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섭취, 10년 새 33% 감소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 2000mg을 권장하고 있지만, 한국인은 2000년대만 해도 하루 5000mg가 넘는 나트륨을 섭취했다. 다행히 나트륨 섭취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나트륨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고, 정부에서 2012년부터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나트륨 섭취량이 줄고 있는 것.
나트륨 섭취량은 국가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2012년 조사 당시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4549.4㎎였다. 2021년엔 3038mg으로 10년 새 33.2% 줄었다. 아직 WHO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혈압 올리고 심혈관 질환 원인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우리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일단 혈압이 올라간다. 혈액 속으로 들어간 나트륨이 세포에 있는 많은 수분을 끌어당기기 때문. 고혈압은 뇌, 심장, 신장 등 각종 장기를 망가뜨리는 만병의 근원이다.
사망 위험도 높일까. 서울대 의과대학 김성권 명예교수(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 이사)는 "아직까지 나트륨 섭취에 따른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한 정교한 논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인과관계를 뚜렷하게 밝힐 수 없을 뿐 나트륨 과잉 섭취가 건강에 유해한 것은 확실하다"며 "최근 국내에서 나트륨 섭취량이 사망률과 관련 없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분석한 자료에 한계가 있어 ‘짜게 먹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 간 관계가 명확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건 학계에서 수십 년간 널리 인정받는 사실이다. 신뢰할 만한 다수의 연구도 존재한다. WHO가 권장하고 있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 2000mg 미만으로 섭취해야 한다. 국물은 건더기만, 김치·젓갈 필요 시 소량
짜게 먹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국물은 먹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건더기 위주로 먹자.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필수 식품'으로 생각하는데, 이미 영양학계에서는 김치는 기호식품으로 본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같은 필수 영양소가 듬뿍 든 식품이 아니며, 꼭 식단에 김치가 포함돼야 하는 것 역시 아니다.
김치는 나트륨 섭취에 상당 부분을 기여하므로 '적당히' 먹어야 한다. 젓갈도 마찬가지다. 나트륨이 많을뿐더러 여러 식품첨가제가 들었다. 맛보기 정도로만 먹자. 가공식품에 든 나트륨도 주의해야 한다. 나트륨은 영양 표시 대상이므로 제품 뒷면을 확인해 나트륨이 적게 든 것을 선택해야 한다.
나트륨 배설을 돕는 칼륨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하루 칼륨 충분섭취량은 3.5g이지만, 성인 남녀 약 60% 이상이 충분섭취량보다 적게 먹는 상황이다. 과일, 채소, 곡류 등을 통해 칼륨을 충분히 섭취하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고 혈압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점점 달게 먹는 사람들
설탕(첨가당)도 소금처럼 많이 먹어서 좋을 것이 없는 조미료다. 설탕이 유발하는 대표 질환은 비만인데, 비만 역시 고혈압처럼 만병의 근원이다. 당뇨병·이상지질혈증, 지방간 같은 대사질환은 물론 심장병, 뇌졸중, 암과도 관련이 있다.
WHO는 첨가당을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가능하다면 5% 이내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하루 2000kcal 섭취한다고 가정할 때 권고되는 첨가당은 50g(5큰술) 미만으로, 더 좋은 건 25g 미만으로 섭취해야 한다. 25~50g은 쉽게 넘길 수 있는 양이다. 일례로 커피믹스 1잔(첨가당 11g), 콜라 1병(첨가당 23g), 아이스크림(첨가당 17g)만 먹어도 하루 첨가당 허용 수준인 50g을 초과한다.
서울 시민 기준으로 첨가당 초과 섭취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22.8%에 달했다. 특히 12~18세, 19~29세에서 초과 섭취자 비율이 높았다(2020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첨가당 섭취가 증가하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단맛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 과일만 해도 단마토, 샤인머스캣 등 고당도 과일이 인기다. 최근 인기 있는 레시피 정보를 봐도 사람들이 달달하게 먹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설탕을 넣지 않는 음식에 설탕을 넣는다. 김치가 대표적이다. 레시피에 따르면 배추 포기당 설탕을 3분의 1컵이나 넣으라고 한다. 떡볶이의 경우도 동일 양 기준으로 전통 레시피에는 설탕 1큰술만 넣으면 되지만, 최근 공유 레시피나 유튜브에는 설탕 3~5큰술을 넣으라고 한다.
음료에 빠진 한국인
거리에 수많은 카페에 사람이 가득할 만큼 한국인의 음료 사랑이 커지고 있다. 아메리카노뿐만 아니라 한 끼 식사를 대체할 만한 칼로리 폭탄급 음료 메뉴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첨가당은 특히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식이 패턴을 분석해보면 당류 섭취 1등 기여 식품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음료류가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의 음료 섭취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음료에는 생각보다 많은 첨가당이 들었다.
탄산음료, 커피믹스 같은 가공음료뿐만 아니라 커피숍에서 파는 제조 음료에도 상당히 많은 첨가당이 들었다. 톨사이즈 기준 레모네이드에는 첨가당이 43g, 카페모카 23g, 차이티라떼 23g, 과일음료에는 59g이 들었다.
첨가당 영양표시제도 도입해야
첨가당 섭취를 줄이려면 앞서 소금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전 세계 일부 국가들은 ‘세금 부과’를 통해 첨가당 섭취를 줄이고자 한다. 일명 설탕세다. 첨가당이 많이 든 가공식품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구매율을 떨어뜨리는 전략이다. 기업 자체적으로도 저당화 노력을 할 수 있다.
설탕세와 함께, 식품 뒷면에 첨가당에 대한 ‘영양표시’를 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영양표시제도에선 ‘총당류’만 표시하게 돼 있어 첨가당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원재료명을 보고 액상과당, 콘시럽 등의 첨가당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 미국의 경우 2021년부터 전면적으로 총 당류와 함께 첨가당까지 식품 뒷면에 표시하고 있다. 첨가당 영양표시제도 도입이 시급하며, 설탕세도 고려해볼 수 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음료보다는 물을 마시고, 카페 음료를 주문할 땐 시럽과 생크림을 빼야 한다. 라이트(Light) 혹은 저당 표시가 있는 가공식품을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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