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크라흐 스토케 글로벌 CEO

자동차에도 럭셔리 브랜드가 존재하듯, 아이들이 타는 유모차에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다.
‘스토케’는 프리미엄 유모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2006년 국내 출시한 유모차 ‘익스플로리’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프리미엄 유모차 하면 스토케라는 등식이 성립된 까닭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대표적 유아용품 브랜드인 스토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한국을 찾은 제이콥 크라흐(Jacob Kragh)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보았다.
[Global CEO] "저출산에도 스토케 인기 여전...가족 간 교감 최우선"
한국에서 스토케는 ‘유모차계의 메르세데스-벤츠’라 불린다. 2006년 ‘익스플로리’를 국내에 선보인 이후, 프리미엄 유모차 하면 스토케라는 등식이 성립됐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의 스토케에 대한 신뢰는 매우 두터운 편에 속한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유모차 브랜드 평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스토케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모차 브랜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국내에서는 ‘스토케=프리미엄 유모차’로 인식되지만 해외에서는 유모차뿐 아니라 유아용 의자와 침대 등 유아용 가구로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스토케는 유아용품이 아닌 가구 회사로 출발했다. 1932년 게오르그 스토케 가문이 노르웨이 올레순(Alesund) 지역에 가구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후 1972년 ‘트립트랩’이라는 유아용 의자 제품을 선보였는데, 이 제품이 140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소위 ‘대박’이 났다. 성인 가구를 만들던 기술력과 특유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소비자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킨 것. 지난 2006년부터는 일반 가구 사업을 접고 유모차와 유아용 가구 등의 프리미엄 유아용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스토케는 31억5300만 크로네(약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35.6% 성장했다. 한국법인 역시 4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배경에는 2019년부터 스토케를 이끌고 있는 제이콥 크라흐 글로벌 CEO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가 합류한 이후 스토케는 독일 아기띠 브랜드 ‘리마스(Limas)’와 프랑스 프리미엄 휴대용 유모차 브랜드 ‘베이비젠(Babyzen)’, 이탈리아 어린이용 플레이 테이블 브랜드 ‘무카코(Mukako)’와 덴마크 하이체어 브랜드 ‘에보무브(Evomove)’ 등 관련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한경 머니와 만난 크라흐 CEO는 “자체 제품 개발뿐 아니라 제품군 확대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브랜드를 적극 인수하는 것이 스토케의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프리미엄 유아용품 시장의 선도 브랜드로서 리더십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Global CEO] "저출산에도 스토케 인기 여전...가족 간 교감 최우선"
(사진설명) 제이콥 크라흐 CEO가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스토케의 스테디셀러 ‘트립트랩’에 앉아 있다.


스토케에게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글로벌 판매 순위에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특히 지난 3~4년간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줬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통한다. 한국에서 시작된 유행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성공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소비자는 제품을 고를 때 기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시장에서 이미 많은 한국 사람들이 스토케를 알고, 이용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스토케는 럭셔리 유모차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다. 한국 소비자가 스토케를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또한 높은 교육열이 보여주듯 배움의 기회를 중시한다. 스토케는 아이의 신체적 성장은 물론 정서적 발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핵심 가치는 ‘아이에게 최우선이 무엇인가’다. 안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완전히 배제하고, 소재 또한 친환경적 기준으로 선정해 아이가 물고 빨더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런 스토케의 ‘노력’에 호응한 것 같다.”

최근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아용품 업체로서는 고민이 될 법하다.
“당연히 큰 도전 과제다. 한국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 출산율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과 관계없이 부모는 아이의 안정과 행복에 계속 투자할 것이기 때문에 육아용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다. 아이에 관한 소비는 가장 마지막에 줄이는 항목이지 않나. 특히 전 세계적으로 평균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소득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아이를 갖는다는 의미다. 스토케와 같은 프리미엄 육아용품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스토케 제품은 아이가 성장한 후 주변에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더라. 기업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을 것 같은데.
“비즈니스 입장에서만 본다면 일종의 딜레마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야말로 스토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며 품질에 만족했기 때문에 그것을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한 것 아니겠는가. 나쁜 제품을 주변에 대물림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이는 환경과도 연결된다. 스토케의 신념 중 하나가 바로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한 예로 성인이 돼서도 트립트랩 의자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많다. 이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소구점이다.”

