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부동산 PF 리스크, 도미노를 막아라
지난 수년간 이어진 우호적인 부동산 경기 흐름 속에서 우후죽순격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들이 추진된 바 있다. 부동산 PF 시장 내 금융사들의 참여 방식이 다양해지고, PF 공급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났으며, 유동화증권 등을 통한 자본시장과의 연계성도 매우 커져 있는 상태다. 최근 부동산 PF 사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자, 이미 경색 국면에 놓여있던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사업의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징후가 본격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도미노처럼 번져 가는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 현황을 살펴보고 정책적 해법을 모색해봤다.
[스페셜]부동산 PF 리스크, 도미노를 막아라
부동산 경기 하락...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 최저치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월 대비 11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국적으로 하락했으며,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지역도 다수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은 10.8포인트 하락해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주택산업연구원은 “올 초부터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 건설 원가 상승과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부동산 PF를 통한 기대수익이 감소하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브리지론에서 부동산 PF로의 전환이 어려워지고 있고 이는 주택건설사업자들의 재원 조달 및 사업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택 경기 침체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정책과 더불어 공적 금융 지원 및 보증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스페셜]부동산 PF 리스크, 도미노를 막아라
집값 상승 잔치는 끝났다? 부동산 얼고 금융 쪼이고
2014년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저금리 기조하에서 다량의 시중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됨으로써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에는 개인들에 의한 이른바 ‘영끌’ 주택 매수세까지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평균 10%를 넘는 가격 상승세가 전국적으로 관찰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부동산 개발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추진됐고, 그에 따라 건설수주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1월 발간한 '부동산 PF 위기 원인진단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20년 기준 개발 사업 추진 건수는 2배 이상 늘어난 4431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건설수주 역시 급증해 2021년도 말 기준 총 수주액은 2014년 대비 약 2배인 19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 국내 외 경제 상황이 크게 반전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국내 부동산 PF 시장과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단기간에 크게 커진 상태여서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가 2020년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 추세로 전환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2021년부터 견조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미국이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국내 금리 역시 동반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들 상당수가 건자재 가격과 금융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경험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중반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에 대한 부동산 PF 공급 규제를 보다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다수 사업장에서 금융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여력을 제공하기 위해 완화했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iquidity Coverage Ratio, LCR) 규제를 금융감독 당국이 올해 초부터 정상화하기 시작하면서 채권 시장에도 자금경색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9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부동산 PF 사업들의 금융 조달 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스페셜]부동산 PF 리스크, 도미노를 막아라
부동 산PF 부실화에 금융 시장도 좌불안석
현재 국내 부동산 PF 시장과 금융 시장은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있어, 일부 개발사업장에
서의 부실이 금융 시장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수개월 동안 부동산 PF 사업장의 수익성이 악화돼 왔기 때문에, 이미 상당수 사업장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금 시장 내 신용경색이 심각한 상태에서 부동산 PF 사업 일부가 부실화할 경우 일부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 문제를 초래해 금융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 부동산 PF는 사업 시행주체의 신용이 아닌, 시공사로 참여하는 건설사나 타 금융기관의 신용 보강을 토대로 공급이 이뤄지는 경향이 커서, 시행주체-시공사-부동산 PF의 부실 가능성이 서로 연결돼 있고, 이것이 다시 금융 시장의 위기로 전이되기 쉬운 구조다.
이에 따라 현재의 위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건설 시장-부동산 PF 시장-금융 시장의 전반적인 구조하에서 취약 부분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까지 나섰지만 부동산 PF 위기 대응에 한계
올해 중반 이후 자본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있던 차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문제가 크게 악화되자, 정부는 지난 10월 23일과 11월 1일에 각각 50조 원과 95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건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금융 시장 안정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부동산 PF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는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10월 23일에 발표한 대책에서 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보증 공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으나, 이는 브리지론이 기 실행된 초기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한 본PF 실행 지원에 관한 것으로 본PF가 기실행된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실 가능성에 대한 지원 장치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지금까지의 조치들은 대부분 높은 신용등급의 대기업 회사채나 금융채에 대한 지원 중심이기 때문에, 부동산 PF사업과 관련해서는 일부 대형 우량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유동성 공급 장치로서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부동산 PF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요인이 복합적임을 고려했을 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은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 살려야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PF 시장-부동산 시장-금융 시장 전반의 안정화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먼저 지금의 위기가 부동산 시장의 냉각과 관련해 촉발되고 있는 측면이 큰 만큼 누적된 부동산 규제에 대한 과감한 완화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내 미분양 물량이나 공사 중단 물량이 누적돼 부동산 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저해하고 있는 부동산 거래 제한지구 및 지역, 분양가상한제, 취득세 등 각종 세제, 대출 규제 등에 대한 폭넓은 개선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주택 공급 정책과 연계해 이미 시장에서 공급 예정이었던 주택 등의 공급 물량을 흡수하는 방안 역시 고민해볼 만하다”며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사업들을 별도 사업으로 운영하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발생이 예상되고 있는 사업 중단 또는 미준공 물량을 정부 차원의 공적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흡수한 뒤, 정부가 예정한 사업 목적에 맞춰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지금의 부동산 PF 위기가 확산할 경우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져 가계부채 부실 문제를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단기적 금융 시장 안정화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과 부동산 PF 시장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응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거시경제 안정화 측면에서 부동산개발사업과 건설 산업의 구조 개선을 통해 부동산 PF 사업의 추진 방식을 보다 안정적인 형태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