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을 이끄는 송현주 부행장은 자산관리 영업의 기준을 ‘판매’에서 ‘고객’으로 대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확보해 고객과 장기적으로 동행하겠다는 포부다.

[WM 리더] 송현주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송현주 우리은행 부행장 “눈앞의 수익보다 신뢰가 중요...불건전 영업엔 무관용 원칙”
“눈앞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은행이 아닌, 고객이 정말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송현주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은 ‘자산관리 전문 은행’이라는 청사진과 함께 ‘신뢰’를 가장 큰 가치로 내세웠다. 고객이 신뢰하지 않는 은행은 단기간 반짝 수익을 낼 수는 있어도, 고객과 발맞추며 오래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송 부행장은 “은행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신뢰를 쌓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고객과 직원 간에도 신뢰가 있어야 하고, 직원과 직원 간에도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은행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파느냐’보다 ‘얼마나 고객이 만족하느냐’에 방점을 찍은 자산관리 로드맵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은행은 홍콩H 지수(항셍중국기업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인해 추락한 금융권 자산관리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객에게 드리는 자산관리 6대 다짐’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고객 중심 포트폴리오’를 자산관리 영업의 최우선 원칙으로 꼽았다. 과거 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해 시련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를 반면교사 삼아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영업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다.

송 부행장은 “2019년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의 후유증으로 지난 몇 년 동안 내부 통제, 제도 개선에 집중했다. 상품 선정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모든 영업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면서 “사후관리에 힘쓰느라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 당시 이탈한 고객이 많은데, 고객들에게 ‘우리은행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 됐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송 부행장의 지휘 아래 시장에서 인정받는 자산관리 전문가 그룹도 꾸렸다. 이른바 ‘자산관리드림팀’이다. 부동산 전문가 함영진(전 직방 빅데이터랩장) 부동산리서치랩장을 비롯해 투자 전략, 재테크, 세무 등 각 분야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전문화된 프라이빗뱅커(PB) 인력 육성도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이 관심을 기울이는 주요 과제다. 신입행원 시절부터 예비 PB 인력을 선발해 차세대 PB, PB지점장으로 육성하고, 은행권을 대표하는 스타급 인력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게 최종 목표다. 현재 우리은행이 보유한 PB 인력은 총 641명이다.

송 부행장은 “최근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영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데 이어 PB들의 역량도 많이 올라왔다고 느낀다”면서 “우리은행 PB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PB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송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송현주 우리은행 부행장 “눈앞의 수익보다 신뢰가 중요...불건전 영업엔 무관용 원칙”
우리은행은 최근 자산관리 영업의 기준을 대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등 수익적인 면을 고려해 고객을 관리해 온 측면이 컸다. 하지만 고객과의 진정한 동행을 장기적으로 이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단순히 ‘은행에 이익을 기여해주는 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하는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홍콩H 지수 ELS 손실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고객들이 많다. 사전에 상품의 성격을 잘 숙지하고 가입한 고객도 있지만, 손실로 인해 은행권에 큰 실망감을 느낀 고객들도 다수 존재한다. 은행이 고객의 보유 자산을 전체적으로 분석한 뒤 자산 배분 전략을 잘 세워줘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 고객들이 ‘우리은행만큼은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산관리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자산관리 전문 은행’으로 도약하고 싶다.”

자산관리 전문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나.
“무엇보다도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 영업 문화를 정착하려고 한다. 고객의 투자 성향과 상품 위험 등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이 전략과 연계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영업 현장에서 PB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린 상품 위주로 판매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개인기’라고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방카슈랑스 분야를 잘 아는 PB는 고객에게 방카슈랑스 상품을 주로 추천한다. 또 신탁을 특기로 하는 PB는 신탁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주곤 한다. 이렇게 되면 고객의 성향이 안정형인지, 중립형인지, 공격형인지 파악하기보다는 PB의 성향에 따라 자산 배분을 하게 되기 쉽다. 그보다는 고객의 진짜 투자 성향을 파악해 그들의 생애 주기에 맞는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또 고객에게 제시한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분석하고 리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수정)을 거칠 필요도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최적의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의 신뢰를 중시하는 것 같다. 그럼 신뢰를 위해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결국은 완전판매가 가장 중요하다. 매스컴에서 들려오는 불완전판매 사례를 살펴보면, 귀가 잘 안 들려서 직원의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 케이스도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그 상품이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일단 상품을 ‘팔고 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불건전 영업이 확인된 PB를 대상으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불완전판매의 정도가 심한 PB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통해 PB 자격을 영구 박탈한다. 물론 단순한 실수라면 경고장을 부여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온정주의로 넘어가주는 문화는 지양하겠다는 의지다. PB가 불완전판매를 하면 고객의 신뢰를 잃는 문제도 있지만, 나아가 조직 차원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위험도 있다. 물론 완전판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서류 작성, 녹취 등 고객이 좀 더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지켜 나가는 ‘정도(正道) 영업’을 해야만 장기적으로 WM이 성장하고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눈앞에 보이는 수익보다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영업 전략을 최우선으로 시행할 생각이다.”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만의 남다른 고객 케어 전략이 있다면.
“시간과 장소, 대상에 구애받지 않는 ‘3W 고객 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 초부터 운영한 특별영업팀 ‘WAW(Woori Active Wealth-management)팀’이 이 전략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영업 현장과 본부가 각각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영업 현장의 PB와 본부 지원팀 간의 협업을 강화해 ‘원팀’으로 고객 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예컨대 PB를 찾은 고객이 세무 상담을 원한다면 본부 내 세무 담당자가 그 즉시 고객 응대를 도와줄 수 있는 협업 채널이 마련돼 있다. 원팀 시너지가 최상의 고객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고액자산가 전용 특화 채널인 ‘투체어스W(Two Chairs W)’를 운영 중이다. 스타 PB뿐만 아니라 가장 전문적인 PB 노하우를 갖고 있는 베테랑 PB지점장들이 이곳에 배치돼 있다. 재테크, 세무, 부동산, 기업 경영, 가업승계, 해외 투자까지 우리은행의 컨설팅 역량을 모두 활용한 토털 금융 솔루션을 제시한다. 특히 고액자산가는 PB 외에도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도움을 함께 받는다.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하는 것처럼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고객의 자산을 검진(리뷰)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현재 시장이 가고 있는 방향과 어긋나지 않은지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실 PB의 경우 영업을 해야 한다는 욕구가 어느 정도는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특정 자산이나 상품에 쏠리지 않고 고객의 입장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견제하고 조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PB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PB 역량을 레벨별로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역량이 많이 성장했다는 점을 자부하고 있다. PB들의 노하우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개발계획(Career Development Program·CDP)을 더욱 명확히 했다. 예비 PB로 선발된 직원은 차세대 PB에서 출발해 PB지점장으로 단계별 성장이 가능하다. 영업 실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평판, 자격증 등 다양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자산관리그룹 차원에서도 PB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자신의 자리에서 전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ㅣ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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