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에프 김병훈 대표 인터뷰
미래 키워드 - 세포농업나날이 ‘환경 파괴’, ‘동물 복지’, ‘건강’ 등을 이유로 고기를 섭취하는 데 들어가는 물리적인 비용은 물론, 윤리적 고민도 방관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비건의 삶’을 강요할 수 없듯,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포농업 기술을 연구하는 스페이스에프는 그 점을 파고들었다. 특허받은 세포배양 식품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김병훈 스페이스에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훈 스페이스에프 대표]
푸드테크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세포농업’이다. 세포농업은 배양육의 핵심 기술로, 줄기세포배양과 조직공학 기술을 결합해 실험실 등의 시설에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가축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함에 따라 기존의 대체육과 비교해 높은 모사율이 특징으로 꼽히고, 2030년에 이르면 세포배양육이 전체 시장에서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의 국내 대표주자인 스페이스에프는 2020년 설립된 배양육 전문 업체로, 서울대와 세종대 연구진들과 함께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세포농업 기술이다. 이는 줄기세포배양 기술과 조직공학 기술을 활용해 실험실 내에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기술로, 스페이스에프는 해당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동물 복지를 위한 세포배양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근육줄기세포 분리배양, 근육조직 형성 등의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배양돈육 시제품을 개발했다. 무엇보다 배양육은 동물의 사육과 도축 없이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식량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미래 대체식량(sustainable food) △동물 보호를 통한 지구환경 보호(global environment) △세포농업 기술을 통한 인류의 풍요로운 생활(nourishing people)을 꿈꾼다는 것이 스페이스에프의 목표다. 전 세계가 푸드테크에 몰두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스페이스에프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은 곧 실현될 수 있을까. 대체육 시장의 미래 전망과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김병훈 스페이스에프 대표에게 물어봤다. 스페이스에프를 창립하신 결정적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스페이스에프 이전에 식품의 원자재 수출 등 다양한 식품 관련 업무를 진행해 왔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외부 환경에 따라 뜻하지 않게 식품 원자재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이에 따라 자재 가격이 급변하는 것을 보며 이러한 문제를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을까 항상 많은 고민을 했죠. 그러던 중 배양육을 알게 되면서 이것이 제가 항상 고심하던 많은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해 오던 식품 회사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배양육 사업을 잘 이끌어 나가고자 스페이스에프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스페이스에프의 핵심 경쟁력인 세포농업 기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세포배양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금도 많은 푸드테크 관련 스타트업이 각자의 기술력을 가지고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푸드테크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 불가능한 원천기술의 확보 여부입니다. 스페이스에프의 경우 세계 최초로 돼지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한 기술을 비롯해 배양육 산업에 핵심적인 필수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있고, 산업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연구진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선도그룹으로의 진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양육 생산은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획득하는 과정을 거쳐 배양기에서 배양액과 함께 증식하는 과정이 선행됩니다. 배양육은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따로 배양 및 분화시킨 뒤 원하는 형태로 적절히 혼합해 생산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해당 기술력은 어디까지 와 있고, 현재는 생산단가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공급될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저희의 원천기술을 통해 대량 생산에 알맞은 기술들이 준비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완성과는 별개로, 식품으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배양육 식품에 대한 정의와 규제들이 확립돼야 하죠. 국내의 경우 관련 규제에 대해 올해 중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가이드라인을 고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현재 배양육 생산단가는 소규모로 실험실에서 제작되는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매우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대량 생산을 위한 시설과 자동화 공정이 최적화되면 현실적인 수준의 생산단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일반 육류의 20~30%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포배양 식품의 가장 큰 장점을 3가지 꼽아주신다면요.
“우선, 첫째로는 대체육 중 유일한 동물세포 기반 식품이라는 것입니다. 대체육은 크게 식물성 단백질과 곤충단백질, 배양육 이렇게 나뉠 수 있는데 저희의 경우 돼지 줄기세포를 활용해 증식 후 분화를 통해 근육세포를 만들어 제품을 생산합니다. 따라서 실제 육류와의 맛과 영양성분에 유사도가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로는 동물 복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산업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에서 효율적인 자원 활용 측면과 더불어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해 미래 인류 먹거리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셋째로는 제품 생산에 대한 유연성입니다. 대개 육류 판매는 근육과 지방, 그 구조에 따라 고급육으로 취급받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합니다. 스페이스에프는 고부가가치 육류 형태로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조합해 모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일부 국가들에서는 관련 기술이 앞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세포배양 식품 관련 선진 해외 시장은 어떻습니까.
“현재 배양육을 허용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미국 2곳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와 굿미트(Good Meat)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농무부(USDA)에 대해 판매 승인을 받아 많은 화제가 됐으나, 현재 시제품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선도기업들이 자국의 규제 및 안전성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으며, 산업화를 위한 공장 구축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포배양 식품의 미래 시장 가치를 어느 정도로 전망하시고, 이 시장이 궁극적으로 도래할 수 있는 변화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 세계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식품의 수요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는 이러한 식품의 수요를 감당하기 날로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곡물류를 사용해 생산하는 축산물의 생산단가 또한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세포배양 식품 산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충제 역할로 증가하는 육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포배양 식품 산업을 통해 식품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절약하고, 동물 복지를 실현하고,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푸드테크 비즈니스가 되기 위해서 법제도 도입 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 개발 외의 업무를 수행할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식약처의 승인을 위한 제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확보하는 비용과 인력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입법과 같은 제도적인 부분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푸드테크와 관련된 산업의 성공 소요 기간이 더욱더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저희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스페이스에프가 세계 선도그룹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성공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제고와 우리나라 식량안보 확보를 이루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스페이스에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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