정보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광산에 비유할 수 있다.”
임철현 NH농협카드 카드디지털사업국장의 말이다. 거리 두기 해제 후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의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향후 여행, 숙박, 유흥 소비가 크게 늘어나 올해 빠른 추석으로 9월 말까지는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카드사 빅데이터 전문가인 임철현 NH농협카드 카드디지털사업국장과 홍진규 롯데카드 데이터사이언스실 Datus분석팀 책임을 만나 엔데믹 소비 패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철현 NH농협카드 카드디지털사업국장
"MZ세대, 명품 소비 증가...서울 8대 상권 회복세"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임철현 NH농협카드 카드디지털사업국장(이하 임 국장) 농협카드 카드디지털사업국 국장이다. 농협카드의 디지털과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카드 프로세스로 구현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홍진규 롯데카드 데이터사이언스실 Datus분석팀 책임(이하 홍 책임) 롯데카드 데이터사이언스실 Datus분석팀 책임자다.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제휴사를 대상으로 분석 인사이트와 맞춤형 데이터를 기획·제공하고 마케팅 성과로도 연결될 수 있도록 컨설팅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MZ세대, 명품 소비 증가...서울 8대 상권 회복세"
홍진규 롯데카드 데이터사이언스실 Datus분석팀 책임

카드사에 축적된 소비 데이터의 조사 가치가 높은 이유는.
임 국장 카드 데이터는 고객의 소비 정보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광산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농협카드는 지방 소비 경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사용과 관련한 데이터에 높은 점유율과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보다 폭넓고 다양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책임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결제 정보, 가맹점 정보 등 소비 데이터는 고객이 언제, 어디서 돈을 쓰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실제로 투자를 제외한 지출의 약 72%는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카드사의 소비 데이터를 활용하면 다양한 소비 업종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일상 대부분의 영역에서의 고객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고객의 금융 생활과 취향과 취미, 관심사, 라이프스타일 등을 유추할 수 있고, 기업은 이를 개인화 마케팅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고객의 카드 결제 데이터와 함께,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품목 데이터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카드 고객이 롯데그룹 유통 채널에서 어떤 품목의 물품을 얼마나 구매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선호하는 백화점 브랜드부터 버스, 지하철, 시외·광역버스, 공유 킥보드 등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 이용 패턴까지 활용 가능한 정보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패턴을 알아보는 이유 및 해당 데이터 활용 방법은.
임 국장 고객은 다양한 소비 성향과 각기 다른 니즈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고객에 따라 차별화되고 맞춤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고객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세분화가 필요한데, 데이터를 통한 분석이 표준화된 방법이다. 고객의 성별, 연령, 거주지, 라이프스테이지(Lifestage: 라이프사이클을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것), 소득 등의 인구통계학적인 정보에 소비 지역, 업종, 빈도, 금액 등의 정보를 포함해 정제하고 정형화한 다음, 정보의 활용 목적별로 고객의 성격을 정의하고 세분화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고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 알고리즘을 결합한 머신러닝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입수, 정제, 분석된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세분화해 이벤트 기반 실시간 마케팅, 타깃마케팅, 고객 소비 통계 서비스, 상품 추천 등 고객에게 개인화된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 책임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고객의 소비 취향과 관심사 등을 파악하게 되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상품과 서비스, 콘텐츠 등을 제안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회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로카앱에서 고객의 취향에 최적화된 금융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콘텐츠 큐레이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에게 콘텐츠를 ‘먼저’ 추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가전제품 구매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고객이 매장에 가기 전에 고객이 선호할 만한 상품에는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또 롯데카드로 구매를 하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고 짚어주는 것이다. 여기서 시간, 장소, 상황에 따른 고객의 소비 패턴과 취향, 신상 변화 등을 데이터를 통해 심도 있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당사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의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600개가량의 빅데이터 분석 모델을 올해 외부 데이터를 확대해 고객의 취향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석 체계를 구축했다.

각 사 코로나19 전·후·향후 소비 패턴을 분석한다면.
임 책임 코로나19 초기(2020년 상반기)에는 일평균 소비자 수 및 이용액이 급감했다. 특히 외식, 여행, 숙박, 유흥 업종의 소비절벽이었다. 이후 하반기부터 소비자 수는 기존 추세로 회복했지만 이용액 부분은 정체를 지속하다가 2021년부터 회복 추세로 전환해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이전 소비세로 완전히 회복했다.
2022년 1분기는 코로나19 정점기로 상승세를 이어받지 못하고 주춤했다가 2분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말 시즌부터 본격적인 소비 증가가 예상된다.

