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코스피 상장 포문을 연 1조원대 대어급 에이피알이 상장 첫날인 27일 공모가 보다 1.3배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친 가운데 상장 대기표를 뽑아놓은 차기 대어급 공모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시장 침체로 출사표를 내밀지 못했던 대어급 공모주들은 올해 줄줄이 증시 데뷔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벌써부터 올해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만 15곳을 훌쩍 넘는다. 우선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재추진 안건을 의결하면서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케이뱅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21일 상장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로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선정했다. 이후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 실사를 거쳐 상반기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토스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최근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특히 비바리퍼블리카는 상장 후 몸값이 최대 20조원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될 만큼 상장기대주로 지목된다. 이 회사의 상장 대표 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선정됐다.

CJ올리브영도 본격적인 상장 일정에 착수할 전망이다. CJ올리브영은 최근까지 상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기업 컬리 역시 올해 IPO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기업들 외에도 오아시스, 서울보증보험, LG CNS, SK에코플랜트, 현대오일뱅크, SSG닷컴, 카카오모빌리티, 11번가, 야놀자, 원스토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카운티 등 언급되고 있는 공모주들까지 합친다면 수십조 원 규모를 훌쩍 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모주, 올 초 투자 열기 이미 ‘활활’

공모주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달궈지기 시작해 올초부터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올 초에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포스뱅크 등이 기관 대상 수요 예측에서 공모가 밴드 상단을 웃도는 성적을 내더니 올 초 대어급 IPO로 꼽히는 에이피알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대표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이 20만 명이 넘는 신규 고객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이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전체 물량의 80%인 8만34주를 배정받아 청약을 진행한 결과 62만 명이 몰린 것이다.

특히 이 중 50%에 육박하는 고객이 공모주 청약을 처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 연휴 직후에 진행된 공모주 슈퍼위크인 2월 13~15일 사흘간 4종목 청약 증거금에 19조70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는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은 77~85개 기업이 상장하고, 공모 금액은 약 4조2000억~5조3000억 원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12월 국내 벤처투자가 174건으로 IPO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두산로보틱스나 에코프로머티 등 대형주들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공모주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에이피알이 1조1000억 원에서 1조5000억 원 규모의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데카콘을 목표로 IPO 준비에 착수하는 등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파두’ 사태로 인해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이 일부 개정된 여파로 IPO 종목 수가 크게 늘어날지는 관심사다. 바뀐 개정안은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술특례 상장 유형 체계화와 합리화, 상장주선인 책임성 부여 장치 강화, 기술특례 상장 대상 중소기업 범위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부실 실사 전략이 있는 상장주선인에 대해선 풋백옵션 부여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인수주식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등 상장주선인의 책임을 강화한 장치 역시 주목된다.

오 연구원은 “일부 대어급 우량 공모주가 IPO 시장에 재진입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다시 폭발적으로 투자자들이 유일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는 공모주 시장에 기대를 가져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