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디지털 자산관리, 영토 확장 빨라져…규제 개선 필요
지난 3년간 온라인 펀드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하는 등 소위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이 급성장세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관심과 경쟁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디지털·정보기술(IT)을 활용한 자산관리 시장이고,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웰스테크(wealth-tech) 시장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대표 상품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 마이데이터 기반의 금융 플랫폼 관련 상품, 온라인 펀드 등을 꼽는다. 그럼 왜 이렇게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나.

첫째,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충격 효과다. 디지털화를 대표 속성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가 겹치면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둘째, 마이데이터 제도의 도입 효과다.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디지털 금융 플랫폼상에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각 개인이 자산 부채를 실시간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산관리 여하에 따라 신용도 개선 및 금융 소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MZ(밀레니얼+Z) 세대의 자산관리 시장 진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인이다. 아날로그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는 MZ세대 자체가 디지털에 관심이 많고, 금융사는 디지털·IT 기술을 이용하면 불특정다수의 소액 거래에도 충분히 가성비를 낼 수 있다. 서로 관심이 일치하기 때문에 그만큼 MZ세대의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급성장...자산관리 시장 규모 키워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있지만, 디지털·IT 기술 특히 미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와 관련된 것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와 마이데이터 관련 상품이 대표적이다.

우선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미리 짠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적으로 운용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운용자다. 2016년 코스콤 RA 테스트베드가 시작된 이래 초기 2~3년은 증가세가 미미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억 원으로 3년 새 3배 이상, 연 50%로의 고성장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업체도 50여 개사로 늘었다. 이처럼 성장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첫째 이유로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맞춤형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고유의 강점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자산 운용에서는 고액의 경우에만 전문 서비스를 받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10만~20만 원을 맡겨도 인공지능(AI)으로 자산관리를 해준다.

이 때문에 편리함과 가성비에 민감한 2030세대의 인기가 높다.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핀테크 증권사의 MZ세대 계좌가 급증한 점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이후 금융사의 마케팅 전략 변화도 요인 중 하나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이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가 어려워진 사모펀드 대신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한 간편한 절차와 시간, 비용 절감효과 외에 펀드 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다.

셋째,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시장 확대 요인이다. 지난 1년간 코스콤에서 집계한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수익률을 보면 평균 11%, 주식 비중이 높은 적극형의 경우 16.3%였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 3.6%에 비교하면 상당히 돋보이는 성과다.

이외에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와 AI 활용으로 해외 시장 분석에 강점이 있다. 서학개미 등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증가한 점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을 높여 줬다는 분석이다.

시장 구조는 어떤가. 우선 본격적으로 펀드를 출시하고 있는 업체는 15개사다. 그중 디셈버, 파운트, 쿼터백, 에임, 콴트 등이 선두 업체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하고 해외 투자에 특화된 크래프트테크놀로지도 관심 대상이다.

영업 형태는 핀테크 업체 고객 채널이 약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핀테크 업체 단독보다는 증권, 은행 등 금융사와의 협업 형태가 대부분이다. 금융사는 고객 기반, 핀테크 업체는 운용 알고리즘을 통한 운용 자문을 제공하는 식이다.

펀드 종류는 주식 중심의 적극형, 주식·채권의 중립형, 채권 중심의 안정형이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성격상 투자자 니즈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은 상당히 밝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2018년 650조 원, 2023년 3000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1조9000억 원 규모는 미국의 2018년 대비로도 0.2%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식 시가총액이 미국의 4.7%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그만큼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핀테크 증권사의 MZ세대 계좌 증가, 퇴직연금, 마이데이터 활용 등과 관련해 사이버 자산 영토라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우리나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초기 단계다. 10~20년 후엔 IT·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들이 금융 산업의 핵심 고객으로, 자산 운용 및 퇴직연금 시장의 큰손이 될 것이라고 보면 시장 성장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big story] 디지털 자산관리, 영토 확장 빨라져…규제 개선 필요
마이데이터, 고객 맞춤형 진화...미래 금융 새 판 짜기
최근 금융권은 그야말로 치열한 플랫폼 각축장 모습을 연상시킨다. 올 들어 본허가를 받은 55개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48개 금융사나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그동안 준비해 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현재 마이데이터 누적 가입자는 3600만을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데이터 활용의 가장 큰 강점은 개별 금융사가 아닌 시장 전체에서 최고 맞춤형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예금 입·출금, 대출, 보험, 증권 등 금융 거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가계부를 제공하는 데다 신용등급을 올리는 자문도 한다.

