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외인, 달러 자산 보유 욕구 강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 위축이 예고된 지금의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높은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긴축 사이클이 지속되고, 유동성 공급이 축소되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해 기업 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 중이라는 점을 종합하면 글로벌 주식 시장은 상단이 제한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장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주식 시장 조정 이후 실물수요가 감소하면서 주가 조정이 진행되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초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만 12조 원, 코스닥 시장에서 3조8000억 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 7~8월에 순매수를 보이다가 9월에 다시 순매도로 전환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추가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는 경우는 글로벌 경기 개선에 대한 베팅과 환차익을 노린 유입 때문”이라며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 후반부에는 대외 채무가 많고 상환 여력이 적은 취약 국가와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불거질 우려가 있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보다 유동성이 높은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려면 올해보다는 내년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김 부장은 “환율 레벨만 놓고 보면 원·달러 환율이 높을 때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살 가능성이 높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 리스크가 커질 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달러화 자산 선호가 강한 시기”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금융 시장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된 한국 주식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달러 강세는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빅테크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글로벌 위험자산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ig story]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외인, 달러 자산 보유 욕구 강해"
채권의 경우 금리 상승 영향을 많이 받지만 안전자산 선호 측면에서 장기 미국 국채 등의 자산에는 일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장은 “국내 자산 시장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주식과 채권, 리츠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해서도 미국 주식 시장이 가장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유럽의 대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 등이 더해지며 무역 적자 폭이 축소되는 등 수혜를 입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연말까지 코스피 예상 밴드는 2200~2500포인트로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현 장세에서는 코스피가 상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 민감 업종이 전반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다소 이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