홍 책임 롯데카드 개인 고객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 코로나19 확산 전후 집 바깥 여가활동 업종 이용이 줄어든 반면 집 안 여가활동 업종 이용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1분기 집 바깥 여가 업종 매출 건수의 월평균은 2019년 4분기 월평균 대비 약 66% 수준으로 줄었다.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4월부터 늘었으나 5월 평균 매출 건수가 2019년 평균을 10% 이상 밑도는 등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감상 등 집 안 여가활동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증가해 올해 5월 관련 업종의 매출 건수가 2019년 1분기 월평균의 약 2배가 되기도 했다.
"MZ세대, 명품 소비 증가...서울 8대 상권 회복세"
성별, 세대별, 거주지별, 시간대별 등 이용자 소비 패턴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임 국장 최근 여성의 소비가 증가해 이용자 비중과 이용률은 남성보다 높아졌고, 소비 금액은 47%로 대등한 수준까지 확대돼 연말에는 역전이 예상된다. 남성의 경우 외식, 커피, 교통, 자동차 업종의 소비가 상위에 나타나고, 여성은 온라인 소비(22.4%), 오프라인 소매유통(23.9%), 의료 및 건강 업종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이 있다.
세대별 소비 패턴의 특징은 온라인 업종 소비에서 두드러지는데, 30대 이하는 온라인 소비가 30%의 비중을 보이며 40~50대는 20%, 60대 이상은 9%로 연령이 낮을수록 온라인 소비 비중이 높다. 또한 40~50대는 소매유통 소비가 25%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60대 이상은 의료, 건강 업종 소비가 20% 수준으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부산, 인천 거주자의 온라인 소비 비중이 가장 높고, 그 외 지역은 소매유통, 외식 소비가 높다. 소비 시간대를 보면 오전 시간대는 의료, 건강 업종 소비가 가장 높고 점심 시간대는 외식, 오후 시간대는 온라인, 소매유통, 커피 소비로 집계됐다. 야간은 외식, 주점, 교통 소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대별 명품 소비는 어떤가.
임 국장
최근 명품 시장의 떠오르는 소비계층은 단연코 MZ(밀레니얼+Z)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의 추세를 봤을 때 2030세대의 명품 소비액은 연평균 36.9%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같은 기간 동안 4050세대의 소비 증가(연평균 15.4%) 대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40%대에 달하고 있어 특유의 디지털 친화력을 바탕으로 명품 소비 시장의 새로운 판로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4050세대는 여전히 80~90%의 매출이 백화점 등과 같은 전통적인 판매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물론 인당 소비 규모 측면에서 20대는 40~50대의 60% 정도에 그치지만 소위 ‘가심비’와 유행에 민감한 세대적 특성,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적인 유통 채널을 통한 소비가 다소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2020년에도 20대는 럭셔리 소비 고객이 2배가량 증가한 것을 생각할 때, MZ세대를 겨냥한 스몰·미들 럭셔리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MZ세대, 명품 소비 증가...서울 8대 상권 회복세"
포스트 코로나인 현재의 데이터 소비 패턴은 어떤가.
홍 책임 사회적 거 리두기 해제 조치 이후 야구장 등 다중이용시설, 오프라인 축제 주변 상권이 회복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됐던 오프라인 상권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사 개인고객 결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4월 25일 야구장 취식 제한 해제 직후 전국 프로야구구장 주변 편의점과 음식 업종의 약 2주 동안의 매출이 전후 약 두 달의 기간 중 가장 높아지는 등 정부의 거리 두기 해제 조치가 오프라인 업종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간 중단됐던 오프라인 축제가 올해 재개됨에 따라 4~5월 진행된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양재천 벚꽃길 개방 등 주요 6개 봄 행사 주변 편의점 및 음식 업종 일평균 매출 건수와 매출이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 데이터로 본 상권 분석은.
임 국장 2022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던 서울 8대 상권(강남, 광화문, 명동, 성수, 여의도, 을지로3가, 이태원, 잠실 등)을 중심으로 봤을 때 전체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의 규모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권과 업종별로 편차가 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기 명소로 떠오른 성수 지역은 코로나19가 덮치기 이전인 2019년 기준 매출을 웃돌고 있다. 인근에 밀집된 병·의원 매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강남권 또한 2019년 상반기 대비 15% 이상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 ‘더현대서울’과 같은 대형 백화점의 개점을 기점으로 인근 음식점과 카페 등의 매출도 함께 상승한 여의도 또한 코로나19 이전의 매출을 상회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주 소비층인 광화문 일대의 경우 재택근무가 지속된 기간만큼 타 상권 대비 느린 회복세를 보여 올해 상반기에도 2019년 대비 약 70% 수준의 매출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감염병의 확산과 거리 두기 시행 정도 등에 따라 각 상권과 밀집 업종에 따른 편차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판매 채널별 데이터는 어떤가.
임 국장
2020년과 2021년 농협카드 간편결제 비중은 각각 17.4%, 20.0%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3.9%에 비해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재택소비 증가로 배달 서비스, 온라인쇼핑, OTT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카드사와 빅테크사 간 간편결제 무한경쟁 시대를 열었다. 2021년 자사 자체 간편결제 이용액은 약 5조4000억 원으로 그중 농협카드 결제앱인 NH페이의 비중은 54.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 대비 4.2%포인트 증가했다.
NH페이는 2021년도 등록회원 수 400만 명 돌파와 함께 결제액도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말 기준 NH페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20대 이하가 29.7%로 가장 많지만 2020년 말 대비 등록증가율은 10대부터 50대까지 5~6%로 비슷한 수준이다.
제휴 간편결제 서비스의 상위 4개사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쿠페이(쿠팡) 등이다. 그중 삼성페이는 매년 상위 4개사 간편결제액 중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3개사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2019년 삼성페이가 차지하던 결제액 비중 66.9%에 비해 2021년도에는 54.5%로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페이는 2019년 대비 250% 이상 결제액이 증가하며 가장 큰 성장을 보이고 있고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2019년 대비 150% 이상 성장했다.

홍 책임 롯데카드는 현재 데이터스를 통해 회원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소비 패턴, 가맹점·상권, 유통·쇼핑 데이터는 물론, 제휴사 데이터도 판매 중이다. 또 KT 통신 빅데이터 플랫폼, 금융데이터거래소, 국가교통 데이터 오픈마켓, 데이터스토어 등 다양한 데이터 판매 채널에 31종의 유·무료 데이터 및 보고서 상품을 등록해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스타트업, 중소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보다 전문적인 데이터 공급 및 컨설팅 서비스 또한 제공 중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