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준은 다소 판타지하게 자신이 경험했던 미래의 모든 기억들을 가지고 각종 사업에서 큰돈을 법니다. 한도제철 인수(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 뉴데이터 테크놀로지 주가 폭락(2000년 새롬기술 주가 붕괴), 카드대란 사태(2003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도약의 기회로 활용됩니다.
실제 1999년 8월 13일 공모가 2300원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새롬기술은 이듬해 2월 주당 28만 원을 돌파하며 수익률 1만2000%를 넘겼었죠. 하지만 과도한 기대감으로 끌어 올려졌던 버블이 붕괴하며, 2000년 말에는 5000원대까지 추락합니다. 드라마 속의 진도준처럼 이 같은 사건을 미리 알았다면 “투자 참 쉽죠”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겁니다.
그러나 평범한 투자자들은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한 번밖에 인생을 못 사는 덕(?)에 하루하루가 늘상 도전입니다. 만약 대한민국의 평범 씨가 투자일기를 썼다면 이렇게 적지 않았을까요.
"이번 달에도 금리가 또 올랐다. 2021년에 퇴직연금까지 중도인출해 주택을 구입했는데 치솟는 금리와 추락하는 주택 가격 사이에 한숨만 늘어 간다. 분명 언론에서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집을 사야 된다고 하지 않았나."
"주가가 무섭게 추락한다. 코스피 최고치가 4000포인트까지 간다고 했던 고액자산가들은 일찌감치 주식을 정리했을까. 나는 왜 항상 뒷북 투자만 할까."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아파트 값은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으로 4.79% 하락했습니다. 또 통계청의 2021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5만4716명으로 이 중 2만9756명이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중도인출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지난 2021년 1월 S증권사에서 자사 계좌 자산 10억 원 이상인 고객 8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액자산가들은 유망 자산으로 국내 주식(47%)과 해외 주식(31%)을 꼽았고, 응답자의 47%가 3년 내 코스피 최고치로 4000포인트를 예측했죠. 3000선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4%에 불과했습니다.
평범 씨들은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이 될 수 없었습니다. 낙관적인 전망을 액면 그대로 믿은 덕에 투자의 고통은 커졌습니다.
한경 머니는 2023년 1월 신년호 빅 스토리로 '고금리 시대 다시 쓰는 재테크'를 다뤘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장밋빛 투자 전망 대신에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현실 투자를 입문·도전·모험 단계로 상세히 소개해본 겁니다. 2023년, 드라마 속 진도준이 될 수 없다면 다시 현실 투자에서 도약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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