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터 분쟁 해결까지 가상자산 A to Z> 저자 이광욱 변호사 인터뷰
지난해까지 투자 시장을 뒤흔들었던 가상자산에 대한 광풍이 고금리, 테라·루나 사태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시들해진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침체기를 통해 암호화폐의 ‘옥석’이 가려질 수 있다고도 말한다. 과연, 가상자산 투자는 한때 지나가는 바람일까, 다가올 미래의 시그널일까.최근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 경제난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도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여기에 시가총액 58조 원이 증발한 테라·루나 사태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을 넘어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되레 이번 침체기를 통해 암호화폐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높은 신뢰도와 활용성을 갖춘 디지털자산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가상자산에 대한 검증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인터넷을 찾아도 파편화된 정보가 대부분이다. 단편적인 정보를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가상자산의 전체적인 내용과 다양한 쟁점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무척 어렵다.
한국경제신문이 <투자부터 분쟁 해결까지 가상자산 A to Z>를 펴내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책은 가상자산 시대에 놓쳐서는 안 될 기본 개념과 트렌드, 그에 관한 법적 쟁점도 다뤘다.
또한 다양한 가상자산 기술들이 투자자와 사업자, 각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체계적으로 담았다. 블록체인, 코인, 토큰,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메타버스, 디파이(DeFi) 등 가상자산을 선도하는 각종 기술, 제품, 서비스를 법적 관점에서 조망했다. 무엇보다 국내 대표 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들이 집필에 참여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이광욱 변호사를 만나 안전한 가상자산 투자에 관한 법률 상식들을 두루두루 들어봤다. 우선 책 <투자부터 분쟁 해결까지 가상자산 A to Z>를 출간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화우는 그동안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에 관한 자문 및 분쟁 대응 업무를 꾸준히 처리해 왔습니다. 블록체인, 코인, 토큰, NFT, 메타버스, 디파이 등 현재 디지털자산을 선도하는 각종 영역에 대한 법률 서비스 성과가 쌓이게 됐고, 이것을 관련 기술, 제품, 서비스 관점에서 법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 한국경제신문에서 기회를 주셔서 저희 작업을 일반인 관점에서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고민으로 문의하는 사례가 많은가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행복하지 않은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처럼 가상자산 시장에는 여러 시장참여자들이 있고, 저마다 고민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상자산의 명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고, 관련 규제도 마련돼 있지 않거나 불명확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부터 고민이 시작되죠. 예를 들어 가상자산 과세가 2년 유예되기는 했지만, 가상자산의 채굴, 하드포크, 에어드롭이 과세 대상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은 세금 이슈를 반영한 투자 및 사업 계획을 세우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고민은 무엇인가요.
“화우가 의뢰 받은 문의는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자문(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기한 거래소 라이선스 획득, 행위 규제, 개인정보 처리 등), 대기업이 신사업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영위할 경우 자문(정관 개정, 필요 라이선스 검토 등), 금융사의 가상자산 사업 자문(투자 대상 상품 적합성, 기존 금융 관련 규제와의 충돌 문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죠.
“가령,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한 다단계 사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단계 사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단계 사업은 그 업의 성격상 대면 환경이 필수적인데,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기존 다단계 판매원이 대거 이탈해서 다단계 시장은 매우 위축됐죠.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단계 판매의 대상을 가상자산으로 해 사업을 개편하는 시도가 다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방문판매법’에 기한 다단계 사업 규제, 대규모 투자자 모집이 수반되므로 유사 수신 규제 등 금융 관련 규제, 대상 상품인 가상자산의 특수성으로 인한 다단계 판매원 및 소비자 보호 이슈 등이 문제가 됩니다. 현행 규제·제도의 테두리 내에서는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한 다단계 사업이 적법하게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사업 진행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다수 드린 바 있습니다. 투자에 태클을 거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으나 저희 의견을 수용한 고객은 형사처벌 리스크를 피했습니다.”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상자산도 추징 관련 향후 법적 제재는 가능할까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진통이며 이 고비를 잘 넘기면 가상자산 시장은 안착되고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세상은 유형자산의 시대에서 무형자산의 시대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테라·루나 사태는 스테이블 코인이 외부 환경의 급변으로 매도세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커진 상태에서 발생한 일종의 ‘뱅크런’입니다. 은행업이 뱅크런에 대한 대처를 제도적으로 정립한 것과 같이 가상자산업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몰수, 추징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대법원이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에 해당하므로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한 이상, 몰수, 추징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다른 재산과 다른 특수성이 있으므로 예규 등으로 가상자산의 몰수, 추징에 관한 특례를 다듬을 필요는 있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이슈도 클 것 같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등 가상자산 관련 웹사이트를 이용자로서 가입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이 적용될 것이고, 그에 따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문제는 가상자산이 소재하고 있는 블록체인 자체에서의 개인정보 이슈입니다. 블록체인의 경우 참여자 모두가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개인정보 처리자로 보아 규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블록체인 참여자의 구체적 신원이나 위치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참여자를 개인정보 처리자로 보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를 지우고 법 집행을 하기 어렵습니다. 규제 기관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블록체인 밖에서 처리하는, 즉 오프체인(off-chain)하고 필요한 경우 블록체인과 연동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럴 경우 블록체인의 장점이 퇴색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현재 법조계에서 주시하는 가상자산 관련 쟁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새로운 규제가 어떤 것이며 그에 맞추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여러 사항이 쟁점이 될 것입니다. 몇 가지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디파이(거래 당사자에 대한 직접 규제가 어려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유통사에 대한 법정 의무 내용) △금융사(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 조치의 내용과 건전성 의무의 내용) △거래소(ISMS, 실거래 증명 요건으로 이원화돼 있는 거래소 요건 정비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이) △전자상거래(메타버스, 가상자산, NFT를 포함한 새로운 전자상거래 사이트 영업 시 규제 사항) 등이 있죠.”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어떤 법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나요.
“해외에서는 2024년부터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규제법(MiCA, Markets in Crypto Assets Regulation)’이 시행될 예정이고, 미국에서는 2022년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상원에서 ‘책임 있는 금융혁신 법안(RFIA,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과 같은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와 같은 법률의 시행이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포함된 규제는 당장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는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탈중앙화 가상자산은 운영 주체가 모호한 점을 고려해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을 적용하면서 행위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기타 가상자산은 증권성 여부에 따라 증권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행위 규제 외에 상장, 공시 등에 있어 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습니다.”
최근 정부가 가상자산을 다루는 방향은 어떻습니까. 동시에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현 정부는 대선 공약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표를 통해서 가상자산에 관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전담 규제기관으로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ICO 허용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등을 제시했고, 이러한 기조는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되, 강한 규제로 인해 관련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방지하고자 하는 스탠스로 읽힙니다. 무엇보다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제정이 시급한데, 가상자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입법·제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단기간 내 입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부터 분쟁 해결까지 가상자산 A to Z>은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시자면.
“‘Atoms to Bits’입니다. 저희 책의 프롤로그 제목이기도 한데, 종전 산업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원자를 재료로 한 유형자산이 핵심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정보를 재료로 한 무형자산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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