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
불황의 시대, 창업 생존노트
[Big Story]창업 관심 뜨겁지만 시장 상황은 '냉랭'
창업 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창업 기업은 33만3372개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한 수치지만 경기 하락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업을 제외하면 오히려 올해 1분기 창업은 지난해 대비 1만6512개(5.8%) 증가했다.
특히 창업 시장에 30대가 대거 뛰어들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주최한 창업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는 3040세대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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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정책과 인프라의 확충,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창업자의 노력과 열정, 시장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팀장은 “준비되지 않은 창업, 유행 아이템에 홀려서 고민 없이 하는 창업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창업에는 자본금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창업 줄고 숙박·음식점업 대폭 증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5월 말 발표한 ‘2023년 1~3월(누계)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창업은 전년 동기 대비 4.4%(1만5360개) 감소한 33만3372개로 집계됐다. 지난 정부 당시 집값 폭등으로 인해 우후죽순 늘어났던 부동산업 창업이 경기 침체로 47.9%나 줄어든 것이 전체 창업 기업 수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전자상거래 증가, 코로나19 엔데믹 영향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이 25.6% 대폭 증가했다. 이외에도 도소매업(7.9%), 정보통신업(13.4%↑), 전기·가스·공기(49.4%), 사업시설관리(7.6%), 교육서비스업(9%), 예술·스포츠·여가업(14.3%), 개인서비스업(6%) 등이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금리 인상, 수출 감소, 소비자물가 상승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제조업(14%), 건설업(9.4%) 등에서 전년 대비 창업이 감소했다.
코로나19의 그늘을 본격 탈출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일상 회복에 따른 여행 증가 등으로 숙박용 펜션 등 기타 일반 및 생활숙박시설 운영업 등이 증가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 창업은 전년 동기 대비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30세 미만 창업이 10.5% 늘었고, 30대에서는 25.9% 성장해 MZ(밀레니얼+Z) 세대가 숙박·음식점업 창업 투자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여행 수요의 증가와 안전하고 프라이빗한 숙소를 선호하는 소비 성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교수(소상공인 평론가)는 “코로나 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2021년 까지는 정부 지원으로 창업은 늘고 폐업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2022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아마도 코로나19로 인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한계 상황에 있으면서 폐업을 미루던 점포의 폐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Big Story]창업 관심 뜨겁지만 시장 상황은 '냉랭'
“평생 직장은 NO!" MZ세대가 창업에 뛰어든 이유

현직 자영업자들이 초유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MZ세대는 창업투자에 열광하고 있어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지난해 9월 발표한 ‘MZ세대 미취업 청년의 창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총 500명의 응답자 중 72.8%는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할 의향이 있으며, 주로 ‘숙박음식․도소매’ 같은 생계형 업종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동기에 대해서는 △보다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50.5%) △더 많은 경제적 수입을 위해(46.2%) △ 정년 없이 오래 일하기 위해(36.3%)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김종백 정책팀장은 “MZ세대의 창업 투자 인식 확대는 취업 문화가 변화되면서 직장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안정적이면서 트렌디한 프랜차이즈 창업에 젊은 층들이 많이 관심을 보내는 것 같다”며 “MZ세대의 창업 모델은 생계형인 음식점 위주에서 소자본을 투자해 1인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커피, 음료, 디저트 등 창업자 취향에 맞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갑 교수 역시 “취준생들이 원하는 좋은 직장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호하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MZ세대의 창업 투자 인식 확대는 고용 시장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2030세대가 주로 취업을 희망하는 정보기술(IT) 직종이나 문화콘텐츠 직종의 기업들이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금 고갈로 불안한 노후를 마련할 것이라는 우려도 MZ세대를 창업의 길로 이끄는 요인이다. 이는 100세 시대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정년이 없고 노년에도 소득이 이어지는 자영업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
[Big Story]창업 관심 뜨겁지만 시장 상황은 '냉랭'
자영업자 40% 3년 내 폐업 고려, 대출도 증가

현재 자영업자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7월 2일 발표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0명 중 40%가 △영업실적 지속 악화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상환 부담 △경기 회복 전망 불투명 등으로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방역 규제가 점진적으로 완화·해제돼 경기 회복이 기대됐으나, 골목상권은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다수다.
자영업자의 63.4%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답변했고, 순익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63.8%로 나타났다. 하반기 매출 전망은 올 상반기보다 감소 50.8%, 증가 49.2%로 나타나 여전히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자영업자 중 절반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로 인해 연초보다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연체율 역시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인 1%를 기록했고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은 3.1조 원 증가해 자영업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부터 2.5% 인상돼 9860원으로 결정된 최저임금도 자영업자들을 한숨 짓게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최저시급보다 못 가져가는 ‘사장님’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측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최소한 동결을 기대했는데 매우 아쉽고 허탈해 하는 점주들이 많다”며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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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은퇴 후 생계형 창업 뛰어들어

코로나19 이전 숙대 입구에서 작은 식당을 창업한 58세 A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고 있지만 장사가 그 전만큼 잘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10년 전만 해도 밥 장사는 그나마 운영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 식당을 찾고 음식을 찾는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다”며 “오르는 임대료와 인건비에 (폐업을)고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경제적 이유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시니어 창업은 순조롭지는 않다. 고령층일수록 폐업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세청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신규 창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60대 이상에서 103%이다. 60세 이상에서 창업한 사람이 100명이라면 문 닫은 사람이 103명이라는 것.
특히 이들이 찾는 업종은 한식전문점(12만568명), 부동산중개업(4만5224명), 통신판매업(3만3403명), 옷가게(2만5511명), 식료품가게(2만1205명) 등의 순이었다.
또한 이들 세대는 일자리 찾기도 어렵지만 노후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을 찾다 보니 편의점, 치킨가게 등 가장 기본적인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창업 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가게(프랜차이즈 제외)를 차린다고 가정할 때 약 1억~2억 원의 투자 비용이 들어간다”며 “50~60대의 창업자일수록 노후 자금, 은퇴 자금 등으로 창업을 하려고 하다 보니 치킨, 편의점, 한식업 등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업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창업 정보 접근성 등 취약

창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은 MZ세대에 비해 전문성과 재정 여건은 좋지만 창업 정보에 대한 접근성 및 정보화 역량에 대해서는 열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창업학회지에 게재된 ‘중장년의 창업 결정 및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홍성표)’ 논문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일 경험을 통해 축적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필요한 재정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창업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청년 창업가에 비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시장에 대한 마케팅, 비즈니스 고도화, 정보화 기술 등에 대한 역량이 낮다는 점에서 창업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장년은 부양가족이 있으며 경제활동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창업 실패에 따른 재기 기회가 적기 때문에 창업 실패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및 인적 네트워크 전체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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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창업 생존의 지름길은

창업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와 고용원에서 고용주로의 사고방식 전환이 창업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종백 팀장은 “창업에는 비용도 적지 않게 소요되고 (프랜차이즈만 해도)1만2000개나 되는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일 정도로 양상이 다양하다”며 “인생을 가를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에 사전에 최대한 많이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할 때 주의사항에 대해 김종갑 교수는 “실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직접 투자금액, 매출액, 비용을 정확하게 추정해보고 목표 투자수익률의 달성 가능성을 현장에서 수치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사업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검토해야 한다”며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 수명이 짧은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 때문으로서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업종으로 창업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글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