요즘 글로벌 기업의 최대 화두는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다. 스토케는 어떤가.
“스토케는 얼마 전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했다. 스토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속가능성은 아이들이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은 아동 발달과 환경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스토케는 2030년까지 제품에 사용하는 목재 100%가 세계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스토케는 목재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과 배기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산지 숲과 가까운 곳에서 제조하고 있으며, 트립트랩과 슬리피 등의 제품은 이미 FSC 인증을 획득했다. 이외에도 2030년까지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50% 이상, 폴리에스터 70% 이상을 친환경 소재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스토케를 이끈 지 4년 차가 됐다.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을 꼽자면.
“처음 스토케에 합류했을 때 성장이 거의 멈춰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스토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다. 처음 CEO로 부임하고 스토케라는 브랜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가 유모차나 트립트랩 등 특정 제품으로만 스토케를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의 핵심 가치를 좀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랜드 슬로건을 ‘Here We Grow(함께 성장합니다)’로 변경한 것이 그 때문이다. ‘부모가 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느끼는 행복과 고민 을 공감하고, 약 9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쌓아 온 스토케의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회사 측면에서 본다면 기업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다양한 브랜드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CEO 취임 후 독일 아기띠 브랜드 ‘리마스’와 프랑스 휴대용 유모차 브랜드 ‘베이비젠’ 등 관련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다.
“좋은 기업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인수한 4개 브랜드는 제품력은 인정받았지만 글로벌 유통 채널을 만나지 못해 주로 자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였다. 다시 말해 숨겨진 보석 같은 브랜드를 글로벌 무대에 데뷔시킨 셈이다. 지속가능성과 아이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핵심 가치와 동일한 기업 철학을 가진 브랜드들이다.”

4개 브랜드를 각각 소개한다면.
“우선 베이비젠 요요 유모차는 도시에 살고 있는 가족을 정확하게 타기팅한 제품이다. 초경량·초소형 크기에 한 손으로 손쉽게 접고 펼칠 수 있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기에도 부담이 없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다수의 충성고객을 확보한 브랜드다. 리마스 아기띠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미국 국제고관절이형성증협회(IHDI)로부터 아기의 올바른 성장 발달을 돕는다는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유럽의 경우 미드와이프(midwwife), 즉 조산사가 아기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가장 추천하는 제품으로 특히 독일에서 유명하다. 프리미엄 유아의자 ‘노미’로 널리 알려진, 덴마크 하이체어 브랜드 에보무브는 트립트랩을 디자인한 노르웨이 출신의 산업디자이너 피터 옵스빅(Peter Opsvik)이 설계했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 터. 얼마 전 한국 시장에 공식 론칭한 무카코는 어린이용 멀티 액티비티 플레이 테이블을 만드는 브랜드로 이탈리아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단 여러 유아용품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중 스토케만의 강점을 꼽자면.
“한두 가지 카테고리를 전문으로 선보이는 경쟁사와 달리 스토케는 유모차, 하이체어, 침대, 플레이 테이블 등 다양한 유아용품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차별점으로는 가족 간 교감을 최우선한다는 점을 꼽고 싶다. 스토케 디자인팀은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유모차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조사를 해 왔다. 아이가 밖에서 낯선 세상을 볼 때보다 엄마나 아빠와 눈을 마주칠 때 훨씬 더 안정감을 얻는다는 데에서 업계 최초로 양대면 유모차를 개발한 것이 좋은 예다.”

스토케의 비전이 궁금하다.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원하나.
“앞서 말한 것처럼 스토케는 토털 육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스토케에 가면 해결된다’라고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원한다. 이는 우리의 새로운 슬로건인 ‘Here We Grow’가 내포한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 제품 품질과 안전성에 더욱 매진할 생각이다. 나아가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Global CEO] "저출산에도 스토케 인기 여전...가족 간 교감 최우선"
(사진설명)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에 위치한 스토케 단독 매장. 스토케는 지난해 백화점 매장 10개를 새로 연 데 이어 올해도 4곳의 신규 단독 매장을 오픈한다.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