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정답고 또 그리운 도시다. 특히 목포역과 목포항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지역은 더욱 그렇다. 육지의 관문이자 바다의 들머리, 내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가 그곳 목포로 향했다.
시간에 따라 찾아가는 목포 여행을 시작해본다.

AM 06:30 (구)청호시장
목포 하루 여행, 맛깔스럽거나 정답거나
목포역 서쪽 신정동에 자리한 (구)청호시장을 찾았다. 삼척에 번개시장이 있다면 목포에는 (구)청호시장이 있다. 두 곳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새벽시장으로 수산물과 채소 등을 취급한다.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새벽시장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인들의 에너지에 덩달아 신이 나는가 하면 노천에 늘어선 매대에는 싱싱함과 신선함이 넘쳐난다. (구)청호시장은 수산물과 채소류에 특화돼 있다. 제철 생선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식당은 운영하는 상인들도 즐겨 찾는다.

올해는 민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예년보다 가격이 비싸단다. 게다가 크기에 따라 단가도 쑥쑥 올라간다. 지나다가 발견한 압도적인 덩치의 민어는 10kg짜리다. 무려 65만 원, 입맛을 다실 엄두조차 나지 않는 가격이지만 감탄하기에는 충분한 자태다.

가을은 낙지가 가장 맛있다는 계절이다. 단돈 1만 원이면 튼실한 한 마리를 살 수 있다.


AM 08:00 해남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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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풍성해졌지만 대신 배가 고파왔다. 목포역 바로 옆에 있는 해남해장국으로 향했다.

이 식당의 주 메뉴는 돼지뼈해장국이다. 금요일 막 기차를 타고 새벽 4시 목포역에 내렸을 때 어김없이 문을 열고 반겨줬던 곳이라 꽤 정이 든 터였다.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된 후 관광객들로 붐비는 식당이 됐고 현재는 새벽 장사는 하지 않지만 마땅한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 후회 없는 한 끼가 돼주는 나름 믿는 구석이다.

갈비탕을 빙의한 누렇고 맑은 국물에 느끼함이 없고 큼지막한 세 덩이의 뼈에 고기와 골이 넉넉하게 붙어 있어 식사를 마치고 나면 포만감이 그득하게 밀려온다.

허름했던 가게는 이미 크고 깨끗하게 변모한 지 오래다. 방송의 힘이 목포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키워줬지만,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며 새벽녘 허기를 채우던 그때의 소박함이 그립다.

바로 옆집 은지네 해장국 역시 TV 프로그램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한 후 크게 손님이 늘었다. 두 식당의 맛과 양의 차이는 크게 느낄 수 없다.



AM 09:00 유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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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도 할 겸 유달산을 오르기로 했다. 유달산 들머리는 실로 다양하다. 노적봉, 달성공원, 어민동산, 낙조대, 혜인여고 후문, 아리랑고개 등 곳곳에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사실 높이가 228m에 불과하고 정상까지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 등산이라 하기도 쑥스럽다. 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목포 시내와 앞바다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조망이 탁월한 데다 층층이 기암절벽이 이어져 단시간에 압축된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산이다.

유달산을 걷고 나면 심신이 개운하다. 걸음을 돕는 누각과 쉼터, 그리고 데크길과 계단조차 자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유달산의 정상은 일등바위라 부른다. 그 아래 이등바위, 삼등바위도 있다. 죽은 자가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고 이등바위에서 저승사자의 명을 기다린다는 영적인 전설을 뒤로하고 회사 워크숍이나 스포츠팀의 전지훈련에서 상징적 목표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이름 때문이다.

일등바위 아래로 해상케이블카가 손에 잡힐 듯 지나갔다. 국내 최장 길이(3.23km)의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북항을 기점으로 유달산을 경유, 목포대교 저편의 고하도까지 이어진다.



AM 11:00 서산동시화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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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에서 노적봉으로 내려와 보리마당로로 들어섰다. 보리마당은 보리타작을 하던 터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오래전 유달산 주변으로는 보리밭이 많았고, 봉수대에서 근무하던 병사들에게 지급했던 둔전 또한 보리였다고 전해진다. 보리마당에서 바라보면 목포항 주변 풍경이 영화처럼 내려다보인다. 비탈을 타고 울긋불긋, 다닥다닥 붙은 지붕들과 항구로 들어오는 여객선의 모습은 영락없는 필름 속 한 장면이다.

보리마당 아래 오래된 가옥과 담벼락이 미로처럼 이어진 곳이 서산동이다. 일제강점기 비누 등을 만들어 팔았던 일화제유(대동제유의 전신)의 근로자들이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이다.

