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MZ를 전면에 내세운 세대 분석과 마케팅 열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Z세대의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진입하는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사실상 ‘진짜 요즘 애들’로 구분되는 10대는 ‘후기 Z세대(2004~2009년생)’에 가까워졌다.
이제 시장에서는 미래 소비 주체로 떠오를 또 다른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를 지나 X세대, 밀레니얼 세대(Y세대), Z세대를 이을 그다음 알파벳은 무엇일까. A세대, 더 정확히는 ‘알파(alpah)세대’다. MZ 이후 ‘요즘 애들’, 알파세대의 정체는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현재 기준 나이로 따지면 아직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아동부터 10대 초반 청소년을 일컫는다. 40대에 돌입한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알파세대로 처음 명명한 것은 호주 사회학자 마크 맥크린들이다. 세대 분석 전문가인 맥크린들은 “그들은 현재 최연소 세대이지만, 나이를 넘어선 브랜드 영향력과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환경을 형성하고, 대중 문화에 영향력을 끼치며 떠오르는 소비자”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그가 이들에게 알파세대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10여 년 전,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다음 세대를 어떻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질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Z세대가 알파벳의 끝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다음 세대는 ‘A세대’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알파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태어난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 처음(알파벳 A)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 다음 세대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맥크린들 연구소가 밝힌 알파세대 명명의 배경이다. 전에 없던 신인류의 등장을 세대명을 통해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맥크린들은 알파세대에 대해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 및 경제, 기대수명, 가족 규모 등 미래의 시대 변화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알파세대와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그럼 알파세대가 지닌 특징은 무엇일까. 일단 밀레니얼 이후 세대를 구분하는 특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디지털화’의 정도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모두 친숙한 세대다. 또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첫 세대로 분류된다. 알파세대는 온라인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을 넘어, 현실과 온라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성장한 최초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알파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 환경을 어린 시절부터 가장 크게 겪었던 세대인 만큼, 비대면을 전제로 하는 가상공간 경험이 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그 어떤 세대보다 클 수밖에 없다.
LG경영연구원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신(新)세대’ 보고서를 보면, 알파세대의 첫 번째 특징은 인공지능(AI) 네이티브다. 어린 시절부터 AI와 소통하는 데 익숙해 AI 스피커인 알렉사, 구글, 시리와 교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영국 로티 레저와 마크 브래디 부부의 생후 18개월 아들이 처음 입을 열었을 때 뱉은 말이 ‘엄마’나 ‘아빠’가 아닌 AI 스피커 ‘알렉사’였다는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글자를 배우기도 전에 AI 스피커와 대화를 나누고 친구처럼 노는 것에 익숙해진 셈이다.
맥크린들 연구소는 알파세대가 기술 친화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와 직업을 거치며 일과 공부, 여행을 경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런 다양한 경험 속에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조숙한 ‘업에이저(upagers)’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것을 넘어,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미디어(SNS), 게임을 통해 스스로 돈을 벌고 관리하는 세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알파세대는 아직 어리지만 스스로 SNS 환경을 만들고 신규 인플루언서를 부상시키는 등 능동적인 소비자이자, 키드플루언서 활동으로 직접 돈을 버는 주체”라고 해석했다. 알파세대가 이른 나이에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좌우할 ‘큰손’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그들의 구매력에는 자녀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도 큰 몫을 한다. 명품 시장에서는 알파세대를 ‘VIB(Very Important Baby)’로 부르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삼촌, 이모 등 8명의 어른이 한 명의 아이에게 지원을 쏟는다는 뜻의 ‘에잇 포켓(8pocket)’이라는 단어로 대변된다. 8개의 두둑한 주머니를 갖고 있는 알파세대가 골드 키즈로 떠오르며 소비를 주도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 등에 따르면 알파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국내 키즈 산업 시장은 2012년 27조 원에서 2025년 58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알파세대 잡기 위해 뛰어드는 기업들
알파세대를 겨냥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일찌감치 막이 올랐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금융소비 트렌드와 금융 기회 보고서’에서 알파세대를 Z세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색을 가진 미래 세대로 정의하고, 앞으로 이들 알파세대에 소구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2023년은 알파세대에 소구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서비스 대상 연령이 통상적인 만 14세에서 그 이하로 확대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카뱅 미니(카카오뱅크 청소년 입출금 계좌)’ 성공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은 직불카드부터 주식, 금융 지식 교육, 전용 금융 애플리케이션 등 키즈 대상 금융 서비스를 출시해 왔다. 특히 하나은행의 ‘아이부자앱’은 연령 제한이 없고, 금융 교육, 용돈 이체, 충전식 선불카드, 주식 투자 간접체험 등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또 토스뱅크는 카드 이용 연령을 7세로 낮춰 알파세대를 타깃 고객으로 확장했다.
금융 외에 교육, 동영상 서비스, 게임, 유통, 숙박 등의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알파세대 겨냥한 기업들의 키즈테크’ 보고서는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던 기업들도 알파세대로 타깃을 확장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를 중심으로 부모의 양육과 교육, 놀이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고 봤다. 이미 교육 업계에서는 온라인 클래스와 메타버스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키즈 전용 영상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KT가 각각 ‘아이들나라’와 ‘잼’, ‘키즈랜드’라는 이름으로 키즈 콘텐츠를 선보였다. 유통 분야에서는 패션 전문 편집숍 ‘무신사’가 ‘무신사 키즈’를 론칭하고 어린이 고객에게 상황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숙박 예약 업체인 ‘야놀자’는 키즈 여가 시장의 프리미엄 트렌드에 발맞춰 키즈 카테고리 ‘아이야놀자’를 론칭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0~2024년에 태어난 알파세대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가 될 예정으로 시장 선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성인 대상의 기업들도 알파세대로 타깃을 확대하고 있으며, 알파세대의 특징에 맞게 디지털 기반의 창조와 참여의 재미가 가미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