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셋/INTO THE REAL ESTATE
임장생활기록부 1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찾아가 관련 정보들을 탐방하는 것을 뜻합니다. 화제의 부동산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신규 코너 '임장생활기록부'를 시작합니다.

반포가 뜨겁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가격이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거든요. 신규 대단지가 입주하자 주변 단지까지 전·월세 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통상 대단지 입주장에선 가격이 일시 하락하지만 반포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거죠.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 회복에 힘입어 ‘입주장 공식’을 깼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반포의 신축 래미안원베일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반포의 양대 산맥 아파트로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를 꼽았는데, 앞으로 왕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세 단지를 둘러보며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뜨거운 반포, '왕좌의 게임' 시작
고급스러운 성, 래미안원베일리
래미안원베일리는 신반포 3차와 23차, 경남아파트를 삼성물산에서 재건축했습니다. 2990가구이고, 아파트 이름 '원베일리'는 ‘단 하나의 성’이라는 뜻입니다. 평형은 10평대부터 90평대까지 다양한데 그래도 33평이 가장 많습니다.
시세는 이미 아주 뜨겁습니다.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최근 45억9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한 달 만에 9억 원이 오른 거죠. 지난 2021년 분양 당시 조합원 분양가에서 최대 24억 원이 상승했습니다.
입지가 아주 좋습니다. 반포대교와 올림픽대로에 붙어 있고, 9호선 신반포역이 아주 가까워요. 반포 인프라 훌륭한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한강변에 위치한 동엔 커튼월룩을 적용했고, 스카이 브리지로 연결했습니다. 랜드마크가 되고 싶다는 뜻이겠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단지를 가로질러 전용 168㎡부터 가봤습니다. 방 5개, 화장실 3개입니다. 한강변 동이라 한강 뷰가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복도가 긴 구조였고, 복도 끝에 돌출형 테라스가 있었습니다. 개방된 형태라 윗집과 아랫집이 보이네요. 거실은 원목마루 유상 옵션을 적용했고, 아트월은 그리스산 타일입니다.주방엔 수납장을 촘촘하게 짰고, 싱크대 상부장엔 간접등을 설치했습니다. 다용도실엔 음식물처리기 이송설비가 있습니다. 방 조명은 3단이라 색깔과 조명 조절이 가능합니다. 욕실에도 아일랜드 스톤을 적용했고, 수납장엔 손잡이가 달려서 여닫기 편했습니다.
‘영혼을 갈아넣어 지었다’고 하는 커뮤니티도 가봤습니다. 사우나는 규모가 꽤 컸고, 골프장 클럽하우스 느낌이 났습니다. 남탕엔 이발사가 상주할 예정입니다. 수영장 레인은 4개이고, 풀 안에 간접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온수풀과 키즈풀도 있어요. 커뮤니티 곳곳에는 안면인식이 되는 최첨단 스마트미러를 설치했습니다. 골프장 역시 규모가 크고 비거리도 긴 편이었어요. 키즈카페에는 트램폴린이 있네요.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하는 ‘스카이라운지11’은 한강변 쪽동 11층에 있고, 파노라마 한강 뷰가 펼쳐집니다.
특이하게 단지를 고속터미널 및 한강과도 연결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공공보행통로가 나오는데, 고속터미널역과 한강공원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비 안 맞고 고속터미널역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재건축 과정에서 기부채납으로 조성했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뜨거운 반포, '왕좌의 게임' 시작
신기록의 연속,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리버파크에 왔습니다. 줄여서 아리팍이라고도 하죠. 예전 신반포1차 아파트를 DL이앤씨가 재건축해 2016년 준공했고, 1600여 가구입니다. 평형은 20평대부터 90평대까지 다양한데, 그래도 전용 84㎡가 가장 많습니다.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에 있었던 ‘35층 룰’을 뚫은 유일한 아파트이기도 합니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한강변 쪽 일부 동을 최대 38층까지 지을 수 있었어요. 대신 단지 커뮤니티 시설을 외부인, 반포 지역주민에 한해 개방하고 있습니다.
실내 층고가 꽤 높아요. 보통 아파트가 2.3m쯤 되는데 아리팍은 2.6m입니다. 그래서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을 주죠. 조경 및 커뮤니티도 훌륭합니다. 단지 안에 어린이집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아리팍의 가장 큰 장점은 한강 뷰죠. 한강과 맞닿은 면적이 가장 넓은 반포 아파트이기도 합니다. 재건축 과정에서 한강까지 연결하는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했어요. 직접 걸어가 보니 반포한강공원까지 5분도 안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강남권이지만 복잡한 느낌이 없고 조용하고 쾌적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초등학교가 살짝 멀고, 상가를 빼고 재건축했기 때문에 상가가 노후하고 작습니다. 준공 때부터 국내 최고의 평단가를 유지하고 있는 아파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초에 전용 84㎡가 46억6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리팍이 반포의 다른 아파트 시세까지 같이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김한 대양공인중개사 실장은 “아리팍의 대형 평수는 55억 원 등 여전히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뜨거운 반포, '왕좌의 게임' 시작
건재한 거장, 래미안퍼스티지
이번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에 왔습니다. 요즘 아파트 이름이 워낙 길다보니 줄여서 '반래퍼'라고 합니다. 예전 반포주공 2단지를 삼성물산에서 재건축한 거죠. 앞서 봤던 단지들에 비해 연식이 좀 됐습니다. 2009년 준공이고, 2400여 가구입니다. 위치가 좀더 고속터미널 쪽이예요. 평형은 20평대부터 80평대까지 다양한데, 그래도 26평과 34평이 가장 많습니다. 시세는 전용 84㎡가 지난해 39억 원 신고가를 찍은 뒤엔 올해 들어서 30억 원대 중반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반래퍼의 장점으로 크게 2가지를 꼽습니다. 일단 건폐율이 12%로 굉장히 낮습니다. 보통 신축아파트 건폐율이 20%대이고, 앞서 봤던 아리팍과 원베일리가 19%거든요. 그래서 반래퍼는 구축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초품아’,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거죠. 잠원초가 단지 내 있는데,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서 인기가 많은 학교입니다. 상가 등 주변에도 유해시설이 없어서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학원들이 몰려 있는 삼호가든 사거리도 가까워서 학원 버스들이 쉴새없이 다니더군요. 그러다 보니 아이 둔 가정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단 구축이다 보니 지상으로 차가 다닙니다. 요즘 신축 아파트 단지들은 지상을 공원화하면서 차량 통행을 지하로 설계한 것과는 좀 다르죠. 조경은 연식에 비해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요즘 신축들 조경이 조형과 수목 위주로 세련됨을 추구하는 반면 반래퍼는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1000평 남짓한 대형 호수가 시그니처입니다. 반래퍼 건설 당시 한 블럭 옆에 있는 반포자이도 비슷한 시기에 지었는데,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경쟁적으로 하이엔드를 추구했거든요.
부동산은 사실 입지가 가장 중요하죠. 반포는 다른 강남권과 달리 용산이나 여의도, 시내 등 업무지구 접근성도 높습니다. 한강을 끼고 있을 뿐 아니라 학군과 편의시설까지 갖췄죠. 반포의 가치가 더 빛나는 이유입니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강남 부동산 시장 회복과 재건축 기대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강해졌다”면서 “이주하는 노후 단지가 증가하면 내년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글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디지털라이브부 기자·집코노미TV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