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무인매장, 판매·소비자 윈윈 전략은
최근 몇 년간 종업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매장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번졌다. 무인매장의 장점과 리스크를 짚어보고,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직원이 아예 상주하지 않는 무인매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무인매장은 대부분의 산업화된 나라에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무인매장은 무엇보다 인건비를 줄여 운영 효율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운영자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아울러 종업원과의 대면 접촉을 여러 이유로 원하지 않는 소비자에게도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의도적으로 종업원을 배치하지 않은 무인매장의 시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아마존닷컴에서 문을 연 아마존고라는 무인 소매점이다. 아마존고의 초기 설립 목적은 소비자의 매장 이용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오프라인까지 확장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가상이 아닌 실물 거래가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감각적 가치’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고에서 소비자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신원에 대한 정보를 스캐닝으로 제공하며 매장에 들어선다. 소비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필요하면 QR코드로 자세한 제품 정보를 추가로 파악하는 게 가능했다.

별도의 계산대가 없어도 소비자가 선택한 제품은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담기고 미리 등록한 카드로 결제된다. 이 모든 과정은 간편하고 신속하고 자유롭다. 아마존고는 천장에 부착된 카메라로 소비자의 매장 내 이동 경로와 쇼핑 시간, 구매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매장 진열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추적하며,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소에 대한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고는 2018년 미국 시애틀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이후 2023년 현재 미국에서 신선식품 매장 위주로 20여 곳 이상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아마존고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의 아마존고 오프라인 전략을 분석하고 재검토하기 위해 2023년 4월 1일자로 시애틀 매장 2곳, 뉴욕 매장 2곳, 샌프란시스코 매장 4곳의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아마존고의 매출과 수익이 나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 매장 폐쇄가 아마존고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2017년 인수한 고급 식료품점인 홀푸드(Whole Foods)와 함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아마존고의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 위한 잠정 휴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special] 무인매장, 판매·소비자 윈윈 전략은
아마존고가 촉발한 무인매장 트렌드…
높은 투자 비용과 시스템 허점은 ‘과제’

아마존고의 실험에서 시작된 무인매장의 확산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인도, 중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편의점 외에도 소형 매장 위주로 무인매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형태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판매원이 전혀 상주하지 않는 상설 무인매장이 있는가 하면 일정 시간대에만 직원이 근무하는 매장 또는 대부분의 업무를 소비자가 스스로 처리하고 직원의 관여를 최소화한 하이브리드형 무인매장도 있다. 무인 편의점 외에도 아이스크림이나 반찬, 장난감, 커피·음료, 과자 등 특정한 품목을 팔거나 노래방 서비스,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인매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운영되는 무인매장은 무엇보다 인건비 절감이 주목적인 경우가 많다. 유통 업계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인건비가 매장 운영의 큰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특히 편의점 업계가 그러하다. 편의점에서는 심야 추가 비용 지출 부담을 덜기 위해 밤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형 무인매장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하이브리드 무인 편의점’ 매장 수는 이마트24가 1600개, GS25가 790개, CU가 400개 정도로 최근 3년간 최소 3배 이상 증가했다.

무인매장 운영으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추가로 지출해야 할 비용도 많다. 우선 무인매장 운영 시스템을 갖추려면 초기 투자 비용이 든다. 고객의 출입과 결제,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스템만으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는 업무가 있다. 예를 들어 먼저 들어온 품목이 먼저 팔릴 수 있도록 배치하는 선입선출 배치나 재고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내점 고객에 대한 프로모션 한계도 존재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술이나 담배, 기타 품목에 대한 판매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시스템 오류의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도난 사고도 빈발하는 중이다.

무인매장의 득과 실,
소비자 입장에서 따져보니

그렇다면 소비자가 생각하는 무인매장의 득과 실은 무엇일까. 우선 정비된 시스템 덕분에 정보 탐색이 수월해지고 결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셀프 쇼핑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비대면 상황에서 자유로운 쇼핑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쇼핑이란 필요한 것을 빠르게 찾아 결제하고 나오는 ‘일’이 아니라 이것저것을 발견하고 비교해보고 상상해보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적 경험’이다.

단정한 직원이 나를 빤히 주목하고 있는 고압적 판매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쇼핑 경험이 어렵기 때문에 무인매장이 의외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와 비대면 상황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혜택은 2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나는 소비자가 무인매장을 활용할 수 있는 완벽한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카드를 등록해 결제하는 데 능숙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게 무인매장은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이다. 무인 주문 키오스크나 셀프 결제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 소비자들은 무인매장을 혜택이 아닌 장애물로 여길 것이다.

둘째 조건은 직원이 없어도 고객에 대한 환영과 존중, 감사가 가능한 매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자는 생존에 필요한 필수재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제품의 기능을 소비하기보다 판매자로부터 환영과 존중과 감사를 얻기 위해 돈을 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휴먼 터치가 없다면 이런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 제품보다 서비스적인 요소가 중요한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무인매장이 가야 할 길은
비용 절감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도 무인매장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무인매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다만 소비자가 무인매장의 핵심 목표를 ‘운영자 측의 비용 절감’이라고 인식한다면, 미래의 무인매장은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위해 돈을 쓴다. 무인매장이 소비자를 더 자유롭게 만들고, 더 세부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또한 소비자를 존중한다는 것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운영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win-win) 하는 무인매장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소비자가 무인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그들의 동선, 선택, 표정과 감정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여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무인매장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존고 데이터 분석의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 김경자 가톨릭대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