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베스트 오너십7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글로벌 보폭 확대…미래 산업 선도

올해 한경 머니 ‘2023 베스트 오너십 7’에 선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 확보에 분주하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을 강행하며,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2023 베스트 오너십]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글로벌 보폭 확대...미래 산업 선도
글로벌 CEO와 연쇄 회동, 미래 먹거리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바이오·제약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20여 개 글로벌 기업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20여 일의 출장 기간 동안 동부의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며 존슨앤존슨, BMS, 바이오젠, 오가논, 테슬라,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버라이즌 등 총 2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을 만났다. 이를 통해 글로벌 CEO들과 중장기 비전을 서로 공유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출장 기간 동안 이 회장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머스크 CEO와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 CEO는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뿐 아니라 △차세대 위성통신(스타링크) △우주탐사(스페이스X) △차세대 모빌리티(하이퍼루프) △인공지능(뉴럴링크·오픈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혁신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
삼성과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정보기술(IT) 개발을 위한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과 머스크 CEO의 면담을 계기로 삼성의 전장용 시스템 반도체 영토가 더욱 확대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바이오 사업 육성, ‘제2의 반도체 신화’ 구현
이 회장은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 및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션 회사 등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짐으로써 ‘제2의 반도체 신화’ 구현의 토대를 마련했다.
10여 년 전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삼성은 글로벌 주요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업하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이를 통한 미래 성장 산업 선점 △압도적인 제조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1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했다.
바이오 산업은 생산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은 물론 장기 협업을 위한 신뢰와 평판 구축이 필수적이며, 진입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분야다.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 바이오 사업이 빅파마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기대된다.

‘인재제일’ 경영철학…미래 지향 인사 시행
삼성은 ‘인재제일’의 경영철학 아래, 능력 중심의 인사를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인사 제도 혁신을 추진해 왔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력 중시’ 철학에 따라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으며, 1995년에는 입사 자격 요건에서 학력, 국적, 성별, 나이, 연고 등을 제외하는 파격적인 열린 채용을 실시한 바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을 계승한 이 회장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 삼성의 조직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 잘못된 것, 미흡한 것, 부족한 것을 과감히 고치자”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의 활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 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기회 및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평가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미래 지향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또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올해 2월부터는 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수평 호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더불어 이 회장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자 신규 채용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4만 명 이상을 채용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2022~2026년까지 5년간 8만 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통상적인 채용 규모는 연간 약 1만 명 수준이지만 삼성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장은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0년간 60조 투자…대한민국,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UP’
삼성은 전국에 있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60.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 계획은 국내적으로는 △지역 풀뿌리 기업과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향상 △양질의 일자리 양산 △지역 산업 진흥 △지역 균형 발전 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번 투자 계획은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지역’이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 대상은 반도체 패키지,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스마트폰, 전기부품, 소재 등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출 산업 분야로서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미래 산업이기도 하다.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은 각 분야의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확대하고, 충청·경상·호남 등의 지역은 첨단 수출 산업이자 미래 산업의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의 미래 생존과 대한민국 지역 산업의 글로벌 도약이라는 2가지 목표를 염두에 둔 투자인 셈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한경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