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아직도 뜨거울까
[한경 머니 기고=여지훈 뉴스포트 기자] 보험은 목적자금 마련에 저축보다 좋지 않다.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 그 상식이 깨졌다. 생명보험 업계에서 큰 이슈가 발생했고 그 중심에 단기납 종신보험이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환급률 경쟁에 제동을 건 것이다. 금융당국은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험사에 환급률 인하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종신보험은 보장 기간이 평생(종신)인 사망보험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이름 그대로 납입 기간이 단기(통상 5년·7년)다. 이에 대체로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일반 종신보험과 구분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저해지환급형 구조로 납입 기간에는 환급금이 매우 적다가 납기가 끝난 이후 환급률이 급격히 커지는 구조다.

완납(5년·7년) 직후 해지환급률이 납입원금(100%)을 크게 웃도는 상품이 많아지면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단기납 종신보험의 상품 구조를 개선하도록 행정명령을 했다. 소비자들에게 저축성보험으로 오인돼 판매될 수 있고, 완납 시점 대량 해지로 인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금감원은 보험료 완납 시점(7년납 미만은 7년 시점)까지 해지환급률을 100% 이하로 설정하도록 권고했다. 보험사들은 이를 수용, 7년 시점 해지환급률을 99.9%로 맞추는 식으로 대응했다.
하나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을 130%로 끌어올렸다. 월 100만 원씩 7년간 총 8400만 원을 보험료로 납입한다면, 3년만 더 유지하고 해지 시 1억900만 원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5년 이상 납입, 10년 이상 유지했으므로 보험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이를 예·적금 상품과 비교해보자. 연 단리 5% 적금에 월 100만 원씩 7년간 납입한다고 가정하면 7년 뒤 세후수령액은 9658만 원이다. 이를 다시 연 단리 5% 예금에 3년간 거치하면 세후수령액은 1억884만 원이다. 사실상 단기납 종신보험이 연 5% 이율의 예·적금 조합보다 저축 기능이 더 뛰어난 셈이다. 계약 유지 기간 동안 사망 보장까지 되므로 종신보험 가입자의 완승이다. 10년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예·적금보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환급률을 끌어올린 이후 하나생명은 지난해 11~12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목도한 경쟁사들도 앞다퉈 환급률 경쟁에 나섰다. 새해 벽두부터 다수의 보험사가 단기납 종신보험 10년 시점 해지환급률을 130% 이상으로 상향했다. 결국 환급률 135% 상품까지 출시됐다. 보험사들엔 판매 실적을 증대할 기회였고, 소비자에게도 시중 예·적금보다 우수한 수익률을 안겨주는 효자 상품이었다.

130%를 초과하는 환급률 경쟁은 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을 우려한 금감원이 보험사와 영업 현장을 대상으로 현장 및 서면 점검에 나서면서다. 금감원의 움직임에 2월 들어 모든 보험사가 단기납 종신보험 10년 시점 환급률을 120%대로 하향 조정했다. 전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예·적금 조합보다 나은 수익률이다. 가령 10년 시점 환급률을 125%라고 가정해도 연 단리 4% 예·적금 조합보다 수익률이 좋다. 2월 현재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 중 4% 이상의 금리(우대금리 포함)를 제공하는 상품은 매우 드물다. 단, 단기납 종신보험은 10년 내 해지하지 않아야 한다. 무·저해지 상품이므로 중도해지 시 수익률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화된 지 오래인 보험 시장에서 종신보험은 생명보험사들엔 포기할 수 없는 먹거리다. 금융당국이 환급률을 더 낮추라고 압박할 경우 업계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금감원이 무저해지 보험의 가이드라인을 내려주면서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여러 대안을 내려주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려준 방안 중 그나마 현실성 있는 경우라도 환급률이 11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당국이 보험사의 상품개발 자율성을 제한해 시장 위축을 야기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둘째 이슈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비과세 혜택에 대한 과세당국의 법률 해석이다. 아직 과세당국이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큰 방향성은 내비친 상황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은 5년 이상 납입·10년 이상 유지·1인당 월 보험료 합계액 150만 원 이하라면 보험 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된다. 또 ① 만기에 환급되는 금액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하지 않는 보험 계약으로서 ② 저축 목적이 아닌 피보험자의 사망, 질병, 부상, 자산의 훼손만을 보장하며 ③ 만기나 계약 기간 중 생존을 사유로 지급하는 보험금이 없는 보험 계약은 월 보험료 계산 시 제외된다.

그동안 보험 업계에서는 ②, ③번을 근거로 종신보험이 무제한 비과세된다는 영업 활동이 만연했다. 종신보험은 저축이 아닌 순수 보장 목적이며, 생존을 사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므로 월 보험료가 얼마든 과세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최근 보험사들이 10년 시점 해지환급률을 납입원금 대비 크게 상향하면서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에 과세당국이 철퇴를 내렸다. 우선 종신보험은 만기가 없으므로 ①번 조건에서부터 걸린다. 또 해지환급금이 납입원금을 초과하면 순수보장성보험이 아닌 저축성보험으로 봐야 한다는 게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환급률이 100%를 웃도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처럼 과세해야 하며, 이에 월 보험료 150만 원 계산 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정식 법률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해당 이슈가 생보 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지대하다. 무제한 비과세 매력에 종신보험에 가입한 자산가는 졸지에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거액의 보험료로 다수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종합과세에 건강보험료 폭탄까지 맞을 수 있다.

이미 과세당국이 환급률 100%를 넘는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보겠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상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의 150만 원 한도는 2017년 4월 1일부터 체결된 보험 계약에 한해 적용된다. 따라서 해지환급률 100%를 넘는 종신보험이 월 150만 원 계산 시 포함되더라도 2017년 4월부터 체결된 계약들에 한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2월 현재 보험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운 채 과세당국의 법률 해석을 기다리는 중이다.

따라서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한 자산가라면 과세당국의 법률 해석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면 단기납 종신보험의 재테크 매력도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납기 중에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과세당국이 2017년 4월 이후 가입한 종신보험에 과세를 결정한다면 원금 회복 시기에 맞춰 해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글 여지훈 뉴스포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