‘서산동 시화마을’은 2015년부터 시작된 목포 인문도시사업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시를 짓고 벽화를 그려 조성했다. 옛 흔적과 벽화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골목에서는 향수가 소환된다. 그리고 ‘연희네 슈퍼’는 시화골목의 시그니처이며 인증샷 스폿이다.

영화 <1987>의 촬영지로 대학생 연희(김태리 분)가 엄마(김수진 분)와 외삼촌(유혜진 분)과 함께 살던 이름 그대로의 슈퍼다.



PM 12:30 고하도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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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는 목포와 영암군 사이 바다에 있는 섬으로 목포대교와 직접 연륙돼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대첩에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이 107일을 머물며 진을 치고 전열을 가다듬었던 섬이다.

고하도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높이 24m에 5층으로 이뤄진 전망대다. 조선 수군의 주력함인 판옥선 모형 13척을 격자로 쌓아 만든 모습도 특이하지만, 빼어난 뷰 맛집이기도 하다. 전망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고하도 해상데크길, 앞바다, 목포대교, 해양대학, 유달산의 풍광이 절묘해진다. 곳곳에 설치된 투명 바닥 창으로 높이의 아찔함도 경험할 수 있다.

해상데크길은 전망대 언덕을 내려와 바다를 만나는 곳에서 양쪽으로 갈라진다. 데크길은 해안과 일정 거리 분리돼 있다. 그래서 땅이 아닌 진심,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PM 14:30 장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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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해상데크길을 걷고 나니 허기가 급속도로 밀려왔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장터식당’을 생각해냈다. 목포항 근처에 있는 ‘장터식당’은 게의 껍데기에서 살을 빼내어 비벼 먹기 좋게 담아 내놓는 게살 비빔밥 맛집이다.

그런데 1인분은 안 된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3시부터는 브레이(24,300 -1.22%)크 타임, 결국 2인분에 별도로 밥 한 공기를 주문했다.

빈 대접에 밥과 양념된 게살을 넣고 쓱쓱 비벼내면 비빔밥은 쉽게 완성된다. 2인분 양이니 당연히 밥보다 게살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지만, 2배의 매콤함으로 무장한 맛은 다행히도 ‘짜고 맵고’의 경계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PM 15:00 ‘목포근대역사관’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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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예술공원 아래에 있는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1897년 목포항이 개항된 3년 후 영사관 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그 후 수차례의 용도를 거친 후 2014년부터 현재의 전시관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시관은 2개 층에 7개의 주제로 나누어 목포의 근대화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시대 목포진으로 출발해 개항되고 근대건축물들이 세워지는 과정, 그리고 일제에 대한 저항의 역사까지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전시관 뒤편에는 방공호가 있다. 일제가 미군의 폭격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높이 2m, 깊이 82m나 되는 굴을 파기 위해 조선인들이 강제동원 됐음은 물론이다.


PM 17:30 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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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는 굽이굽이 흘러내린 영산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입암산 자락 해안가에 있다. 2명의 스님이 갓을 쓰고 있는 형상으로 중바위 도는 삿갓바위로도 부른다. 천연기념물 500호로 지정돼있는 갓바위는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퇴적암이 오랜 세월 풍화와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저녁이 다가오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산책을 즐기려는 지역주민들이다. 갓바위 아래로는 해상보행교가 설치돼 있어 이웃한 달맞이공원과 연계해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PM 18:30 목포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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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교동 유달유원지는 신안비치호텔에서 목포해양대 사이 300m 길이의 백사장을 끼고 있다. 전망 좋은 카페와 술집들이 많아 최근 목포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곳이다. 장소를 빛나게 하는 데는 스카이워크도 크게 한 몫 한다.

15m, 길이 54m의 돌출된 구조물을 따라나서면 목포가 자랑하는 노을이 붉게 반긴다. 목포의 하루는 목포대교 너머로 저문다.


PM 20:00 완도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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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시장 보리밥골목은 오래전 섬사람들이 육지에 나와 일을 끝내고 여객선을 기다리며 허기도 채우고 술도 한 잔씩 걸치던 곳이다.

완도식당은 꽤 오랜 단골집으로 주인아주머니께는 서슴없이 이모님이라 부른다. 자리에 앉으면 특별히 주문할 것도 없이 밥과 반찬이 나온다. 투박하지만, 전라도 백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구이, 조림, 국, 찌개로 맛깔나게 변신하는 생선과 게장, 젓갈, 채소 무침은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거기에 이모님의 구수한 옛 목포 이야기는 덤이다.


그리고
목포의 하루는 완도식당에서 멈췄다.

글 사진 김민수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