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여행으로 만나는 '밀양의 매력'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관광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사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를 위한 녹색 여행을 만들어 가는 건 어떨까. 이번의 착한 여행지는 경남 밀양이다.


E 위양지, 신라 천년의 연못
‘선량한 백성들을 위해 축조한 못’이라는 뜻의 위양지는 본래 농사를 위해 삼국시대에 축조된 작은 연못이었다. 이후 완재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지며 당대 선비와 학자들이 풍류를 즐기는 곳으로 발전했다.

1km 남짓한 위양지 둘레길을 따라 이팝나무와 소나무, 버드나무, 팽나무가 즐비하다. 열과 성을 다해 잎을 피워낸 뒤 잠시 겨울잠에 든 나무의 모양새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선사하기 마련이지만, 위양지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

구불구불 사방으로 뻗은 나무 사이로 귀한 겨울 햇살이 쏟아지고 연못은 당연한 일이라는 양 푸른 하늘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294

ESG 여행 TIP
밀양시는 위양지 생태자원의 보전·관리와 지속 가능한 ESG 여행을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꽃구름 둥둥 위양생태마실’을 운영한다. 위양지 산책, 식생 탐사를 포함한 위양생태마실, 플리마켓·환경정화 등을 위한 위양마실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녹색여행으로 만나는 '밀양의 매력'
E 밀양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두 다리를 제외하면 자전거만큼 친환경적인 교통수단도 없다. 밀양강부터 삼랑진까지 길게 쭉 뻗은 자전거길을 따라 힘차게 페달을 돌렸다. 갈대밭 너머 청둥오리, 고니 등 철새가 우아한 자태로 군집을 이루고 자전거는 막힘없이 나아가니 그야말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경남 밀양시 가곡동~삼랑진읍 일대

ESG 여행 TIP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용기내 챌린지’에 도전했다. 텀블러에 음료를 담고, 설탕 솔솔 뿌린 쫄깃한 꽈배기는 밀폐용기에 포장했다. 약 1시간의 자전거 여행에서 배출한 쓰레기는 종이 영수증 1장에 불과했다. 밀양 내 대부분의 가게 및 시장은 다회용기 포장에 긍정적이다. 부끄러워 말고 ‘용기내’ 보시길!
녹색여행으로 만나는 '밀양의 매력'
S 문화객가 사랑채, 120년 고택에서의 하루
숙박이 이뤄지는 손대식 고가는 전통 한옥 양식을 개축 없이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 얇은 창호지 너머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잠을 청했다. 약간의 불편함도 낭만이 되는 순간이었다.

4~11월 운영(동절기 제외) 국실(1인실) 기준 7만 원
경남 밀양시 밀양향교2길 4-7


ESG 여행 TIP
밀양만큼 고택 종갓집을 활용한 전통체험 사업이 활성화된 지역도 드물다. 밀양 교동 향교마을 손씨 가문의 한옥은 문화재청과 밀양시가 후원하는 고택 종갓집 활용 사업지다. 매년 4~11월이면 숙박, 한복, 고추장 담그기, 밥상 체험 등 고택과 어울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녹색여행으로 만나는 '밀양의 매력'
S 자연을 담은 도예 체험, 밀양요
위양지에서 도보로 5분, 대한민국 다기명인 제11호인 김창욱 작가가 운영하는 도예 체험장 겸 차방 ‘밀양요’가 있다.

산에서 밀양으로 온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강변에 몸을 웅크린 돌에 밀양의 풍경을 접합한 ‘자연으로부터’, 밀양 8경을 모티브로 한 다기 등 작품 곳곳에서 밀양의 향이 느껴진다.

“작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나름의 감성으로 표현을 확장해 나갑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위양지가 눈앞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10:00~19:00(도자기 체험 별도 문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로 319-40


ESG 여행 TIP
밀양요에서 쓰이는 다반, 다관, 다기 등 차 도구는 모두 김 작가가 직접 제작했다. 마당에서 키운 감으로 만든 디저트, 수제 녹차 양갱 등 차와 곁들인 메뉴에도 밀양의 자연이 담뿍 담겼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먼저 소비하는 작은 발걸음은 곧 ESG 여행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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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클래식 음악만큼 깊어지는 전통주의 맛
바야흐로 지역 전통주의 시대. ‘밀양클래식술도가’만의 독특한 숙성 비법은 클래식 음악이다. 양조장을 가득 채운 웅장한 클래식에 맞춰 거품을 ‘퐁퐁’ 뿜으며 발효되는 전통주 향만으로도 술기운이 얼큰하게 오르는 듯했다.

양조장에 딸린 카페 표충로에서는 비빔밥, 두부김치, 파전 등 정갈한 음식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배현준 공장장은 “밀양탁주, 클래식 청주 등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고, 최근엔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 스톰트루퍼와 협업을 통해 ‘스톰 탁주’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뚜껑, 라벨을 장식한 스톰트루퍼 캐릭터와 상큼한 맛 덕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젊은 층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10:00~22:00
경남 밀양시 단장면 표충로 176-5

ESG 여행 TIP

‘어르신’의 술로 여겨졌던 전통주가 2030세대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도 세분화하고 있다.
밀양클래식술도가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밀양의 햅쌀 등을 이용해 다양한 전통주를 생
산한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전통주의 매력을 밀양에서 찾았다.
녹색여행으로 만나는 '밀양의 매력'
S 딸기부터 고추까지, 밀양 먹거리 대령이요~
1943년 우리나라 최초로 재배를 시작한 밀양 딸기는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43 밀양 딸기마을’에서 3대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이귀자 씨가 빨갛게 익은 설향 몇 개를 건넸다. 맑은 공기와 물, 풍부한 햇볕 덕에 단단한 과육과 꽉 찬 당도를 갖춰 최상급으로 거래되는 딸기다. 딸기가 전통의 효자 품목이라면 가지고추는 떠오르는 신(新)효자 농산물이다.

가지를 닮은 듯 보랏빛을 띠는 이 고추는 인도와 터키에서 재배하는 자색 고추를 품종 개량한 국내 고유 품종으로, ‘미인보라 풋고추’라 불린다. 색을 제외하고는 일반 고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육질이 아삭하며 매운맛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대를 이어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박광재 씨는 귀농 4년 차를 맞은 새내기 농부다.

경력은 길지 않지만, 밀양시 청년농업인4-H 연합회에서 활동하며 전문 농업 기술을 익히는 등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고추 겉이 검다고 속도 검진 않죠. 맛보면 달라요.”

1943 밀양 딸기마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삼랑리 819
미인보라 풋고추 농가
녹색여행으로 만나는 '밀양의 매력'
ESG 여행 TIP
밀양 딸기농장 곳곳에서는 매년 2월 전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딸기 따기 체험을 연다. 밀양시는 딸기 재배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수차례에 걸쳐 기술교육을 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수출에 성공하며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이어 새로운 수출 판로를 열었다


G 탄소 배출 낮추는 대중교통
ESG 여행의 핵심은 탄소 배출 낮추기. 녹색 여행을 위해 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한다. 밀양시는 저탄소 녹색도시 실현을 위해 친환경 전기버스를 운영 중이다.

2023년 1월 기준 11대인 친환경 전기버스를 올해 안에 총 18대까지 늘리고, 2028년까지 현재 운행 중인 버스 37대를 모두 친환경 전기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다.

밀양은 자전거길이 잘 조성돼 있어 라이더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강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라이딩하며 밀양 비경을 눈에 담는 호사를 누려보자.

글 박소윤 사진 임익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