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구멍가게아저씨 대표
<돈 되는 소자본 무인 창업> 저자

무인 마트 '구멍가게아저씨' 매장 내부. 문구, 주류, 무인 사진기 등이 비치돼 있다. 사진=구멍가게아저씨
무인 마트 '구멍가게아저씨' 매장 내부. 문구, 주류, 무인 사진기 등이 비치돼 있다. 사진=구멍가게아저씨
<돈 되는 소자본 무인 창업>의 저자 김광일 구멍가게아저씨 대표는 ‘적더라도 꾸준하고 안정적인’ 현금 파이프라인으로 무인매장 창업을 선택했다. 김 대표가 직접 개업했거나 창업을 도운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총 13개, 현재 오픈 준비 중인 매장은 10개다. 이 가운데 폐업한 매장 수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구멍가게아저씨, 아이스크림아저씨 등 무인매장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창업 과정을 컨설팅했던 실전 경험을 들어본다.

최근 무인매장 창업 시장 분위기는.
“최근 투자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부업으로 소액 창업을 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무인매장은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창업 형태다. 올해도 여전히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본업을 유지하면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무인 마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처음 열 때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까.
“33㎡ 정도의 매장이라고 가정했을 때 매장 보증금을 제외하면 2000만 원 초반대 투자금이 들어간다.”

현재 운영하는 무인매장들의 순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각 매장당 월평균 1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내고 있다.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플러스알파(+α)의 수익을 내는 부업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무인매장을 운영하며 느낀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인가.
“매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방문객이 쓰레기를 두고 가도 곧바로 치우지 못하고, 고장이 나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매장 컨디션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뒀다.”
사진=구멍가게아저씨
사진=구멍가게아저씨
폐업하지 않고 오래 가는 매장의 가장 큰 조건은.
“아무래도 좋은 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10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 항아리 상권(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소비자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는 않는 상권)에 매장을 내면 좋다. 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대단지 상가건물 1층이 무인매장을 내면 좋은 ‘바이블’에 가까운 입지다.”

그런 자리는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신규 아파트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어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아파트가 어렵다면 적어도 600세대 이상 오피스텔 등 배후세대가 확실한 위치가 좋다.”

위치가 좋다면 그만큼 권리금 등 초기 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액 투자를 생각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물론 입지에 따른 예상 매출을 따져봐야 한다. 권리금을 주고도 그 위치에 들어갈 만큼 매출이 나올 것인지를 다양하게 고려한 뒤 판단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냈던 10여 개 이상의 무인매장 중 권리금을 주고 들어간 곳은 없었다. 소자본 창업을 목적으로 하면서, 권리금이 1000만~2000만 원씩 되는 곳에 매장을 오픈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린다.”

무인매장의 리스크로 꼽히는 도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상권이 좋으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범죄율이 높은 지역이나 유흥상권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유흥상권에 무인매장을 오픈하면 취객이 들어와 매장 환경을 망가뜨릴 확률이 높다. 결국은 상권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든 문제가 좌우된다.”

무인매장이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 구매로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은 피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술은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전통주를 제외하면 마트에서 배달시키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는 품목을 무인매장 아이템으로 구성해 두면 소비자를 끌어오기 쉽다. ‘인생네컷’처럼 매장에 직접 가야만 구매 경험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또 아이스크림 품목은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겠지만, 한여름에는 배송 과정에서 녹을 위험이 있다. 소비자도 온라인 주문을 하기보다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밀키트 매장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밀키트 제품의 경우 마켓컬리나 쿠팡에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깨어나기도 전에 문 앞에 갖다주지 않나. 물론 급하게 필요한 소비자는 매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소비자만 겨냥한다면 자연히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무인매장도 늘어날까.
“국내에서도 아마존고와 비슷한 형태의 편의점 무인화를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정도 수준의 AI 기술력을 접목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물론 기술을 저렴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이 오겠지만 지금의 무인매장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주류 냉장고의 매대가 6단이라면, AI 카메라를 적용한 냉장 매대는 3단밖에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상품을 많이 진열하기 힘들다.”

현재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무인매장 형태는.
“좀 더 대형화된 무인 편의점, 무인 마트를 만들고자 한다. 다양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문구, 술, 무인 사진기 등이 모두 들어간 무인매장을 생각 중이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구멍가게아저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