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올해 채권 전망을 ‘커브 전략(커브 스티프닝 베팅)’에서 ‘듀레이션 매매 전략’으로 수정하고자 한다. 매수와 매도 레벨을 설정해 두고 반복적으로 매매차익을 확보하는 것이 올해 수익률 방어를 위한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금리는 ‘하락 혹은 상승’ 등 추세적 방향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않은 채, 제한된 레벨 내에서 등락을 되풀이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차익 기회는 계속해서 제공될 수 있다.

미국 10년물 기준, 4~4.25% 레벨에서 저가 매수에 진입하고 4% 아래에서 매도하는 전술적 차익 거래를 권장한다. 이처럼 차익 기회가 생긴다고 보는 이유는 시장의 심도·흡수력, 갑작스럽게 큰 거래대금이 결제돼도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이 유지되는 정도인 ‘마켓 뎁스(market depth)’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머니 무브] 금리 방향성 ‘안갯속’…채권 매수 타이밍은
‘금리 추세’를 형성할 만한 수급 주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들어 헤지펀드가 진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한편, 실제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지만, 헤지펀드 진입은 ‘공정가치 형성’을 투명하게 해줄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처럼 금리가 장기(long: 1980년 이후 글로벌 금리 40년간 하락) 추세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페어 밸류(fair value)’로 수렴할 수 있게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을 제고한다는 의미다.

헤지펀드의 목적은 오롯이 수익 창출이기 때문에 펀더멘털 측면에서 적정 금리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경기 침체 확신’이 형성되지 않는 한 금리는 등락을 거듭할 것이다.

소비심리는 부진했으나 소매판매는 견조했던 것처럼, 시장이 3월 인하 베팅을 강하게 형성한 와중에 금언 기간을 하루 앞둔(FOMC 회의 2주 전부터 의결권자들은 금언 기간을 가짐) 주요 임원의 매파 발언 등 양방향 재료를 소화하며 금리는 (제한된 레벨 내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 갈 전망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재료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레벨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경기에 대한 엇갈리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변동 재료를 해석하며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트레이더의 관점에서 본다면 숫자로 대응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이는 몇 번 숫자를 놓친다고 해도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과정을 거듭하다가 금리가 하락 트렌드를 형성한다면 미국 10년물 기준 3.5%까지는 내려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향후 2년간 정책금리 최종 수준이 3.5%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이하로의 수렴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머니 무브] 금리 방향성 ‘안갯속’…채권 매수 타이밍은
금리가 제한된 레벨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이유

수급적 요인 외에도 금리가 등락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선반영 부담 때문이라고 본다. 약 2년 시계에서의 정책금리 수준을 선반영했는데, 당장 2024년 경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는 불안을 안고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2년 후인 2025년 말 정책금리 관련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6%(상단 3.75%)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3.25%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과 Fed의 가중치를 동일하게 놓고 봤을 때, 3.5% 레벨에서 합의할 수 있다. 이는 미래 시점의 이벤트를 프라이싱할 수 있는 최대치다.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높을 때, 국채금리는 시장 전망치(=선도금리)를 덜 반영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경기 평가가 명확할 때는 3년 후를 내다보는 선도금리까지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경기 사이클에서는 선도금리를 맥시멈 2년 시계에서 소화했다.

올해 중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먼 시계에서의 정책금리를 반영할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 경제 전망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 말을 넘어 2026년까지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책금리 추정이 어렵다면, 실질금리를 통해 역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12월 프로젝션(projection)에서 Fed는 향후 실질 정책금리 1.5~2% 수준을 목표로 했다. 여기에 물가 목표 2%를 가산해 정책금리 수렴 수준을 평가하면 1~2년 타임라인에서 Fed는 3.5~4% 사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와중에 2024년 정책금리는 너무 빠르게 반영됐다. Fed는 4.75%, 시장은 3.6%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 첫 인하를 확인하기 전까지 변동성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전까지는 시장의 불안과 페어 밸류를 찾으려는 노력 그리고 한층 높아진 수익 추구 경향이 금리 변동성을 유지시켜줄 것이다.
[머니 무브] 금리 방향성 ‘안갯속’…채권 매수 타이밍은
美 연준, 3·5·6월 선제적 인하 가능성…한국도 동조화

기본적인 예상으로는 Fed가 오는 5월부터 인하(연내 75bp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3월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현재 시중은행 전체 지급준비금은 충분한 상태이지만, 소형 은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해서다.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종료, 바젤III 최종 단계 시행으로 예상보다 높은 지급준비금이 필요할 수 있다. 바젤III는 2023년 12월부터 시행됐으며, 대출금뿐 아니라 유가증권 보유분까지 포함해 은행 건전성을 평가하고, 고유동성 자산의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Fed는 리스크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

만약 경기 침체가 도래한다면 브이(V)자형 반등보다는 엘(L)자형 불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 역시 Fed의 시나리오 대응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본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간 인하 폭은 제한적이더라도, 이를 미리 당겨 진행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대신 양적긴축을 지속함으로써 지나치게 완화적인 금융 여건은 방어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공격적 인하 베팅은 한정적이지만 선제적 인하를 반영할 수도 있다. 과거 경험을 살펴보면, 인하 시기에는 Fed 포워드 가이던스보다 시장의 적중률이 더 높다. 시장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경우 커브 전략을 다시 구사해볼 수 있지만 스팁(steep)의 정도가 미약할 것으로 본다.

정책 경로를 따라 단기물 금리가 하락하겠지만, 적극적 반영이 어려운 구간에 있다. 비교적 자유로운 장기물 금리의 매매 레벨을 재조정해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한국 금리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동조화가 상당히 높은 까닭에 결국 미 금리를 따라 등락할 것으로 본다. 금리 간 스프레드를 고려해, 한국의 10년 기준 3.2~3.3% 상단에서는 매수, 이하 구간에서는 매도를 반복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글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