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자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것만큼 퇴직연금 사업자 및 RA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의 ‘서비스 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제도 변화는, ‘금융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과한 RA 업체에 한정해 투자 일임 서비스를 허용하고, 향후 알고리즘의 성과 및 서비스의 안정성을 근거로 본격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는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현재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RATB)를 통해 알고리즘 및 서비스 시스템 심사가 진행 중이며, 성과 공시 기간인 1년이 경과한 12월부터는 본격적인 비대면 일임 계약도 허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퇴직연금제도의 변화는 퇴직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도 반가울 수 있다. 적립금에 대한 기존의 세액공제 혜택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RA 전용 복수 계좌 개설이 가능해 포트폴리오의 전략 다변화를 구사할 수 있으며, 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IRP 계좌가 없거나 방치하고 있는 가입자는 투자 성향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통해 퇴직연금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RA 투자 일임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구독형 자문 서비스와 달리,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안, 일임 상품 가입, 포트폴리오 구축, 자동 리밸런싱, 배당금 재투자, 투자 성과 모니터링 등 일련의 과정을 RA가 알아서 수행해줄 수 있다는 편리함이다.
이러한 성장세에는 출혈적 비용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업의 본질인 알고리즘의 정교화에 집중하고 고객의 서비스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원활한 의사소통 및 투자 콘텐츠의 지속적인 제공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고객 1인당 투자 금액이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고, 고객의 평균 서비스 리텐션 비율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번 ‘퇴직연금 RA 일임 투자’ 허용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RA 일임 형태를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연금 투자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중 나에게 적합한 상품은 과연 무엇인지, 어떠한 상품들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할지, 개인이 설정한 연금 자산의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물음에 답하는 것이 RA의 역할이다.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기반의 솔루션을 제시한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성장과 고객 투자 성향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솔루션으로 제시한 디폴트옵션 시장의 빠른 성장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현재 트렌드는 IRP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 ETF를 활용한 투자 보편화, 생애 주기 맞춤형 TDF의 성장, 정부 주도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디폴트옵션 제도 도입·개인연금 투자 일임 허용)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완연한 고령화 시대로 진입한 만큼, 퇴직연금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글 문일호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이사(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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