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들어간 곰탕집과 샌드위치집에서 마주한, 뜻밖의 위스키 라인업.
어쩌다 마주친
닙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위스키병 때문이다. ‘카발란’과 ‘부커스’, ‘윌렛 라이’ 등 웬만한 바(bar)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위스키 라인업이 여럿 눈에 띈다.
사실 닙스는 샌드위치집이다. 정확히 말하면 뉴욕 스타일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판다. 소고기 양지나 차돌박이 부위인 브리스킷의 지방을 제거한 후 진한 향신료로 염지해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훈연한 고기가 파스트라미다. 이제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파스트라미를 만날 수 있지만, 닙스처럼 염지는 물론 스모크까지 직접 하는 곳은 드물다. 그런데 궁금했다. ‘샌드위치집에서 대체 왜 위스키를 파는 걸까.’ 대표의 말에 따르면, 짭조름한 맛의 파스트라미와 위스키는 의외로 ‘궁합’이 좋다고. 특히 달콤한 풍미의 버번위스키와 함께하면 ‘단짠’의 조화가 느껴지고, 피트 향이 강한 아일라 위스키와 어울리면 훈연 고기의 맛이 극대화된다. 이를 증명하듯, 닙스의 잔술 메뉴판에는 ‘잭다니엘’, ‘메이커스 마크’ 등 버번위스키와 ‘탈리스커’, ‘라프로익’ 등 아일라 위스키의 이름이 올랐는데, 인근 위스키 바와 비교해 꽤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어쩌다 마주친
메뉴 뉴욕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1만1900원부터, 위스키 잔술 5500원(잭다니엘)부터.
위치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0길 8 1층
어쩌다 마주친
정향곰탕
서울 양재동 말죽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정향곰탕은 뼈가 아닌 고기로 우려낸 깔끔하고 진한 국물 맛의 곰탕으로 인근 직장인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리고 또 하나. 국내 유일의 위스키 파는 곰탕집으로도 유명하다. 정향곰탕에 들어서면 각 테이블 위에 2개의 메뉴판이 올려져 있다. 하나는 곰탕·전골·수육 등이 적힌 음식 메뉴판이고, 또 하나는 위스키 메뉴판이다. 위스키에 얼마나 진심인지, 메뉴판에 싱글 몰트위스키 테이스팅 맵(map)까지 그려놓았다. 12가지에 이르는 위스키 라인업은 한마디로 화려하다. ‘발베니’와 ‘맥캘란’ 등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위스키는 물론, ‘노브 크릭’ 등 스몰 배치 위스키도 눈에 띈다. 더욱 마음에 드는 점은 모든 위스키를 잔술로 맛볼 수 있다는 것. 대부분 1만 원대 초반으로 가격도 착한 편이다. 대표가 추천하는 곰탕과 반주로 즐기기 좋은 위스키는 ‘버펄로 트레이스’와 ‘와일드 터키’ 등 버번위스키로 특유의 거칠면서도 단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고. 안주 메뉴를 찾거나, 여성과 함께 방문한다면 소고기 스지를 듬뿍 올린 ‘크림 스지 쌀면’도 꼭 맛봐야 하는데, 카르보나라 못지않은 맛을 자랑한다.
어쩌다 마주친
메뉴 곰탕과 위스키(벤치마크 올드 No.8) 한 잔으로 구성한 세트 메뉴 1만4000원.
위치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56길 32 1층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이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