따라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금융 플랫폼을 통한 종합적인 소비자 자산관리 방안까지 짜줄 수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 관심이 높고, 금융사와 핀테크, 빅테크 업체 간의 물밑 경쟁과 제휴도 점입가경이다.

예컨대 비은행계 카드사들이 빅테크와 제휴를 서두르는가 하면 빅테크와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은행과 증권사, 빅테크 의존 없이 독자 슈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승부를 거는 은행 등 다양한 사업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대전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기존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들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고객의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돕는 마이데이터 브랜드 ‘머니버스(MoneyVerse)’를 통해 고객의 금융 수익과 소비 패턴 분석은 물론, 고객도 모르고 있는 숨어 있는 포인트를 찾아주거나 관심 있을 만한 투자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하나은행도 그룹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하나 합’을 출시해서 고액자산가 포트폴리오를 벤치마킹한 재테크 노하우를 제공하는 ‘부자 되는 투자 노하우’, 장기적인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미리 하면 쉬워지는 은퇴 준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이나 고객 정보를 스크래핑 방식으로 읽어 왔지만, 이제 마이데이터사업자가 되면서 고객 동의만 얻으면 빅데이터 구축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의 경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한편, 건강 분야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토스 앱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플랫폼을 통해 은행,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고객 맞춤형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한마디로 다양한 고객 맞춤형과 융합형 서비스가 가능한 금융 플랫폼의 핵심 사업이다. 현재는 고객의 자산관리 조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을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면, 그야말로 미래 금융의 새 판 짜기가 시작될 만큼 영향력이 엄청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맞춤형 및 융합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 구축과 AI 등 핵심 기술이 중요한 만큼 대형 금융사, 빅테크 등을 중심으로 이들 인프라 및 인력 확보, 외국의 성공 사례 연구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외국의 마이데이터 성공 사례로는 미국의 민트, 영국의 디지미, 중국의 위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위뱅크는 출범 후 4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6조 원이던 기업 가치가 25조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는데 그 원동력이 마이데이터 활용 덕분이었다고 한다.
[big story] 디지털 자산관리, 영토 확장 빨라져…규제 개선 필요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 잠재력 무궁무진...규제 개선 필요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이를 제약하는 한계와 문제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보다 빨리 성장하려면 퇴직연금과 같은 대규모의 안정적 펀드 시장에의 진입이 중요하다.

현재 관리상의 애로가 있는 확정기여(DC)형 시장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에 경쟁력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다면 퇴직연금 시장의 효율성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있어선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금융 데이터는 비금융권에 개방된 반면에 빅테크 등 비금융권의 데이터 개방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업무 영역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비금융사들은 금융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은 금산분리·은산분리 원칙 때문에 비금융권 진입은 커녕 서비스 융합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금산분리·은산분리 이슈와도 맥을 같이 하는 문제다.

디지털로 투명하고 실시간으로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면 아날로그 시대의 ‘금과옥조’인 금산분리 원칙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둘째, 금소법 관련 이슈도 지적되고 있다. 의료법 이슈에 이어 지난해 시작된 금소법 시행으로 최근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소법상 보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금융 상품 ‘중개’ 행위로 해석함에 따라 인슈어테크뿐 아니라 마이데이터 사업도 보험 분야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물론 소비자 보호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신산업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소비자 보호도 그만큼 퇴색하지 않을까. 균형 있는 정책과 법규 개정·해석을 기대한다.


글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