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 역시 여름 우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는 휴가도 못 가고 일하는데…’ 혹은 ‘방학한 아이들의 독박육아로 정신없는데…’ 남들은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우울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휴가를 떠나도 피서지 인파 등에 지쳐 여름 우울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에게 ‘더위에 힘들지만 시원하다 생각하며 힘내자’고 직접 소통을 해 마음 관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 마음인데 내 말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 게 사람이다. 이보다 좀 더 쉬운 마음 관리 방법은 마음이 담긴 ‘뇌’ 그리고 그와 연결된 ‘몸’을 활용해 지친 마음을 재충전해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선선한 시간대와 장소를 찾아 산책 등으로 몸을 움직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꼭 멀리 가서 바캉스를 즐긴다고 해서 내 마음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바캉스의 어원이 ‘자유’라 한다. 하루에 20~30분이라도 꾸준히 내 마음을 지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탈출시켜 자유를 느끼게 하는 ‘바캉스’ 활동이 내 마음엔 더 좋은 휴식일 수 있다.
또한 여름이다 보니 잠이 뒤로 밀리기 쉬운데 수면 습관이 깨지지 않도록 잘 유지해주는 것이 여름철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건강식으로 지친 몸에 에너지를 재충전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먹고 났더니 개운해졌다’는 느낌의 음식이, 곧 나에겐 마음 영양식이다. 물론 수분도 충분히 섭취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여름 우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을까? ‘영양정신의학(Nutritional Psychiatry)’이란 분야가 있다. 무얼 먹어야 마음이 건강할지를 연구하는 영역이다.
마음이 담겨 있는 뇌는 쉬지 않고 일하는 생체 컴퓨터다. 생각도 하고, 감정도 느끼고, 몸도 움직인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뇌는 꿈을 꾸며 일을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뇌가 잘 작동하려면 연료, 즉 건강한 영양소로 가득 찬 먹거리를 잘 보충해줘야 한다. 좋은 먹거리는 뇌의 피로 증상을 줄여주고 활성산소 같은 체내 독소가 뇌세포를 망가트리는 것을 막아준다.
과일과 야채, 잡곡류 그리고 생선이나 해산물이 많은 지중해식 식사가 가공식품이나 당분, 육류가 많은 전형적인 서구식 식사에 비해 우울증 위험도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먹거리가 어떻게 마음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설명 중 하나로 ‘뇌–장 연결(brain-gut connection)’ 이론이 있다. 수면과 감정 조절 등을 담당하는 ‘세로토닌(serotonin)’이란 신경전달물질의 상당량이 장에서 생산되고, 또 신경세포도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에도 분포돼 있어 장이 소화 기능뿐 아니라 감정 조절, 인지 능력 등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장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것인데 실제로 장내 유익균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미역 같은 해초에서 추출해 항염증 효과 등 장의 기능을 개선, 치매 치료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매일 건강식만 먹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몸에 나쁜 음식임을 알지만, 입에서 쾌감을 만드니 먹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음식이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날려주기도 한다. 종종 화끈하게 입이 즐거운 식사는, 즐거운 삶의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같이 입의 쾌감만 좇으면 내 마음의 건강 파트너, 장과 장내 유익균들은 괴로워 염증 물질을 뿜어내고 결국 마음마저 우울해질 수 있다.
숙제처럼 식습관을 통째로 바꾸려고 하면 실패하기가 쉽다. 여력이 될 때 2주 정도 ‘클린 주간’을 설정해 장 속 건강 파트너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섭취해보자. 그리고 느껴보자. 가벼움과 상쾌함 등 좋은 느낌을. 좋은 느낌이 쌓이면 건강 행동도 실천하기 쉬워진다.
글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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