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Fed는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의 기대가 현실화된 이후에도 주식시장은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WM REPORT]
1995년과 닮은 꼴…‘보험성 금리 인하’ 후 주가 상승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 ‘선반영’이다. 선반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의 효과나 영향이 미리 나타남’이다. 어떠한 호재가 거론되기 시작할 때부터 미래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는 미리 상승한다. 그러나 정작 그 호재가 현실화됐을 때 주가는 상승 모멘텀을 잃고 조정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기대감이 현실화된 후에도 주가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것은 성과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연초 이후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 주식 시장도 일정 부분의 기대감을 선반영하고 있다. 바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024년 1분기 10.16% 올랐는데 이는 과거 20년 중 세 번째로 높은 1분기 상승률이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이익 모멘텀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또한 Fed가 연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금리 인하 자체보다 인하 배경에 좌우

일각의 우려와 달리 Fed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3회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4월 들어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이 6월에서 9월로 밀리는 분위기이지만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의 기대가 현실화된 이후에도 주식 시장은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2년여간의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금리 인하가 다가오는 현시점에 금리 인하 이후의 주식 시장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주식 시장의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금리 인하 자체보다 금리 인하가 무엇에서 비롯됐는지가 주식 시장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부터 2019년까지 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총 21회였다. 그중 1개월 간격으로 단발적인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긴축 이후 완화 사이클이 확인된 시기는 총 7회다. 당시 Fed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금리 인하 후 3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가 곧바로 나타났던 경우다. 이 사례들에서는 2001년 닷컴 버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과 같이 역사적 수준의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Fed는 금융 시장 불안의 전조 신호가 나타나자 금리 인하에 나섰으나 경기 침체를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금리 인하 이후 6개월간 S&P500 지수가 평균 10.4% 하락했다.

둘째는 경기 침체 기간 중에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선 경우다. 1974년과 1982년에 모두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함께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 다만 1970~1985년은 오일 쇼크로 인한 금융 시장의 혼란과 Fed의 대응이 반복된 시기라는 점에서 주식 시장과 금리 인하의 뚜렷한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은 금리 인하 시점 전후로 경기 침체가 없었거나, 금리 인하로부터 최소 6개월 이상 경과 후에 경기 침체가 찾아온 경우다. 이 사례들에서 Fed는 장기간 긴축 이후 경기 둔화 흐름이 확인되자 침체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 레벨을 낮췄다. 이를 ‘보험성 금리 인하’라고 일컫는다. 양호한 경기와 금리 하락을 기반으로 S&P500 지수는 금리 인하 이후 6개월간 평균 9.3%의 강세를 보였다

현재 Fed의 통화정책과 경기 여건을 과거 사례에 대입해보면 마지막 시나리오인 보험성 인하가 가장 유력하다. 특히 지금과 1995년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1994년 2월 금리 인상에 나섰던 Fed는 1995년 2월 금리 동결 및 7월 첫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그 해 25bp(1bp는 0.01.%)씩 세 차례 금리를 낮췄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가운데 경기 성장세가 둔화되자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현재 Fed 또한 연내 25bp씩 3회의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Fed가 주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대에 머물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반등을 모색하고 있고,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는 가운데 산업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기술이 개화됐다는 공통점도 확인된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 및 지역은행 불안, 가계 연체율 상승 등 1995년과 같은 보험성 인하의 필요성을 높이는 경기 우려 요인들도 상존해 있다.
1995년과 닮은 꼴…‘보험성 금리 인하’ 후 주가 상승
Fed가 보험성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주식 시장은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상승 랠리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미국 주식은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장, 제조업 경기 회복 등을 기반으로 한 양호한 이익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인다면, 현재 정체돼 있는 주식 밸류에이션 멀티플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역사상 가장 가팔랐던 긴축 사이클

업종 관점에서는 정보기술(IT) 및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이 증시 주도주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일부 기술주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이미 높아져 있는 만큼 시장 예상을 소폭 하회하는 실적에도 종목별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1995년 당시에도 상반기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IT 및 소재 업종의 이익 증가 폭이 감소하자 상반기 소외됐던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업종의 주가가 상대 강세를 보였다. 따라서 특정 업종에 대해 집중된 투자보다는 지수 전반을 바라보는 분산된 접근이 필요하다.

역사상 가장 가팔랐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고 금리 인하 시기가 임박했다. 금리 인하 개시는 최근 20여 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고금리·고물가의 일단락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만약 6월 금리 인하가 늦춰질 경우 주식 시장이 단기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러나 기대감을 후퇴시킨 원인이 물가 상승이 아닌 양호한 경기라면, 기업들의 이익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낙관적 편향에 쏠려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높이는 실수도 경계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과거 Fed의 금리 인하 시기에 미 국채는 전 구간에서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 우량 채권에 대한 일정 비중 확보를 통해 낮은 확률이지만 경기 경착륙에 대비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과거 주식 강세장은 투자 심리 과열과 함께 가격이 극단적 수준까지 치닫고 나서야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열과 거품 우려에 휩쓸려 시장을 떠나기보다는 시장에 머물면서 수익 추구와 변동성 관리를 병행하는 전술적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김종국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